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가 촉발한 최초의 뱅크런
트위터가 촉발한 최초의 뱅크런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03.25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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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퍼스트리퍼블릭, CS에 이어 도이체방크도 트위터 손놀림에 휘청

 

현지시간 324일 유럽증시가 열리자 독일 최대은행 도이체방크의 주가가 한때 14.8% 폭락했다. SNS로 도이체은행이 제2의 크레디트스위스가 될 것이란 소문이 떠돌았기 때문이다. CSUBS와의 합병 과정에서 CS가 발행한 AT1채권(코코본드)이 상각 처리되면서 유사한 채권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도이체방크의 AT1 채권 가격도 크게 하락했다. 도이체방크의 5년 만기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220bp를 넘어서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EU 정상회담 참석차 브뤼셀에 가 있던 울라프 슐츠 독일총리가 긴급히 기자회견을 열어 "도이체방크는 아주 이익을 잘 내는 은행으로, 그 미래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면서 "철저한 조직 개선을 했고, 사업모델을 현대화해 아주 수익성이 좋은 은행"이라고 말했다.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그의 발언은 진화효과가 있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필요할 경우 도이체방크에 유동성을 투입할 수 있다고 밝혀 시장의 우려를 덜었다. 독일 정부와 유럽중앙은행의 구두개입에 도이체방크는 폭락세를 멈추고 8% 하락한채 장을 마감했다.

 

트위터에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전달되면서 은행이 부도나는 전례 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 첫 케이스가 310일 폐쇄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이 은행의 경영상태가 좋지 않다는 몇 개의 트위터가 오갔다.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대니얼 헤닝어에 따르면, 스타트업 투자자 제이슨 칼라카니스는 트위터에 지금 당신은 완전히 겁에 질려있어야 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트위터 김닷컴은 은행으로 달려가라고 썼다. 행동주주 투자자 빌 애크먼은 “FDIC(연방보험공사)의 예금자 보호 조치가 없으면 월요일에 뱅크런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칼라카니스는 월요일 10만 명의 미국인이 은행 앞에 줄을 설 것이다. 대부분은 돈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연이어 썼다.

36시간, 즉 하루반만에 420억 달러의 돈이 은행에서 빠져나가고 은행의 잔고는 마이너스 10억 달러로 떨어졌다. 책상 앞에서 컴퓨터를 두드리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예금자들이 예금을 단숨에 빼낸 것이다. 감독당국인 캘리포니아주는 은행을 폐쇄조치했고, 은행은 파산을 선언했다.

시티그룹의 CEO 제인 프레이저는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와 휴대폰이 위기에 불을 질렀다면서 소셜미디어는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되었다고 했다. 포천지는 SNS에 의한 은행 파산은 SVB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로 확산되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하원의 패트릭 맥헨리 금융서비스위원장은 SVB 파산에 대해 트위터가 촉발한 최초의 뱅크런”(the first Twitter fueled bank run)이라고 규정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에도 SNS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았다. 지금의 금융시장은 SNS로 정보가 전달되기 때문에 반응이 과거보다 다 빨라 졌다. SNS는 문장이 짧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 확인이 되지 않는다. 미확인 정보에 의해 시장이 출렁거리다가 한꺼번에 단기자금이 빠져나가며 대형은행들도 휘청거리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트위터 뱅크런 시대에 금융당국의 대처도 빨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스위스의 대처는 빨랐다. 또 금융당국이 수시로 투자자, 예금자와 소통을 해야 한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제롬 파월 연준의장, 게리 갠슬러 SEC 의장, 마틴 그룬버그 FDOC의장은 현지시간 324일 긴급 회의를 갖고 "일부 기관이 스트레스를 겪고 있으나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여전히 건전하고 탄력적"이라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 순식간에 패닉을 겪을수 있는 금융시장을 사전에 다독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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