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리의 사피엔스②…논쟁적 저술
하라리의 사피엔스②…논쟁적 저술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05.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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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독서, 자료수집, 깔끔한 정리…자신의 관심으로 정리해 논란 유발

 

[에서 계속]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백화점을 방문한 느낌을 가졌다. 온갖 진기한 상품이 깔끔하고 정갈하게 진열되어 있다. 35세의 젊은 학자가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자신의 시각으로 말끔하게 정리한 사실이 전세계 독자의 큰 호응과 관심을 얻었다. 하지만 백화점처럼 자신의 연구결과는 없다. 그동안 다른 사람의 저작물들을 챙기고 정리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버렸다. 젊은 나이에 엄청난 양의 독서를 하고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조리있게 정리한 사실에 감동을 받는다. 어느 무명의 이스라엘 학자가 세계적인 인물로 부상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사피엔스의 후반부 과학혁명의 파트에 들어가면 초점이 흐려진다. 16세기 종교개혁, 구대륙과 신대륙 연결, 과학의 혁명적 발전, 산업혁명을 설명하면서 논쟁적 소재를 자신의 관점에서 단정했다. 과학의 발전이 인류를 행복하게 했는지에 대한 그의 견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달리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사피엔스후반부의 내용을 정리한다.

 

유발 하라리 /위키피디아
유발 하라리 /위키피디아

 

3. 인류의 통합

농업혁명 이래 인간사회는 점점 더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 졌다. 사피엔스는 수백만명이 효과적으로 협력하도록 하는 인공적 장치를 창조했다. 그 네트워크가 문화다.

문화는 환경의 변화나 이웃 문화와의 접촉에 반응해 스스로 모습을 끊임없이 바꾼다. 또는 스스로 내부적 역동성으로 인해 변이를 겪기도 한다. 인간사회는 그 자체에 모순이 있다. 그 모순을 메워주고 결합시키고 치유해주는 역할을 문화가 한다.

BC 1000년 이후에 보편적 질서가 된 문화의 후보 세 가지가 출현했다. 그것은 화폐, 제국, 그리고 종교였다. 이 세가지는 상인과 정복자, 예언가에 의해 발전되었다.

첫 번째 보편적 질서인 돈은 세계 전체를 단일시장으로 만들었다. 세가지 보편적 질서 가운데 가장 으뜸이 돈이다. 같은 신을 믿지 않거나, 같은 왕에게 순종하지 않는 사람들도 기꺼이 같은 돈을 사용했다. 오사마 빈 라덴도 미국의 문화, 미국의 종교, 미국의 정치를 그토록 증오했지만 미국 달러는 좋아했다. 돈은 신과 왕이 실패한 곳에서도 성공할수 있었다.

중국인, 인도인, 무슬림, 스페인은 서로 문화는 달랐지만, 공히 금에 대한 믿음을 공유했다. 금은 최초로 세계를 단일시장으로 만드는 화폐였다. 서로의 신앙에 동의할수 없는 기독교인과 무슬림은 돈에 대한 믿음에는 동의할수 있었다.

또한 유발 하라리는 인류의 멸종 위기에 대해 생명공학의 발전에 의한 괴물의 탄생에 의한 것일 가능성에 높은 관심을 두면서도, 과잉인구에 의한 행성환경파괴에 의한 멸종 가능성은 간과했다는 지적이 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후반부를 요약한다.

히브리어 초판본 /위키피디아
히브리어 초판본 /위키피디아

 

4. 과학혁명

과학은 제국주의에 영합했다. 지식의 정복과 영토의 정복은 점점 더 긴밀하게 합쳐졌다. 18~19세기 유럽을 출발해 먼 나라로 향한 주요 군사탐험대는 거의 모두 과학자들을 배에 태우고 있었다. 이들의 목적은 전투가 아니라, 과학지식의 발견이었다. 1789년 나폴레옹은 이집트를 침공하면서 165명의 학자를 데려갔다.이들은 무엇보다도 이집트학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학문을 구축했고, 종교, 언어, 식물 연구에 중요하게 기여했다.

근대 유럽인에게 제국 건설은 과학적 프로젝트였고, 과학이란 분과를 건설하는 것은 제국의 프로젝트였다. 영국은 인도를 정복하면서 고고학자, 인류학자, 지리학자, 동물학자들을 모두 데리고 갔다. 18024월 인도 대측량사업이 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60년간 지속되었다. 수만명의 현지 노동자와 학자, 안내인들의 도움을 받아 영국은 인도 전체의 지도를 꼼꼼하게 작성하고 국경선을 표시하고 거리를 측정했으며, 심지어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히말라야 봉우리들의 정확한 높이를 최초로 측량하기도 했다. 영국은 인도 각지의 군사적 자원을 탐지하고 금광의 위치를 조사했고, 희귀 거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희귀한 나비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사멸한 고대 인도언어들의 기원을 추적하고, 잊힌 유적자를 발굴하는 수고도 아까지 않았다.

그런 지식이 없었다면 적은 숫자였던 영국이 수억명의 인도인을 2세기에 걸쳐 지배, 억압, 착취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19세기 전반과 20세기 초에 걸쳐 최대 3억명에 이르는 인도인을 정복하고 지배하는데는 5천명이 채 되지 않은 장교, 4~7만명의 사병, 그리고 사업가들, 한량들, 그 가족을 합쳐 10만명의 민간인으로 충분했다.

과학은 제국에게 이데올로기적 정당성을 제공했다. 제국주의자들은 자신의 제국이 거대한 착취사업이 아니라, 비유럽 인종을 위해 시행된 이타적 프로젝트라고 주장했다.

아담 스미스는 탐욕이 선한 것이며, 내가 부자가 되면 나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고 말했다. 이기주의가 곧 이타주의라고. 그는 부자에게도 천국의 문을 열어주었다. 이는 부자가 되는 것은 도덕적 인간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혁명 덕분에 인류는 주변생태환경에 예속된 상태에서 대체로 해방되었다. 인류는 숲을 베어내고, 앞의 물을 빼고, 강을 댐으로 막고, 들판에 물을 대고, 수십만km에 달하는 철로를 놓고, 고층빌딩이 즐비한 거대도시를 건설했다. 세상이 호모사피엔스의 필요에 맞게 변형되면서 거거 녹색과 푸른색이던 우리의 행성은 콘크리트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쇼핑센터가 되어 가는 중이다.

이제 호모 사피엔스는 개체의 유전자를 조작해 원래 해당 종에 없던 특성을 부여하는 정도까지 자연선택의 법칙을 위반하는 중이다. 프랑켄슈타인 신화는 호모 사피엔스로 하여금 종말의 날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하게 만든다. 인류는 과거 어느 때보다 무책임하다. 우리는 친구라고는 물리학밖에 없는 상태로 스스로를 신으로 만들면서 아무에게도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 그 결과 우리는 친구인 동물들과 주위 생태계를 황폐하게 만든다. 오로지 자신의 안락함과 즐거움 이외에는 추구하는 것이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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