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이 부른 스위스은행의 신용위기
탐욕이 부른 스위스은행의 신용위기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03.16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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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디트스위스 주가 한때 30% 폭락…중앙은행 긴급대출로 일단 위기 모면

 

국제금융시장이 어수선하면 꼭 등장하는 사람이 있다. 닥터둠이라 불리우는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 교수다. 그는 포츈지와 인터뷰에서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의 위기와 관련해 또다른 대공황의 변이”(variant of another Great Depression)라고 비유했다. 그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나, 스위스 2위 은행의 위기가 전세계로 전염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이 스위스중앙은행으로부터 500억 스위스프랑(537억 미 달러)의 지원을 받기로 했다. 대출 형식의 구제금융이다.

이 은행의 주가는 현지시간 15일 장중 30.8% 폭락했다가 스위스 금융당국의 구두개입으로 24.2% 하락으로 마감했다. 시장 불신의 이유는 크게 두가지였다. 2022년 결산보고서에서 회계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이 발견되었으며, 1대 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이 추가적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사우디은행은 크레디트스위스의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해 10월에도 15억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사우디 정부가 대주주인 이 은행은 스위스 은행에 밑빠진 물 붓기식 구제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스위스 중앙은행이 나선 것이다.

 

크레디트스위스(CS)UBS에 이어 스위스 2위의 은행이다. 1856년 스위스 철도와 전기설비 건설사업에 자금을 대기 위해 설립되어 1900년 소매금융으로 전환했다. 167년 역사의 이 은행은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스위스 은행의 자존심이었다. 전세계 부호와 독재자, 마피아 조직도 스위스 은행에 돈을 맡긴다. 예금자의 실명이 없어도 계좌를 개설해주고, 예금자의 비밀을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안전을 보장하는 스위스 굴지의 은행이 투자자의 신뢰를 잃은 것은 지난해 10월부터였다. 2022107CEO 울리히 쾨르너는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통신망에서 은행 자본금과 유동성이 넉넉하다. 앞으로 구조조정을 더 하면 은행의 장기적인 전망이 밝아질 것이다.”고 했다. 통상적인 CEO의 메시지에 주목을 끈 대목은 구조조정이었다. 투자자들은 저 은행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갑자기 스위스크레디트가 제2의 리먼브러더스가 될 것이란 루머가 돌면서 은행 주가가 하룻만에 11.5%나 폭락했다.

당시에 비교해 5개월이 지난 지금 더 큰 폭으로 빠진 것이다. 가뜩이나 미국에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너쳐은행의 위기설이 돌면서 패닉현상을 증폭시킨 것이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크레디트스위스 본사 /위키피디아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크레디트스위스 본사 /위키피디아

 

크레디트스위스 위기의 원인은 탐욕이다. 이 은행은 여수신의 상업은행은 물론 유가증권 인수, 자금 조달 주선, 인수합병(M&A) 자문 등 투자은행(IB) 분야의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벌지브래킷(bulge bracket)이다.

은행은 신용을 바탕으로 위탁받은 고객의 자산을 고수익 자산에 투자했다가 실패했다. 2021년에 파산한 그린실과 빌 황의 아케고스에 투자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냈다. 이 사태로 CEO가 교체되었다. 탈세 혐의로 미국 의회와 법무부의 조사를 받았다. 불가리아에서 범죄자금을 세탁했고, 모잠비크에서 부패한 세력에 대출해준 혐의로 시끄러웠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8월에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때 스위스의 자랑이어썬 이 은행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은 성명에서 시장의 불신을 잠재우기 위해 고객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투자를 집중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신뢰를 잃었다. 1대 주주도 구제에 나서지 않겠다고 한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미국의 SVB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규모가 크다. 게다가 스위스가 EU 회원국이 아니므로, 위기시 스위스 중앙은행 단독으로 구제에 나서야 하는 약점이 있다. 지난해말 CS 위기 때 설마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고 믿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더 세심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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