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신분철폐의 산실, 인사동 승동교회
조선시대 신분철폐의 산실, 인사동 승동교회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05.01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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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 출신 박성춘이 세례 받아, 3·1운동의 산실…지금은 해외선교 지원

 

서울 종로구 인사동을 자주 찾아도 승동교회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종로2가에서 인사동 쪽으로 가다 입구가 나온다. 100년전에 인근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고 하나, 지금은 주변건물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승동교회(勝洞敎會)1899년 지어진 초기 개신교 교회당이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2층 건물은 여러 차례 수리하고 고쳐 지어졌으나 건물의 기본적인 형태나 구조는 변함이 없으며 그 보존상태도 매우 좋다.

 

승동교회 /박차영
승동교회 /박차영

 

이 교회에는 신분해방, 독립운동의 숨결이 배어 있다.

설립초기엔 백정교회라 불리었다. 승동교회의 전신은 곤당골교회였다. 1893년 미국 북장로회 소속 새뮤얼 무어(Samuel Moore) 선교사가 지금의 중구 롯데호텔과 조선호텔 사이에 곤당골교회를 세웠다. 그 시절에 그 동네는 담이 곱게 가옥을 둘러싸고 있어 고운담길라고 했고, 줄여 곤당골이라고 불렀다.

무어 선교사는 선교 대상으로 하층민, 특히 최하층민인 백정들을 선정했다. 무어는 곤당골교회에 학교를 열어 백정의 아들 여섯명을 학생으로 받아들였다. 그중 하나가 박성춘(朴成春)의 아들 서양(瑞陽)이었다. 이 인연으로 박성춘이 장티푸스에 걸려 사경을 헤멜 때 고종의 시의(侍醫)였던 캐나다 선교사 올리버 애비슨이 치료를 해주어 박씨를 살려냈다. 박씨는 임금을 돌봐주던 의사가 백정의 집까지 찾아와 자신을 치료해준 데 감격해 1894년에 세례를 받고 곤당골 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박성춘은 백정 친구들을 교회로 데리고 나왔고, 곤당골교회에 백정 출신 교인이 늘어났다.

이에 양반출신 교인들이 반발했다. 양반들은 천민인 백정들과 같이 앉아 예배를 드릴수 없다며 교회 출석을 거부했다. 양반 교인들은 무어 선교사에게 교회를 다시 짓든지, 가정 예배를 드리도록 조치해달라고 했다. 무어는 양반이든 백정이든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아들이며 서로 형제이기에 백정들을 곤당골교회에서 내몰수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에 양반교인 일부가 떨어져 나가 광교 근처에 별도의 홍문섯골교회를 세웠다.

18986월에 ㄱ곤당골교회에 화재가 나 예배당이 소실되었다. 곤당골교회에 다니던 교인들이 홍문섯골교회로 가게 되었고, 이로써 두 교회는 다시 합친다. 하지만 장로교 선교사 공의회는 홍문섯골교회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홍문섯골 교인들은 승동교회로 합류했다. 승동(承洞)은 조선시대의 인사동·종로2가 일대를 부르던 마을이름이다. 1907이기는 교회가 되자는 뜻으로 勝洞으로 교회이름을 바꿨다.

박성춘은 18981028일 종로에서 열렸던 독립협회 주최 만민공동회에서 시민대표로 연설하기도 했다. 백정 출신이라고 천대받던 박성춘은 1911년 승동교회 장로로 선출되었고, 경기충청노회 재정위원으로도 활약했다. 박성춘이 장로가 되었을 때 왕족이었던 이여한 장로가 있었다. 승동교회에선 왕족과 백정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 것이다.

 

왜정 때엔 승동교회는 민족운동과 사회운동을 벌였다. 1919220일 이 교회 지하에서 경성의 각 전문학교 대표자 20여명이 모여 31운동의 지침과 계획을 논의한 바 있다. 또 서 대한여자기독교청년연합회(YWCA)가 이곳에서 창립되어 여성들의 사회활동과 봉사에 일익을 담당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1939년 우리나라 사람에 의한 최초의 신학교가 이 교회에서 출발했는데, 조선신학교다. 오늘날 한국신학대학의 전신이다.

1993년 교회 창립 100주년을 맞아 해외 선교와 교육에 중점을 두고, 아르헨티나ㆍ중국ㆍ파키스탄ㆍ탄자니아ㆍ필리핀 등에 선교를 지원하고, 일본ㆍ필리핀에는 직접 선교사를 파견하고 있다.

 

승동교회 /박차영
승동교회 /박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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