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트위스트’에 산업혁명의 그림자
‘올리버 트위스트’에 산업혁명의 그림자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02.2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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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구조 심화, 빈민굴 실상 등 생생히 묘사…출생의 비밀 파헤치는 구조

 

찰스 디킨스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Oliver Twist)는 출생의 비밀이라는 얼개에 권선징악이란 도덕적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올리버는 부자 아버지 리포드의 유복자로 태어난다. 어머니는 정식결혼을 하지 않은채 아이를 낳고 숨졌다. 고아가 된 올리버는 교구에서 마련한 구빈원에서 자란다. 빈민굴에서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올리버는 착한 심성을 잃지 않는다. 그는 브라운로와 같은 선한 사람들을 만나 출생의 비밀이 벗겨지고 친척들을 만나고 막대한 유산을 되찾게 된다는 얘기다.

스토리는 런던의 바닥생활에서 시작해 부유층의 삶으로 흘러가고, 올리버의 인생도 이를 따라간다. 1837~1839년에 잡지에 게제하던 연재물을 세권의 책으로 묶었는데, ‘교구 아이의 진화’(Parish Boy's Progress)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었다. 교회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가 고초를 겪다가 좋은 세상을 만난다는 암시다.

 

초판본(1838년) 첫페이지에 올리버가 죽을 좀  더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삽화./위키피디아
초판본(1838년) 첫페이지에 올리버가 죽을 좀 더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삽화./위키피디아

 

찰스 디킨스의 두 번째 소설인 올리버 트위스트는 산업혁명 시대의 영국사회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 올리버는 빈민구제소(workhouse)에서 태어난다. 아버지는 누구인지 모르고, 어머니는 그를 낳고 바로 숨을 거둔다. 고아가 된 올리버는 고아원으로 보내져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린다. 어느 날 제비뽑기를 통해 지목된 올리버는 배식 시간에 (gruel)을 조금만 더 주세요라고 말하고, 이 일로 호된 매질과 구금에 처해진다. 산업혁명 초기 영국의 고아원과 빈민구제시설의 실태를 보여준다.

올리버는 고아원에서 팔려 장의사 심부름을 하다가 도망쳐 런던 빈민굴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부랑아들을 데리고 소매치기와 매춘으로 돈을 버는 페이긴을 만난다. 올리버는 강요에 의해 도둑질에 가담하다 들켜 총을 맞고 쓰러졌는데, 그곳에서 아버지 친구 브라운로를 만나게 된다. 이후 이야기는 막장드라마다. 아버지의 유산을 배다른 형제 몽크스가 독차지하려고 올리버를 죄인으로 만들려고 하고, 그를 돕는 낸시라는 아가씨, 이모 로즈 등등…….

 

도저(가운데)가 페이긴(왼쪽)에게 올리버(오른쪽)를 소개하는 그림 /위키피디아
도저(가운데)가 페이긴(왼쪽)에게 올리버(오른쪽)를 소개하는 그림 /위키피디아

 

올리버 트위스트는 공업화가 진행되던 19세기 영국 사회의 계층구조의 심화, 빈민층의 삶 등을 리얼하게 서술하고 있다. 찰스 디킨스는 아버지가 빚더미에 올라 어려서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고, 어려서 구두약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비행 소년들의 어두운 모습을 몸소 체험했다. 올리버 트위스트에 설명되는 런던 슬럼가의 스토리는 자신의 체험이기도 했다. 소설이 나오기 직전인 1834년 영국에서 신빈민구제법이 시행되었으나, 그 효과는 미미했다.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는 영국 제도의 허점을 지적하는 통렬한 비판이기도 하다.

소설에서 디킨스는 몸 파는 소녀 낸시를 긍정적으로 묘사한다. 수전노 페이긴에 묶여 있는 창녀이긴 하지만 심성은 착하다. 올리버를 도와주다가 사이크스에게 들켜 살해당한다.

디킨스는 페이긴을 유대인이라고 명시했다. 그는 아동들에게 소매치기를 시키고 성매매를 해서 번 돈을 갈취하는 악인으로 묘사된다. 그는 죄상이 밝혀져 끝내 교수형에 처해진다. 찰스 디킨스가 반유대주의자로 찍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설은 영화와 TV드라마, 뮤지컬로 수없이 제작되었다.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는 장면은 요행을 바라는 대중에게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사회의 다수 구성원은 출생의 비밀이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고 신데렐라성 기적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올리버 트위스트가 산업혁명 초기의 사회적, 계급적, 정치적 문제를 지적했지만, 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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