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3월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104주년 3·1절 기념식 기념사에서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특히, 복합 위기와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우리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고 협력해서 우리와 세계시민의 자유 확대와 공동 번영에 책임있는 기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가해자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파트너란 표현을 썼다. 대통령의 이런 인식 전환은 동아시아 질서 구축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과거 우리나라를 집어삼킨 침략자였고, 군국주의자였던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고통을 당했다. 그렇지만 그때의 잣대로 지금의 일본을 볼수는 없다. 지금 일본은 군국주의를 포기했고, 자유진영의 일원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엄연한 사실을 반일정서에 기대어 많은 정치인들이 부정했고, 모른척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기념사는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현실을 정확하게 본 것이다.
아직 반일감정에 기대어 정치놀음을 하는 세력들은 대통령의 발언에 꼬투리를 잡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의 역사관이 의심스럽다”며, “일본이 과거 군국주의의 망령을 되살리려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것 또한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과거사 반성 않는 일본이 “파트너”라는 대통령의 궤변“이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반일감정을 몰아부치는 것은 참 쉬운 일이다. 오히려 과거의 적과 화해하고 손을 잡는 것이 더 힘드는 일이다. 프랑스의 샤를 드골 대통령과 독일의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의 화해는 오늘날의 EU라는 거대한 국가통합조직을 이뤄냈다. 베트남은 미국과 화해하고 한국과도 수교했다. 그런 덕분에 베트남은 오늘날 세계에서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나라 내부에도 적과의 화해에 반대파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도자들은 그런 반대를 극복하고 중대한 결정을 했다.
일본 제국주의 손아귀에서 벗어난지도 80년이 되어 간다. 과거에 얽매어 있는 사고방식을 걷어낼 때는 이미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