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에 백제시대 대형 냉장시설 발굴
전북 익산에 백제시대 대형 냉장시설 발굴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3.03.2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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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 공기가 드나드는 통기구 갖춰…왕실과 관련된 시설 가능성

 

전라북도 익산에서 백제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저온저장고 2기가 발굴되었다. 위치는 익산시 금마면 서고도리 374-4 서동역사공원 부지조성 현장이다. 이외에도 건물지 3, 유구( 도랑) 1, 조선시대 기와가마 5기 등의 유구가 확인되었다.

 

석출 저온저장고 1호와 2호 /문화재청
석출 저온저장고 1호와 2호 /문화재청

 

이번에 발굴된 저온저장고는 총 2기로, 국내 최초로 외부 공기가 드나드는 통기구(通氣口)까지 갖추고 있으며, 기반토인 풍화암반층을 직사각형으로 굴착 후 그 안에 잘 다듬어진 석재를 조밀하게 쌓아 벽체를 구성한 구조이다. 1호는 길이 4.9m, 너비 2.4m, 높이 2.3m이고, 2호는 길이 5.3m, 너비 2.5m, 높이 2.4m, 두 기가 거의 비슷한 규모다.

저장고 동쪽 장벽의 상부에는 각각 3조의 통기구가 설치된 것이 확인되었다. 통기구는 쪼갠 돌인 판석과 길게 다듬은 장대석을 사용해 50정도의 간격을 두고 밖에서 안으로 19°~ 23°기울여 동쪽으로 돌출되게 만들어졌다. 이는 저장고 안의 더운 공기를 자연적으로 밖으로 배출해 내부 온도를 차갑게 유지하기 위한 공법으로 판단된다.

바닥은 잡석과 사질점토를 섞어 반반하고 고르게 만들어 습기를 차단하도록 했다. 이러한 대형 석축 저온저장고는 치밀한 설계에 따라 건축된 당대 최고 과학기술의 집적체로 오늘날 냉장고와 같은 기능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1호 석축 저온저장고 전경 /문화재청
1호 석축 저온저장고 전경 /문화재청

 

저온저장고 내에서는 백제 왕궁(왕궁리유적)에서 출토된 유물들과 동일한 벼루편, 전달린토기편, 뚜껑편(), 대부완, (), 암ㆍ수키와, 인장와(印章瓦) 등이 출토되었다. 특히 1호에서 출토된 보주형 뚜껑과 2호에서 출토된 대부완은 한 벌을 이루고 있고, 1호와 2호에서 출토된 호형 토기편은 서로 접합되는 것으로 보아 동시기에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바닥면에서는 식물의 열매나 과실의 흔적인 종실유체도 검출되고 있는데, 1호에서는 참외, 들깨 등의 재배작물과 딸기속, 다래, 포도속, 산뽕나무와 같은 채집 종실류가, 2호에서는 참외, , , 팥 등의 재배작물과 다래, 포도속과 같은 채집 종실류가 검출되었다.

 

익산 (전)서동생가터 유적 전경 /문화재청
익산 (전)서동생가터 유적 전경 /문화재청

 

지금까지 백제지역에서 발견된 저장고는 왕도였던 공주 공산성과 부여 관북리유적 등 궁궐로 추정되는 유적에서만 확인된 사실로 미루어보아 이번에 발견된 저온저장고는 왕실과 관련된 시설일 가능성이 높아 백제 왕실 문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발굴지는 서동 생가터로 전해지는 곳이다. 문화재청은 익산시와 함께 고도보존육성사업의 일환으로 부지를 조성하다 이 유구들을 발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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