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전에 괴담의 파괴력을 시사한 ‘오셀로’
400년전에 괴담의 파괴력을 시사한 ‘오셀로’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05.1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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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비극…훌륭한 인물이 간악한 흉계에 속아 넘어가는 이야기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는 그토록 훌륭했던 베니스의 장군이 간악한 자의 흉계에 속아 넘어가는 내용을 그렸다. 책으로 여러번 읽었는데, 이번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 연극으로 보았다. 박호산 배우가 오셀로 역을 맡은 연극은 배우들이 현대풍 옷을 입고 우리 감각에 맞는 언어를 구사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연극을 본 후 여운이 남아 책장에 꽂혀 있는 오셀로를 다시 읽어 보았다.(오영숙역, 일송북)

 

오셀로’(Othello)는 셰익스피어(1564~1616)가 이탈리아 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가 원고를 마친 시점은 1603~4년으로 추정되는데, 초판본이 출간된 시기는 그가 죽은 후인 1622년이다. 주인공의 이름을 그대로 제목으로 썼다. 하지만 이 연극의 진짜 주인공은 오셀로의 기수이자 부관이 되려다 실패한 간사한 인간 이아고(Iago). 이아고를 중심으로 연극을 보거나 희곡을 읽으면 주변 인물의 흐름이 명쾌하게 이해된다. 이아고로 인해 음모가 만들어지고 주변인들이 속고, 사건이 흐른다. 마지막에 이아고의 아내 에밀리아에 의해 사건은 폭로되고 종결된다.

인간의 탐욕과 배신, 간교함이 언어의 기술로 적나라하게 표현되었다.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가짜뉴스외 괴담에 의해 세상이 흔들리고 타락해 가는 과정을 엿볼수 있다. 400년 전 셰익스피어는 오셀로를 통해 현대인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오셀로는 무어인(Moors)이다. 무어인은 이베리아반도를 정복한 무슬림을 칭하는 말인데, 마우레인 또는 모르인으로 지금의 튀니지와 모리타니까지의 아랍인을 부를 때 사용된다. 인종적으로 흑인이 아니지만 셰익스피어는 흑인으로 표현했다. 셰익스피어의 인종적 편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당시 이탈리아의 베니스(베네치아)와 터키(오스만투르크)는 지중해 해상권을 두고 패권경쟁을 벌였다. 베니스는 기독교, 오스만투르크는 이슬람을 대변했다.

주인공 오셀로는 흑인이자 이교도 무슬림으로, 베니스에선 이방인이다.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오셀로의 심리적 틈바구니에 이아고가 파고들어가 분란을 일으키고, 오셀로, 아내 데스데모나, 이아고 모두 죽는 것으로 비극은 종결된다.

 

오셀로와 데스데모나(Théodore Chassériau 그림) /위키피디아
오셀로와 데스데모나(Théodore Chassériau 그림) /위키피디아

 

무어인 오셀로는 인자한 성품과 유능한 능력으로 명망이 높은 베니스의 장군이다. 그는 베니스 공화국의 원로 브라반시오의 딸 데스데모나와 결혼을 하게 된다. 때마침 터키가 베니스의 식민지였던 키프로스를 공격하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오자 오셀로는 카시오를 부관으로 임명해 키프로스로 떠난다. 부관 자리를 엿보던 이아고가 앙심을 품고 오셀로와 카시오에게 복수할 것을 계획하고, 데스데모나를 이용한다. 데스데모나를 사랑했지만 오셀로에게 빼앗긴 베니스의 신사 로데리고가 이아고에게 이용당한다.

 

이아고가 로데리고를 부추긴다.

떠돌이 야만인과 베니스 계집이 신성하지만 부질없는 부부의 서약을 주고 받은 것은 사실이죠. 그러나 내 지혜와 지옥의 악마를총동원하면 배겨내지 못할 것입니다.”

이아고는 오셀로에 대한 증오심을 고취시킨다. 자신의 아내가 오셀로와 잤다는 가설을 세우고, 스스로 믿어버린다.

나는 무어 놈을 증오한다. 언제부터인가, 그 자가 내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아내와 잤다는 소문이 퍼졌지. 사실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지만 사실로 믿어버리고 복수를 해야 직성이 풀리지.“

이아고는 오셀로의 아내 데스데모나가 부관 카시오와 밀애를 즐긴다는 거짓말을 만들어 낸다. 그는 카시오가 데스데모나에게 예의상 손에 한 키스 인사를 꼬투리잡는다.

여자는 역시 여자란 말입니다. 그래 그녀가 정숙하다면 그런 정숙한 여자가 미쳤다고 무어놈한테 홀딱 반해요! 정숙하다고요. 웃기는 말입니다. 당신은 그녀가 그녀의 손바닥을 애무하는 걸 보지도 못했나요.“

이아고의 음모는 그의 방백에 구체화된다.

이게 바로 악마의 신학이라는 것이다. 악마들이 인간에게 죄악을 씌우려고 할 때는 나처럼 우선 천사같이 나타나서 유혹을 한단 말이야. 저 고지식한 바보녀석(카시오)이 데스데모나에게 다시 명예를 얻게 해달라고 조르지. 그러면 그녀가 그자를 위해 무어 놈에게 강력하게 부탁할 거야. 그럴 때 나는 무어의 귓속에다 독을 퍼 넣는단 말이다. 부인이 그 자의 복직을 호소하는 건 그녀의 정욕 때문에 그런 거라고. 그렇게 되면 여자가 카시오를 위해 힘을 쓰면 쓸수록 무어놈의 의심을 더 받게 되지. 이런 식으로 나는 그녀의 정절에 흙칠을 할뿐만 아니라 그녀 자신의 착한 마음씨를 미끼로 써서 그들을 모두 내 견고한 덫에 걸리게 할수 있을 거란 말이야.“

이아고의 간악한 흉계가 먹혀들어갔다. 그는 이렇게 혼잣말을 한다. ”백발백중이지. 내 독약이 드디어 효력을 발휘했다. 이런 고지식한 바보들을 속이는 건 쉬운 일이지. 훌륭하고 정숙한 여자들도 이렇게 전혀 죄가 없으면서도 누명을 쓰게 되는 거다.“

 

키프로스에 도착한 날, 이아고는 술을 조금도 못하는 카시오에게 일부러 술을 먹여 소동을 유도하고, 오셀로에게 부관 자리를 파면당하도록 한다. 이아고는 데스데모나를 통해 카시아에 대한 복직운동을 하도록 권한다. 그렇게 해놓고 오셀로에게는 카시오와 데스데모나가 밀통하고 있다고 넌지시 비추고, 오셀로가 그녀에게 주었던 손수건을 자기 처 에밀리아에게 훔쳐내라고 한다. 에킬리아가 훔친 손수건을 이아고는 카시오의 방에 떨어뜨려 가짜 증거를 만든다. 전쟁터에서 그렇게 당당하고 용금했던 오셀로는 아내의 부정을 일러주는 이아고의 말을 경솔하게 믿어버렸다. 오셀로는 데스데모나를 창녀라고 비난한다.

사태의 진상을 알게된 에밀리아가 분노한다. 에밀리아는 데스데모나와 이아고 앞에서 화를 낸다.

제말이 틀렸다면 목이라도 매겠어요. 이건 틀림없이 잔인한 악당이나 비위를 잘 몾추고 남 일에 참견이나 하고 아첨 떠는 못된 자, 남 뒤통수나 치고 다니는 사기꾼이 어떤 자리를 얻으려고 모함한 짓이 아니라면, 그렇지 않다면 저의 목을 걸겠어요.“

오셀로는 아내 데스데모나를 침대 위에서 눌러 죽인다. 마침내 에밀라아에 의해 모든 것이 폭로되었고, 오셀로는 슬픔과 회한으로 자살하고 이아고는 잔혹한 처형을 받는 것으로 스토리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토월극장 연극 오셀로 포스터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토월극장 연극 오셀로 포스터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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