역사 사실에 충실한 ‘몽테 크리스토 백작’
역사 사실에 충실한 ‘몽테 크리스토 백작’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02.21 1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수극의 정석…나폴레옹 몰락에서 왕정복고, 루이 필리프까지 배경

 

알렉상드르 뒤마의 걸작 몽테 크리스토 백작’(Le Comte de Monte-Cristo)은 복수극의 정석이다. 독자들은 억울한 감옥살이 14년 끝에 얻은 횡재로 철저하게 복수를 하고 보상을 하는 주인공에 대리만족을 느낀다. 복수극은 대중을 사로잡는다. 그래서 200년 가까이 지나도록 이 소설은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마취제가 없던 시절에 외과 의사가 뒤마의 소설을 읽고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스토리의 역사적 배경도 탄탄하다. 뒤마는 말년에 프랑스사를 쓸 정도로 역사 공부를 많이 했고, 소설에도 역사적 배경을 중시했다.

몽테 크리스토 백작의 시대적 배경은 나폴레옹 몰락에서 부르봉 왕정복고, 7월 혁명, 루이 필리프 시민왕 시기로 이어지는 격변기였다. 소설은 1844~46년에 출간되었는데, 왕정이 제2공화국 출범 직전의 시기였고, 브르봉 왕가와 오를레앙 가의 치열한 대립, 앙시앙레짐의 부패가 노정되던 때였다. 나폴레옹 1세를 추앙하는 보나파르트당이 루이 나폴레옹(3)을 앞세워 제정을 시도하려고 획책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소설 초판 /위키피디아
소설 초판 /위키피디아

 

소설의 시작은 나폴레옹이 엘바섬에서 돌아오기 직전인 1815, 주인공 에드몽 당테스가 나폴레옹과 연계되어 있다는 누명을 쓰고 마르세유 앞바다 디프 섬의 감옥에 갇히면서 시작된다. 14년간 감옥살이를 하면서 당테스는 우연히 만난 늙은 죄수 파리아 신부로부터 몽테 크리스토 섬에 숨겨진 엄청난 보물에 대해 듣게 된다. 파리아 신부가 죽자 당테스는 그의 시신을 넣은 자루에 들어가 바다에 던져져 감옥에서 탈출하게 되고, 이후 몽테 크리스토 섬에서 보물을 찾고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변신한다.

당테스가 감옥에 있던 14년은 앙시앙레짐 시기였다. 무고한 당테스에게 누명을 띄웠던 악당들은 왕정복고 시기에 출세를 한다. 당그라르는 성공해 은행장이 되었고, 페르낭은 군인이 되어 자신의 상사를 죽이고 재산을 가로채 그 돈으로 백작이 되고 당테스의 약혼녀였던 메르세데스를 아내로 얻었다. 재판도 없이 자신을 감옥에 보낸 빌포르 검사는 검찰총장으로 출세해 있었다. 소설은 왕정복고 시대에 부패한 금융계, 정계, 법조계의 실상을 파헤치고, 그 속에 당테스를 무고한 악당을 한 사람씩 집어 넣었다. 뒤마에게 앙시앙레짐은 타도의 대상이었고, 당테스는 악당들을 하나씩 복수해 나간다.

주인공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 복수하는 시기는 1830년 공화주의자들의 7월 혁명으로 루이 필리프가 시민왕으로 추대된 이후였다. 이 시기에 귀족체제가 붕괴되고 공화주의가 확산되었으며, 보나파르트 세력도 복권되었다. 소설 속에 빌포르의 아버지 누아르티에가 보나파르트당 당수로 나온다. 왕정에 부역한 아들 빌포르는 미치광이가 되고 가문은 파멸하지만 늙은 투아르티에와 그를 보살핀 손녀 바랑티느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작가가 보나파르트 세력에 대해 우호적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소설이 나온 이후에 나폴레옹 3세가 집권할 것을 예견했는지도 모른다.

 

백작의 복수는 통쾌감을 준다. 그는 악당에 복수를 하며 마지막에 자신이 당테스임을 밝힌다. 백작은 횡재로 얻은 돈을 물쓰듯 쓰며 파리 사교계를 주름잡는 인물로 등장했다. 그는 프조니 신부, 월모어 경, 뱃사공 신밧드로 변장하면서 복수에 사로잡힌다. 페르낭을 실각시켜 자살하게 만들었고, 빌포르를 미쳐 버리게 했고, 당그라르를 알거지로 만들었다. 반면에 지난날의 은인들에 대한 보은은 잊지 않았다. 파라옹 호의 선주였던 모렐 가를 파산에서 구하고 모렐의 아들 막시밀리앙을 바랑티느와 맺어준다. 귀족과 평민의 아들딸이 결합해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마무리지으면서, 왕정과 공화정의 화해를 시도한 것이다.

 

이프 섬(위), 몽테 크리스토 섬(아래) /위키피디아
이프 섬(위), 몽테 크리스토 섬(아래) /위키피디아

 

소설에서 당테스가 14년간 감옥생활을 한 이프섬은 프랑스 마르세이유 앞바다 15km에 있는 작은 섬이고, 보물이 묻혀 있다는 몽테 크리스토 섬은 이탈리아 테레니아해 토스카나 제도의 섬이다. 이프 섬에는 소설로 인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당테스가 갇힌 감방을 재현해 놓기도 했다.

뒤마는 1841년 이탈리아 피렌체에 살고 있었는데, 나폴레옹 3세의 조카와 함께 몽테 크리스토퍼 섬을 둘러보기도 했다. 뒤마는 나폴레옹 조카에게 언젠가 이 섬을 주제로 소설을 쓸 것이라고 알려주었는데, 그 때 나폴레옹은 두 번째 쿠데타 혐의로 함 요새에 갇혀 있었다. 이 요새도 뒤마의 소설에 등장한다. 10년후 1851년에 나폴레옹 3세는 황제에 오르고, 프랑스는 제2제정을 맞는다.

소설은 피에르 피코라는 청년의 스토리에서 따왔다고 한다. 피코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7년간 감옥살이를 하다가 석방되어 복수를 했다는 실화의 주인공이다. 그는 연적인 친구로 인해 누명을 누명을 썼고 감옥에서 알게 되어 따르게 된 사람 덕에 보물을 얻었으며, 연적에게 약혼녀를 빼앗겼고, 다이아몬드를 주고 정보를 얻는 이야기는 그대로 따왔다고 한다. 나머지는 뒤마의 창작이다.

 

알렉상드르 뒤마 /위키피디아
알렉상드르 뒤마 /위키피디아

 

알렉상드르 뒤마는 아버지 토마알렉상드르 뒤마를 4살 때 잃었지만,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해주어 아버지를 생생하게 기억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프랑스 식민지였던 카리브해 아이티 출신으로 프랑스 귀족과 흑인 노예 사이에 태어난 혼혈(물라토)이었다. 아버지는 귀국해 나폴레옹 휘하의 장군으로 나폴레옹을 도와 혁혁한 전과를 세웠다. 그는 이집트 원정에서 돌아오던 길에 이탈리아에서 표류해 재판도 받지 못하고 지하감옥에서 포로생활을 했다. 귀국후에도 인종차별에 시달리다 서훈대상에서 제외되었고, 가난에 시달리다 44세에 병사했다.

뒤마의 소설 속에 재판도 받지 않고 감옥에 갇힌 일, 이탈리아의 배경 등이 전해들은 아버지의 경험을 반영한 것이라 한다.

뒤마도 흑인혼혈이었다. 외모가 검었기에 뒤마는 당시 프랑스 주류사회에 편입되기 힘들었고, 나폴레옹 3세가 집권한 이후엔 루이 필리프의 사람이라는 이유로 벨기에로 망명성 이주를 하기도 했다. 그는 말년에 이탈리아로 건너가 이탈리아 통일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