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해적의 소굴, 말라카 해협은?
아시아 해적의 소굴, 말라카 해협은?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7.22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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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화물선 피습…14세기부터 해적 기록,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등 4개국 공동정찰

 

우리 국적의 화물선 씨케이블루벨호(44천톤급)22일 오전 4시 싱가포르 해협 입구 100마일 해상에서 해적들의 공격을 받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 화물선은 15노트로 가고 있는데, 해적선은 20노트의 빠른 속도로 따라붙어 7명이 화물선에 올라타 선원들을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아 달아났다. 해적들은 총과 칼로 우리 화물선의 선원들을 위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적 공격으로 선장과 항해사가 타박상을 입었다. 해적들은 현금 13,300 달러(1,500만원 상당)과 선원들의 휴대전화, , 신발등 소지품을 빼앗아 30분만에 도주했다.

 

이번 사건은 말라카 해협의 해적 출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

말라카 해협(Strait of Malacca)은 말레이반도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사이 900km에 이르는 좁은 해상 통로다. 이 해협은 한국, 중국, 일본등 동아시아와 중동 및 유럽을 연결하는 주요한 국제항로로, 연간 10만척 이상의 배가 운항하고 있다. 해협의 폭이 좁아 안개가 짙은 날에는 해난사고가 빈발하는데다 가장 얕은 수심이 25m여서 대형유조선은 수마트라와 자바섬 사이의 순대 해협(Sunda Strait)으로 돌아가야 한다.

 

말라카 해협 /위키피디아
말라카 해협 /위키피디아

 

이 해협에는 오래전부터 해적의 소굴이었다. 중세 이후 인도, 아랍, 페르시아 상인들이 중국과 무역을 하기 위해 이 해협을 지나야 했기 때문에 해적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게다가 말레이반도와 수마트라 섬에는 작은 강들의 포구에 숨을 곳이 많아 해적들이 숨기 좋은 곳이 많다.

말라카해협 해적에 대한 기록은 1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동남아시아에서 해상 생활을 하는 오랑 라우트(Orang Laut)족은 이 해협을 근거지로 약탈을 일삼았다.

14세기 중국 원()나라의 왕대연(汪大渊)은 광저우(廣州)에서 동남아시아 지역을 탐험하고 쓴 도이지략(島夷志略)이란 책자에서 현재 싱가포르와 수마트라 북쪽 사이에 해적들이 출몰하고 있다고 기록했다. 도이지략에는 해적들이 중국 정크선이 서쪽으로 지나갈 때에는 그냥 놓아두었다가 화물을 잔뜩 싣고 돌아올 때 덥치며, 그들의 공격을 받은 배가 200~300척이 되었다고 쓰여 있다.

16세기 이후 서양인들이 동아시아 무역로를 개척하면서 약탈 대상은 유럽의 배가 되었다. 17~19세기에 유럽과 아시아의 무역이 향료, 도자기, 차 등으로 확대되면서 해적활동도 증가한다.

이 해협은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이 순차적으로 진출하는데, 1830년 영국과 네덜란드는 해협의 가운데에 선을 그어 정찰활동을 벌이기로 협정을 체결했다. 그 선은 영국과 네덜란드의 식민지 경계선이 되었으며, 현재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정찰 경계선이 되고 있다.

 

말라카 해협에 해적선으로 추정되는 다우(dhow) 선 /위키피디아
말라카 해협에 해적선으로 추정되는 다우(dhow) 선 /위키피디아

 

현대에 들어 동아시아 교역량이 증가하면서 말라카 해협의 해적활동도 활발해졌다. 20019·11 테러 이후 미국이 해적과 테러리스트를 분리, 대응하면서 오히려 해적활동이 급증했다. 전세계 해상의 보안관 역할을 하던 미 해군이 중동 테러리스트 진압과 감시 작전에 투입되면서 말라카 해협에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말라카 해협에 해적활동이 급증하면서 2004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등 4개국은 이 지역에 정찰활동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각국의 사정이 다르다. 싱가포르는 4개국 이외에 외국의 정찰 지원을 요청했다. 싱가폴이 차여를 희망한 외국은 미국 등 서방국가를 의미한다. 이에 말레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이에 반대했다. 하지만 해상정찰 활동에 충분한 병력이 없는 인도네시아 해역에서 해적들의 공격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2004년 해적의 공격을 받은 사례가 싱가포르 해역에서 8, 말레이시아 해역 9, 태국 해역 12건이었는데 비해 인도네시아 해역에서 93건이나 발생했다.

2006년 인도가 자국령인 앤더만과 니코바 제도(Andaman and Nicobar Islands)의 보호를 위해 해군을 투입했다.

최근에는 주변 국가들의 감시활동이 강화되면서 말래카 해협의 해적이 급감하는 추세였다. 말레이시아 국방부는 주변 4국의 협조로, 2010년에 말래카 해협의 해난사고(해적 포함)가 전무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가 국제통계를 입수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해적 피해(1분기 기준)201541, 201619, 201724, 201822, 20198건으로 급감하는 추세가 완연하다.

 

이번 한국국적 화물선에 대한 해적은 좀도둑 성격이 강하다. 해적들이 갈취한 돈이 겨우 1,500만원에 불과하고, 휴대폰과 옷가지등을 빼앗아 달아났다. 말라카 해협 4개국의 공동감시와 정찰이 강화되면서 해적들도 생계형 좀도둑으로 변한게 아닐까,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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