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어린이정원은 용산공원의 걸음마
용산어린이정원은 용산공원의 걸음마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05.30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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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부지의 12%만 임시로 조성…앞으로 뉴욕 센트럴파크만한 공원이 예고

 

용산어린이정원은 입장에서부터 까탈스럽다. 관람객이 제한되어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친절하긴 하지만 공무원이 관람객의 신분증을 조사하고 가방을 검색대에 밀어넣고 그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들여다본다. 외국에 나가기 위해 공항에서 통관절차를 밟는 것처럼 귀찮게 했다. 미군 장교와 그 가족들이 아직도 숙소에 살고 있고, 대통령실이 이웃해 있어 이해는 된다. 어린이정원이란 친근한 이름을 붙여놓고 이렇게 확인하고 뒤져야 하는지 입구부터 속상했다. 120년만에 반환이란 거창한 명분을 내걸었지만 막상 구경하려니 아직도 여기가 남의 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용산어린이정원은 미완성작이다.

 

용산어린이정원 주출입구 안내센터 /사진=박차영
용산어린이정원 주출입구 안내센터 /사진=박차영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공원을 어린이들에게 먼저 개방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어린이날에 맞춰 전날인 54일에 개방했지만, 말이 어린이공원이지 어린이를 위한 시설은 딱히 눈에 띠지 않는다. 잔디마당 앞에 대형 토끼 조형물 정도가 어린이 구미에 맞는 것 같고, 커피숍에 어린이들이 좋아할 과자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일단 미군이 돌려줬으니, ‘임시라는 딱지를 붙이고 서둘러 개방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미군은 연병장, 축구장, 야구장, 그런 것들을 먼저 돌려주고, 숙소는 여전히 출입통제구역이다.

용산어린이정원은 지난해 임시개방했던 지역에 잔디도 다시 가꾸고 야생화도 심어 다시 개방한 것이다. 지난해엔 대통령실 근처까지 개방했는데, 올해는 대통령실과의 경계선을 좀더 멀리 밀어 냈다.

 

용산어린이정원 시설안내 /용산공원 홈페이지
용산어린이정원 시설안내 /용산공원 홈페이지

 

미군은 전체 용산부지 243(74만평) 가운데 24%58.4(18만평)의 부지를 반환했다. 우리 정부가 이중 절반인 30(9만평)을 이번에 개방하게 되었다.

어린이정원을 산책하면서 동쪽 지역에 땅을 파헤치고 공사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머지않아 남은 9만평도 개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것까지 합치면 앞으로 3배나 더 넓은 부지를 돌려받게 된다.

전체를 돌려받아 공원으로 조성하면, 면적으로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를 버금가게 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구상으로는 중앙박물관, 전쟁기념관, 용산가족공원을 포함해 용산공원을 303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넓이는 뉴욕 센트럴 파크(341)90%에 해당한다. 1992년에 정부가 용산기지의 일부인 297,520를 반환받아 서쪽에 박물관을 세우고, 그 동쪽에 가족공원을 조성했는데, 둘을 합친 것의 10배나 되는 공원이 예고된 것이다.

용산공원은 북쪽으로 남산공원, 남쪽으로 한강을 끼고 있어 인구 1천만 서울이 숨쉬는 허파 역할을 하게 된다. 뉴욕 센트럴파크는 허드슨 강을 끼고 있지만 산이 없다. 그에 비해 용산공원은 배산임수, 즉 산과 강을 동시에 끼고 있어 센트럴파크에 비해 한수 위다.

 

용산어린이정원 홍보관 /사진=박차영
용산어린이정원 홍보관 /사진=박차영

 

이렇게 훌륭흔 부지는 구한말인 1882년 임오군란 직후 청나라 군대가 잠시 주둔했고, 1904년 러일전쟁을 치르면서 일본군 군사기지가 되었다. 해방 이후 일본군 무장해제를 위해 미군이 용산 군영을 접수했고, 6·25를 계기로 설치된 유엔사령부와 미 8군 사령부가 용산기지에 자리를 잡았다. 러일전쟁을 기준으로 한다면 120년간 외국군 기지였다. 이제 어린이정원을 시작으로 용산공원을 되찾아 가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앞으로 드러날 공원 전체 모습이 그려진다.

 

아파트단지에 둘러싸인 용산어린이정원 /사진=박차영
아파트단지에 둘러싸인 용산어린이정원 /사진=박차영
미군숙소 /사진=박차영
미군숙소 /사진=박차영
잔디마당앞 토끼 조형물 /사진=박차영
잔디마당앞 토끼 조형물 /사진=박차영
대통령실 /사진=박차영
대통령실 /사진=박차영
정자동터 문인석 /사진=박차영
정자동터 문인석 /사진=박차영
잔디마당 /사진=박차영
잔디마당 /사진=박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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