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조선을 찾아라”…네덜란드, 원정대 파견
“보물섬 조선을 찾아라”…네덜란드, 원정대 파견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7.20 16: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7세기, 네덜란드와 영국이 조선과의 교역을 원했지만 일본이 방해

 

16세기 대항해시대가 열리고 서양의 배들이 태평양을 오가면서 조선이라는 나라의 존재가 막연하게 유럽에 전해졌다. 16세기 중엽부터 포르투갈인들이 만든 여러 지도에 코레 섬, 코레 열도, 코레아 섬, 코레아 해안 등으로 조선을 지칭하는 지명이 나타났다. 초기 유럽인들은 조선을 섬으로 보았다. 조선이 중국과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대항해 초기에 유럽인들은 조선 땅을 직접 와서 경험하지 못하고 중국인 또는 일본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조선이라는 나라가 있다는 정도의 정보를 전해들은 것이다.

 

서양인들이 조선 땅을 밟은 기록은 16세기말부터 등장한다.

첫 기록은 1582(선조 15) 3월 빙리이(憑里伊)라는 서양인이 제주도에 표착했는데, 곧바로 중국으로 압송되었다. 그의 국적이나 인적사항에 관해 일체 알려진 것이 없다.

두 번째 조선에 도착한 서양인은 그로부터 12년후인 1594년 포르투갈인 신부 그레고리오 데 서스페데스(Gregorio de Cespedes)였다. 임진왜란 때 조선을 침공한 왜병들 가운데 천주교도가 18,000명이나 되었는데, 그는 종군 신부로 조선에 들어와 전쟁 고아들을 돌보다가 1년후 돌아갔다. 그는 종교문제에만 관심을 두었을 뿐, 조선이라는 나라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세 번째는 1604(선조 37) 포르투갈 상인 주앙 멘데스(João Mendes). 그는 경남 통영 산양읍 삼덕항에 표착했다는 사실이 당시 국경수비일지인 등록유초(謄錄類抄)에 기록되어 있다. 당시 34세로 무역상이었던 멘데스는 중국 푸젠(福建)성 사람 16, 일본인 남녀 32, 흑인 1(노예인 듯) 등과 함께 조선 수군에 생포돼 조사를 받고 중국으로 송환되었다.

그 다음이 국내에서 박연(朴淵)으로 알려진 네덜란드인 얀스 벨테프레(Jan Jansz Weltevree)1627(인조 5)에 경주 해안에 표착해 귀화해 결혼까지 했다. 또다른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Hendrick Hamel)이 그후 1653(효종 4)에 조선 땅을 밟게 된다. 두 사람 모두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이었다.

하멜 이전에 표착한 서양인들은 조선을 서양에 알리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박연의 경우 죽을 때까지 조선에 살았지만 그는 하멜을 만나기 이전까지 서양인들과의 접촉도 없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선박 Duyfken 호 모형도 /위키피디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선박 Duyfken 호 모형도 /위키피디아

 

중국에 들어온 서양선교사들은 조선에 대해 약간 스치고 지나간 언급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서술하지 않았다. 선교사 마테오리치, 마르틴 데 라디도 자신의 기록에 조선을 언급했지만, 대단한 내용은 없다. 예수회 선교사 마르틴 마르티나가 1655조선신도’(朝鮮新圖)라는 책을 유럽에서 출간했는데, 그 안에 조선이라는 나라가 있다는 사실만 언급했을 뿐이다.

 

하지만 17세기 들어 네덜란드와 영국이 본격적으로 동방무역에 나서면서 조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유럽의 무역상들에게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새로운 나라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새로운 나라와 교역을 해서 막대한 이익을 올릴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에선 코레아라는 나라에 금, , 동이 풍부해서 짐승까지도 금 목걸이를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았다. 선도적으로 해양진출에 나섰던 네덜란드와 영국에서는 조선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지만, 정확한 정보가 없었다.

 

17세기에 조선에 가장 관심이 뜨거웠던 나라는 네덜란드였다.

1609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일본 히라도(平戶) 무역관장에 자크 스펙스(Jacques Specx)가 부임해 온다. 그는 그곳에서 일본의 무역 관계를 살펴본 뒤, 본국에 보낸 서한에서 주석이 일본에서 많이 팔리는 것으로 보아 코레아에서 인기품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조선과 1년에 서너 차례 무역을 하자고 대마도(쓰시마)에 요구했다고 했다.

자크 스펙스가 대마도에 특사를 보냈다. 당시로선 귀했던 후추 60kg을 들고 대마도를 찾아간 네덜란드 특사는 조선과 교역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대마도 도주가 단호히 거절했다. 이듬해 1610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에게 서한을 보내 조선과 통상하도록 협력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또한 거부당했다. 일본으로선 조선과의 무역에서 얻는 이익을 네덜란드에 넘겨주기 싫었던 것이다.

네덜란드는 대마도 영주가 조선과의 무역권을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직접 탐사대를 꾸려 조선을 탐사하기로 했다.

162249일 바타비야(자카르타)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총독은 조선 탐험대를 파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원정함대는 계절풍이 부는 시기를 놓쳐 원정을 포기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상인 자크 스펙스 /위키피디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상인 자크 스펙스 /위키피디아

 

영국도 조선에 관심을 가졌다. 존 새리스라는 선장은 1614년 자신의 일기에 코리아는 일본에서 50 리그(league)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며, 대마도에서 훨씬 더 가깝다면서 영국산 모직물이 조선에서 잘 팔릴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영국인들도 조선으로 가는 교역로를 찾지 못했다. 게다가 대마도 상인들도 조선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다. 영국도 대마도가 조선과의 교역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峰類說, 1614년 간행)에는 고흥 앞바다에 영국배가 도착해 조선군과 물리적 충돌을 일으켰다는 기록이 있다.

근년에 영결리국(永結利國, 영국) 배가 일본에서 표류해와, …… 그 배는 지극히 높고 커서 여러 층으로 높게 지은 누각과 같아, …… 우리나라 군사가 쳐서 깨뜨리지 못하고 물러가게 했다.”

지봉유설의 기록에 나오는 배가 영국 동인도회사 소속인지, 해적선 또는 사략선인지는 알수 없다. 어쨌든 영국의 조선 접촉 시도는 이렇게 끝났다.

 

그후 네덜란드 상선 드 혼드 호가 방향을 잃고 조선땅에 표착한 일이 있는데, 그때 해안선을 방위하던 조선 수군들이 급습해 교전한 사실를 보고했다. 조선의 해안선 경비가 삼엄하다는 사실을 서양인들이 알게 되었다.

1628년에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총독은 조선과의 직교역을 추진하기 위해 우수한 해군을 동원해 조선 해안을 철저히 탐색하라고 훈령을 내렸지만, 실행은 하지 못했다.

 

동아시아의 해류. 1번이 쿠로시오 해류다. /위키피디아
동아시아의 해류. 1번이 쿠로시오 해류다. /위키피디아

 

1639년 네덜란드는 드디어 코레아 탐험 함대를 편성해 파견했다. 이름 하여 보물섬 탐험대였다. 그들은 조선을 보물이 가득한 곳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해 6월 게스트 함장이 이끄는 엥얼 호르호트호등 2척의 탐험대는 바타비아를 출항했다. 그들은 조선에서 금과 은을 바꾸겠다며 비단과 모직물을 잔뜩 실고 호기롭게 출발했다. 그때 게스트 함장이 가지고 있던 조선 지도에는 전라도와 경상도가 암초들만으로 그려져 있어 당시 네덜란드인들은 조선을 섬으로 인식한 것 같다.

하지만 보물섬 탐험대는 조선을 찾는데 실패했다. 그해 815일 보고서에 북위 40° 200밀렌 서쪽으로 항해한 결과, 일본에서 100 밀렌(마일) 동쪽에 와 있다고 했다. 열흘뒤 보고서엔 선박 2척이 모두 손상되어 탐험대원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코레아 발견은 포기한다.”고 했다.

815일자 보고서를 보면, 네덜란드 배는 쿠로시오黒潮 해류를 잘못 탄 것 같다. 쿠로시오 해류는 동중국해를 거쳐 일본 동남부에서 갈라져 주류는 일본 동쪽으로 흘러가고, 지류가 조선으로 흐른다. 그들은 쿠로시오 해류의 본류를 타고 태평양으로 간 것이다. 그후 곧이어 그들은 배가 파손되어 대만으로 되돌아갔다.

네덜란드는 그후 두세 차례 더 원정대를 파견했지만, 조선을 찾지 못하고 쿠릴열도를 발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서양인들이 조선을 정확하게 알게 된 것은 1553년 하멜이 표착해 13년간 체류하며 조선의 실상을 기록한 책자가 인쇄되어 배포되면서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