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가 나오기 전에 영국에선 도시마다, 마을마다 시간이 달랐다. 각 고을마다 태양시를 기준으로 시간을 운용했다. 전국적으로 시간을 통일시킬 기계나 장치도 없었다. 또 그럴 필요성도 없었다. 영국 동쪽에서 서쪽 사이에 최대 20분의 차이가 있었다. 그리니치 천문대와 옥스퍼드 사이에는 5분, 브리스톨과는 11분의 차이가 났다.
그 시절에 마차로 이동하면서 도시에서 매번 시계의 시간을 맞췄다. 그래도 큰 불편은 없었다. 19세기초 철도가 등장하고 빠르게 확산되면서 태양시의 불편함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조지 스티븐슨은 1814년 자신이 개발한 증기관차를 스톡턴~다링턴 구간 철도에 시험운행했다. 이후 철도는 혁명적인 수송수단으로 발전했다.
태양시는 농경사회에 적합했다. 이동이 거의 없는 농민이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중천에 뜨면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해가지면 집으로 돌아갔다. 주거지 이외의 이동이 별로 없던 시절이어서 도시별 시차가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열차시대가 되면서 도시별로 운영되던 태양시는 많은 오류를 낳았다. 열차가 서쪽으로 이동할 때 18km마다 시간이 달라졌다. 각 도시마다 열차 도착시간과 출발시간이 달리 짜야 했다.
1840년 11월 영국의 그레이트웨스턴 철도회사가 처음으로 그리니치 천문대의 표준시간(GMT, Greenwich Mean Time)을 철도 시간운영시간으로 채택했다. 시간을 통일하는 것이 철도 운영에 편리하다는 사실이 인식되었다. 철도회사들은 그리니치 시간을 기준으로 각 도시의 시간을 정하자고 주장했다. 1846년 철도회사별로 표준시 채택 붐이 일어났고, 1855년엔 영국 도시와 마을의 95%가 GMT를 채택했다. 1880년 영국정부는 영국의 모든 시간표를 그리니치표준시에 맞춘다는 법령을 공포했다.
초기에는 철도회사가 태양시와 표준시의 차이를 표로 만들어 각 도시와 역에 제공했고, 지역에서는 이를 기존으로 시각을 맞췄다. 그런데 19세기 중반에 무선전신이 발명되었다. 1855년부터는 무선회사가 그니니치 천문대에서 표준시를 타전하면, 각 도시에서 이를 기준으로 시계를 맞췄다.
미국은 영국보다 국토가 넓어 태양시의 차이가 컸다. 1853년 8월에 뉴잉글랜드의 단선철도에서 마주 오던 두 기관차가 충돌해 1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원인은 미국 도시마다 사용하는 시간이 달랐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도시들은 태양시에 맞춰 각기 다른 시간을 사용했다. 열차 기관사는 출발역에서 그곳 태양시에 맞춰 출발했다. 열차가 동쪽 또는 서쪽으로 이동하면 시간이 달라진다. 마주 오는 열차의 기관사도 그곳 출발시에서 태양시에 맞춰 출발했다. 복선철도에는 충돌의 위험이 없지만, 단선철도의 경우엔 시간 계산을 잘못한 기관차들의 충돌 사고가 빈발하게 되었다.
1863년 뉴욕주의 한 학교 교장을 하던 챨스 다우드(Charles F. Dowd)가 학생들에게 시간대(time zone)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1869년에 뉴욕 철도감독관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전달했다. 그의 제안은 수도 워싱턴 DC를 기점으로 미국을 경도 15°마다 4개로 나눠 시간대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미국 의회는 각 도시의 자치성과 관행을 고려해 다우드가 제안한 표준시의 도입에 우물쭈물했다. 인디애나폴리스의 한 언론은 “사람들이 철도 시간에 맞춰 먹고 자고 일하고, 결혼해야 하느냐”며 빈정거렸다.
하지만 철도를 운행하는 기업과 기관사들의 입장에서는 표준시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1883년 11월 18일 미국의 철도 경영인들은 회의를 갖고 4개 권역의 표준시 제정에 합의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미국의 표준시(standard time)다. 이에 비해 미국의 정치인들은 동작이 느렸다. 그들은 이런 불만, 저런 불만을 고려해 의결을 미루다가 시간대가 이미 정착된 1918년에 연방법으로 철도경영자들이 정한 표준시를 입법화했다. 초기에 약간의 혼선이 있었지만, 시간대는 미국인들의 생활에 빠르게 정착되었다.
<참고한 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