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 이해하려면 읽어야 할 필독서
반도체산업 이해하려면 읽어야 할 필독서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03.17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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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준 교수의 ‘반도체 삼국지’…한중일 반도체 산업의 역사와 미래 예측

 

권석준 교수는 반도체 삼국지서문에서 20세기 후반에 세계경제와 국가분쟁에 석유가 핵심요소였다면, 21세기엔 반도체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다. 세계 반도체 생산기지는 대만과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대만과 한국은 세계 프로세서 칩 생산의 83%, 메모리 칩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 석유시대에 중동에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했다면 반도체의 21세기엔 동아시아가 페르시아만을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삼국지는 윤석열 대통령이 추천한 책이다. 윤 대통령이 용인에 세계최대 반도체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반도체강국의 위상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책은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의 역사와 전망을 다뤘다. 문외한이 읽기엔 다소 전문적 용어와 기술로 어려움이 있지만, 반도체 산업의 큰 흐름을 이해하기엔 아주 유용한 책이다. 이 책은 크게 반도체 왕국이었던 일본의 몰락과 중국의 부상, 한국 반도체산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일본 반도체 몰락에서 배울 점

1980년대 일본 반도체회사들은 세계 랭킹 10위권에 여섯 개를 차지했다. 그중 NEC(일본전기), 도시바, 히타치, 후지쓰, 미쓰비스의 반도체 5공주는 DRAM 분야에서 인텔이나 AMD와 같은 미국 업체들을 빠르게 따라잡았다. 일본업체들은 생산 수율 측면에서 미국업체들보다 월등히 뛰어났고,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 결과 1980년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일본과 미국이 양분하는 구도를 형성했다.

일본 반도체는 미국을 꺾기 위해 치킨게임에 들어갔다. 일본 회사들은 반도체 가격을 떨어뜨려 미국회사들을 제압하게 되었다. 여기에 일본 통산성이 기업을 지도했다. 미국회사들은 도태했고, 인텔과 마이크론 등 몇개만 남게 되었다. 미국 언론들은 일본의 치킨 게임을 2의 진주만 습격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일본의 반도체 위세도 30년을 넘지 못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대만의 TSMC가 밀고 올라가면서 과거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일본 기업들도 그 지위를 내주게 되었다. 일본 반도체회사들이 경쟁력을 잃게 된데 대해 권석준 교수는 여러 이유를 들었다.

그 첫째는 일본이 기술력 신화에 도취된 나머지, 세계 기술표준과 동떨어진 자국만의 길을 간 데에 있었다. 일본인들은 잇소켄메이’(一所懸命) 정신을 받들고 있는데, 이는 조상 대대로 이어온 영지를 목숨 걸고 사수한다는 뜻이다. 기업 부문에서도 이 철학이 이어져 한 직업, 한 회사, 한 조직, 한 기술을 추구한다. 이 정신은 일본경제를 일정 단계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IT 산업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발휘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본 기업들이 세계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자기만족에 빠졌다. 저자는 스마트폰 시대에 피처폰을 고집하는 일본인들과 이른바 가라스마를 사용한 예를 들었다.

둘째는 국가의 지나친 간섭이었고, 셋째는 미국의 견제였다. 일본 반도체 회사들이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커지자 미국반도체산업협회는 19856, 미국 통상법 301(슈퍼 301)를 걸었다. 미국 정부는 일본 반도체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했고, 일본은 1986-일 반도체 협정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세계 시장에서의 굳건한 지위를 잃고 한국, 대만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허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일본은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반도채 강국의 재기를 꿈꾼다. 일본은 여전히 소재, 부품, 장비 분야에서의 경쟁력이 있고, 이를 기반으로 언제든 글로벌 선두주자로 재도약할 가능성이 있다.

책표지 /네이버 책
책표지 /네이버 책

 

중국 반도체 산업 부상

중국은 2010년대의 12, 13‘5개년 계획을 통해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2015년에는 반도체 굴기를 선언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매년 20~30퍼센트씩 급성장해 전체매출은 2010년대 후반에 2,400억 위안으로, 2010년대 초반 대비 두배 이상 늘어났다. 클러스터의 규모와 개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생산라인이 증설되고 업그레이드가 이뤄지고 있다. 중국정부의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2020년대 후반에 중국 반도체 규모는 미국은 물론, 일본, 대만, 그리고 한국을 확실하게 앞지르게 될 것이다.

권석준 교수는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과 우려스러운 측면을 지적했다.

부정적인 측면으로 아직 중국 반도체 자급률이 20퍼센트를 밑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와 세계 최대 규모의 내수시장, 엄청난 인적 자원은 중국의 현재적, 잠재적 힘의 근원이다. 그러나 20208월의 우한훙신(HSMC) 사태에서 드러난 내부의 부패와 비리 문제와 함께, 점점 더 거세어지는 미국의 견제 역시 근본적 난제다. 예를 들어 기존의 DUV 장비를 뛰어넘어 초미세 패터닝 공정에 필요한 EUV 장비를 구할 수 없게 되고, 중국이 자의든 타의든 독자적 반도체 기술표준과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면, 그것은 또다른 갈라파고스로 향하는 길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두려운 존재다. 중국 정부는 기술굴기에 집착하고 있고, 과학기술 분야에 대대적은 투자를 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굴기에서 중국은 재료과학, 물리학, 화학분야에서 눈부신 약진을 하고 있다. 인력과 자본에서도 대대적인 투자를 한다. 시간과 자원, 돈을 투자하며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견제를 뚫고 중국이 우뚝 설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한국의 대응

권석준은 정상의 위치에 있는 한국 반도체 산업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몇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네덜란드 ASML의 사례처럼, --연 클러스터 및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를 통해 슈퍼을을 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 엔지니어들을 교원으로 적극 채용할 수 있도록 학제를 개편하고, 일본의 소부장 기업들을 한국의 클러스터 안으로 유치하며,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의 죽음의 계곡을 지날 수 있도록 장기간의 실패를 용인하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핵심 기술 인력과 IP를 보호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한국의 엔지니어에 대한 스카우트 제의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반도체 핵심 인재에 대한 대우 수준이 SMIC 이상으로 높아져야 하고, 기술 보안 또한 지금보다 대폭 강화해야 한다.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한다. 최근 기초과학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미국을 능가할 정도다. -중 반도체 전쟁은 결국 통신, 이동, 생명, 우주, 에너지 등 모든 하이테크 산업으로 확장될 것이다. 다가올 미래에 중국에 대한 학문적 종속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 투자가 확대되어 차세대의 혁신 기술이 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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