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병든 남극개미자리 꽃
기후변화에 병든 남극개미자리 꽃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3.05.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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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硏 이정은 박사팀, 남극 현화식물의 곰팡이 감염 사례 최초 보고

 

사진=해양수산부
사진=해양수산부

 

위의 사진은 남극개미자리라는 식물인데 오른쪽은 건강한 개체이고, 왼쪽 것은 감염된 개체다. 왼쪽의 감념된 개체는 초록색에서 점차 노란색으로 하얗게 고사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가 설치·운영하고 있는 극지연구소에서 남극에서 꽃을 피우는 현화식물이 곰팡이에 감염되어 병들어가고 있는 사실을 확인해 학계에 보고했다. 이는 남극에서 발생한 최초의 연구사례다.

 

현화식물은 꽃을 생식기관으로 번식하는 식물로, 겉씨식물과 속씨식물로 나뉜다. 남극에서는 남극좀새풀과 남극개미자리 2종의 현화식물이 자란다.

극지연구소 이정은 박사 연구팀은 2020년 남극 세종과학기지 인근에서 남극 현화식물인 남극개미자리가 잎이 노랗게 변하면서 점차 하얗게 말라 죽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해당 개체의 곰팡이가 과거에는 식물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 곰팡이(내생균)이었지만, 최근 남극이 20도를 넘는 등 이상고온을 보이면서 병을 일으키는 곰팡이(병원균)로 활성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위도 60° 이상의 남극에서 이끼류가 병원균에 감염된 사례는 보고된 바 있지만, 자연 상태에서 현화식물이 병든 사례가 학계에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극개미자리를 병들게 한 것으로 추정되는 곰팡이 후보군은 자낭균문에 속하는 균류로 입술버섯강 1, 두건버섯강 1종이다. 연구팀은 극지 곰팡이 최적 생장온도가 15~20도인 것을 고려해 과거에 식물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 수준에서 내생균으로 존재했다가 기후변화로 남극이 따뜻해지면서 생장이 촉진돼 병원균으로 활성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남극은 202020.75°C라는 전례 없는 이상고온을 기록했으며, 세종기지가 위치한 서남극은 지난 50년간 (1959~2009) 연평균 기온이 3°C 이상 상승하면서 생태계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빙하가 녹고 드러난 땅을 식물들이 빠르게 덮고 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곰팡이도 함께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분석한 곰팡이의 유전체 정보가 식물병해균의 진단이나 예방, 식물분해능력을 활용한 산업효소 개발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실용화 가능성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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