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신화, 시공간을 초월한 드림타임
호주 신화, 시공간을 초월한 드림타임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05.18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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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정령이 형체를 갖추면서 만물을 형성했다는 원주민의 토템적 신앙

 

유럽인들이 건너가기 전에 호주에는 원주민들은 농업과 목축을 하지 않았지만 수렵채집을 하며 사회를 꾸려나갔다. 원주민들은 천지창조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서양인들이 들어가 원주민들의 문화에 접근하면서 그들의 신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서양 인류학자들이 호주 원주민의 신화를 채집하면서 만들어낸 용어가 드림타임(dreamtime 또는 dreaming)이다. 원어는 종족마다 다른데, 아란다족은 alcheringa, 워피리족은 Jukurrpa라고 지칭했다. 영어로 옮기면서 드림타임이 했는데, 이 단어가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everywhen(항시), world-dawn(태초), ancestral past(옛날) 등의 다양한 표현을 썼다.

 

호주 원주민의 허구는 정복자의 기독교와 다르다. 기독교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그 중심에 신이 있다. 태초에 하느님이 있어 만물을 창조하고, 인간을 만들었다는 것이 구약성서의 논리다. 이에 비해 호주 원주민들의 신화는 유에서 유로 전환된다.

옛날옛적에 세상에는 형체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정령들이 살았다. 어느날 정령들 형체를 드러내 만물의 조상이 되었다. 정령들이 변해 돌이 되고, 캥거루가 되고, 사람이 되고, 산이 되었다.”

태초에 모든 것이 몽환(dream)과 같은 상태였고, 그 상태에 정령(spirits)이 형체를 드러내며 세상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드림타임은 현재와 과거, 미래를 연결하는 연속체(continuum)의 개념이다. 시간과 사물이 하나로 모여 있는 집합체의 개념이기도 하다.

 

호주 원주민의 벽화. 불멸의 정령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위키피디아
호주 원주민의 벽화. 불멸의 정령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위키피디아

 

프랜시스 길런이란 보안관이 호주 중부에 파견되어 원주민들과 접촉하면서 개념을 전해 듣고, 인류학자 볼드윈 스펜서와 의논해 1899년 공동저서에서 드림타임이란 용어를 소개했다. 이어 1908년 독일 루터파 목사 카를 스트레로가 원주민을 교화하면서 스펜서의 견해를 반박했다. 목사는 원주민의 신화에 창조주의 개념을 도입했다. 하지만 목사가 접촉한 원주민들이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이유로 스트레로의 견해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원주민과 서양인의 언어 차이, 문화적 괴리를 극복하며 인류학자들은 원주민의 종교적 신화를 많이 접근하게 되었다.

 

인류학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는 드림타임이 토템 신앙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드림타임 신화에서 모든 인간, 동식물이 생겨나기 전에 그 정령이 먼저 존재했다. 정령 또는 영혼이 물질화되어 동식물과 인간, 자연이 생겼다. 그게 언제인지는 모른다. 옛날옛적(once upon a time)이라고 할 뿐이다. 모든 정령들이 식물이나 동물이 되고, 마지막으로 남은 정령이 인간이 되어 그 주위 자연을 지키고 관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원주민들은 모든 현상과 생명을 토템적 정령 조상에게로 거슬러 올라가는 거대한 관계 속에 있는 것으로 본다. 이 신앙에서 식생활의 터부도 포함되어 있어 어느 특정한 한 종이 집중적으로 남획되는 것을 막았다. 덕분에 호주 자연환경에 생물 다양성이 지켜지게 되었다.

 

와나지나를 그린 암벽화(엘리자베스산) /위키피디아
와나지나를 그린 암벽화(엘리자베스산) /위키피디아

 

신화는 호주 전역에 다양하게 변형된 형태로 전해진다. 뉴사우스웨일스에선 새들이 색깔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북부지방에선 만물의 조상이 큰 뱀이라고 믿는다. 다른 곳에선 와나지나(Wanadjina)라는 비와 구름의 정령이 산과 바위, 강물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토착민들은 모든 사람들이 꿈 속에서는 본질적으로 불사(不死)의 존재라고 믿는다. 이 불사성은 개개인의 생명이 있기 전에 있었던 것으로, 개인으로서의 존재가 끝날 때 다시 시작된다고 한다. 태어나기 이전이나 죽은 이후에는 꿈 속의 영혼 아이’(spirit child)로서 존재하고, 이 아이는 어머니의 태를 통해 태어남으로써 생명을 다시 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영혼은 임신 5개월 쯤 태아 속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어머니가 자궁 속 태아의 태동을 처음 느끼면, 어머니가 서 있는 땅의 정령의 짓으로 받아들여졌다.

호주 원주민의 드림타임 신화는 여러 주제와 소재를 다루고 있다. 그 중에 성스러운 장소, , 인간, 동식물, 법과 관습이 만들어진 유래를 이야기하는 것도 있다. 원주민들에게 서양인이 오기전 시절의 정신적·물질적인 삶이 드림타임이었을지도 모른다.

 


<참고한 자료>

Wikipedia, The Dreaming

Artlanddish, Aboriginal Dream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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