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위기의 경고①] 아시아 위기 확산
[IMF 위기의 경고①] 아시아 위기 확산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7.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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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부터 이사아 경제에 대한 위기 경고 나와…“기적의 시대 끝났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는 그해 아시아 통화위기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했다.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위기 경고는 1년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1996년 하반기에 들어가면서 동아시아 국가의 상반기 무역수지가 악화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에 있는 아시아 전문가들은 한국, 홍콩등 아시아 호랑이들에 대해 경기침체의 우려를 보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국가들의 1996년도 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둔화될 것으로 전망치를 조정했다.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아시아가 침체할 조짐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서구의 아시아 전문가들은 높은 임금 상승률과 인플레이션을 잠재적 복병으로 감지했지만, 다음해 아시아 경제가 급격한 침체에 빠질 것을 예측하지는 못했다. 수출 성장률이 높고, GDP 증가율도 여전히 좋게 나왔기 때문이다.

19967월 국제금융시장의 전문가들은 지우개를 들고 아시아국가의 전망치를 잇달아 수정했다. 한국은 그해 상반기 수출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3.1%, 싱가포르(비석유부문)6.1%나 감소했다. 반도체를 비롯, 전자부문의 수출이 둔화됐다.

싱가포르 개발은행은 자국의 GDP 성장률을 당초 8.0~8.5%에서 7.8~8.3%로 낮춰 잡았다. 스위스의 UBS 증권은 한국의 96년도 성장률을 당초 7.3%에서 7.1%,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는 한국의 성장률을 7.5%에서 6.9%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아시아에 1994년도 멕시코에서 터졌던 금융위기가 터질 것이라는 종합 예보는 968월 런던에서 발행되는 경제전문잡지 이코노미스트에서 제기됐다. 1)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지적했다.

최근 동아시아 호랑이들의 경제가 전반적으로 수출 성장률이 크게 둔화하고, 경상수지 적자가 매우 큰 폭으로 확대되는 등 휘청거리고 있다. 서울에서 자카르타에 걸친 정치 불안은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정치적 혼란 때문에 태국, 말레이시아 및 인도네시아 통화는 금년 들어 투기자들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외국투자자들은 1994년말에 있은 멕시코 페소화 위기가 동아시아에서도 재연되는 것이 아닌지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최소한 지금까지 동아시아 개도국이 누려온 기적의 시대는 끝났다고 결론짓고 있다.“

때마침 나온 일련의 경제지표는 이러한 비관적 견해를 뒷받침했다.

1995년에 27%의 높은 증가율을 보인 태국의 수출이 1996년 상반기에는 7% 성장에 그쳤으며, 중국의 수출도 감소했다. 1996년중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율은 각각 10%8%로 멕시코 경제가 파탄에 빠졌던 당시와 유사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아시아 개도국들이 멕시코 페소화 위기의 전철을 답습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점점 커져갔다.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 당시의 멕시코와 유사했다. 멕시코 정부처럼 아시아 국가의 정부관리들이 국제수지가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를 애써 경시했는데, 그런 자세야말로 위기발생을 예고하는 분명한 신호였다.

IMF에 근무했던 경제학자인 모리스 골드스타인(Morris Goldstein)1996년에 멕시코 위기의 교훈을 바탕으로 아시아 신흥개도국 5개국의 금융 위기 가능성을 제시했다. 2)

 

그래픽=김현민
그래픽=김현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의 경우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비율이 1994년 당시 멕시코 수준을 상회했다. 경제 덩치에 비해 외국 빚이 많다는 얘기다. 아시아 국가들이 고도 성장을 달성하고 있기 때문에 저성장의 남미국가들보다 더 큰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를 지탱할 수 있겠으나,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비율이 5%를 초과한다면 모험을 하는 것이라고 골드스타인은 지적했다.

국제 투자자들은 투자 대상국의 채무이행 능력이 의문시되면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 채권의 회전(롤오버)을 기피한다. 이 점이 멕시코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한 아킬레스 건이었다. 골드스타인은 96년중 태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율이 8%, 94년 멕시코의 7.8%와 비슷한 수준이 되고, 말레이시아는 1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골드스타인씨는 한국 원화가 19% 고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멕시코 사태는 페소화가 달러에 비해 5% 고평가돼 있는 가운데 터져 나왔다.

 

<아시아 5개국 (96)과 멕시코 경제(94)의 비교>   (단위:%)

 

국가

기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한국

태국

멕시코

단기부채 대비 외환보유액

73

186

84

147

109

20

수입금액 대비

외환보유액(개월)

4.4

3.7

3.4

3.2

6.6

1.0

GDP 대비 외채

47

39

54

17

46

35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3.7

9.7

1.7

2.3

7.7

7.8

GDP 대비 국내 저축

29

32

19

32

36

15

GDP 대비 재정수지

-2.4

0.7

0.9

1.0

2.9

-0.7

GDP 대비 FDI

경상수지 적자의 합

-1.8

-3.8

0.0

-2.1

-7.5

-5.6

환율의 고평가정도

-26

-36

-30

19

-20

5

연간 통화증가율

21

16

24

15

18

23

 

아시아 위기를 선구적으로 진단한 이코노미스트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어느 나라가 아시아의 멕시코가 될지는 의문이다.

말레이시아는 경상수지 적자 규모를 기준으로 가장 위험하나, 직접투자를 통한 자금 유입이 크고, 단기채무의 2배까지 외환보유액으로 변제가 가능한 점에서 안전하다.

인도네시아는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GDP 대비 3.7%에 불과하지만, 외환보유액이 단기채무의 4분의3에 불과해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멕시코 통화 위기 재연 징후가 가장 높은 나라다. 태국의 경우 경상수지 적자 비율 및 외채 비율이 높을 뿐아니라 경상수지 적자를 주로 단기성 투기자금(핫머니)으로 보전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외국) 투자자들이 해당 국가의 시장을 이탈하면 멕시코 위기 때와는 달리 이들 국가를 위험에서 기꺼이 구해줄 수 있는 재력이 풍부한 이웃나라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경제학계에서는 폴 크루크먼(Paul Krugman) 교수가 일찍부터 아시아 성장의 한계를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아시아 국가들은 저임금의 노동력과 외국 자본을 잘 이용하고 있으나, 생산성이 낮고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이노베이션 (innovation: 혁신)이 부족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러한 인풋(input), 즉 외국인 자금 유입과 저임 노동력이 고갈될 경우 아시아 경제의 성장은 벽에 부딪치고, 기적은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1) Economist, 96824Asia's sombre era and Wobbly tiger

(:2) 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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