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르바예프, 맏딸을 카자흐 후계자로 삼을까
나자르바예프, 맏딸을 카자흐 후계자로 삼을까
  • 아틀라스
  • 승인 2019.03.22 1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녀 다리가, 권력서열 2위 상원의장에 선출…전 사위 스캔들이 걸림돌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Nursultan Nazarbayev) 대통령은 옛 소련이 해체되기 직전인 1989년에 카자흐 공산당 제1서기에 선출되면서 최고 권력자가 되었고, 19904월에 대통령에 당선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그는 구소련 시절부터 독립 이후까지 무려 30년이나 카자흐의 최고통치지로 군림해 왔다.

그는 현지시각 19일 오후 7, 대국민연설을 통해 전격적으로 대통령직 자진사임을 발표했다. 나이가 올해로 79세로 고령인데다 건강 악화 등으로 딸에게 정권을 이양할 것이라는 소문이 예전부터 돌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그의 전격 사임 발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정권 이양 기간도 짧다. 그는 다음날인 20일에 상원의장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Kassym-Jomart Tokayev, 65)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긴다고 밝혔고, 그가 지정한 날에 토카예프가 대통령에 취임했다.

카자흐 헌법에는 선출직 대통령이 사임하면 대통령 권한은 상원의장에게 넘어가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임시 대통령은 개헌안을 발의할 수는 없다.

 

카자흐스탄 위치 /위키피디아
카자흐스탄 위치 /위키피디아

 

 

하지만 카자흐 현지에서는 나자르바예프는 대통령직에서만 사임했을 뿐 막후에서 여전히 상황으로 군림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코트라 카자흐스탄 알마티 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나자르바예프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집권당 대표를 맡고 있고, 국가안전보장회의 의장직은 유지하고 있다. 집권 누르오탄 당은 의회 전체 의석의 86.7%를 차지하는 거대정당이며, 나자르바예프가 당대표로 있는 한 기존 정책의 수정, 쿠테타 등의 위험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는 군대와 경찰의 통제권과 국가안보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기관으로 헌법상 대통령만 의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위키피디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위키피디아

 

 

결국 나자르바예프는 대통령의 권한을 쥐고, 토카예프를 앞세워 후계구도를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토카예프의 임기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잔여 임기인 내년 4월까지다.

토카예프는 두차례 외무장관과 총리를 지냈으며, 상원의장을 두 번 지내며 나자르바예프의 최측근 인사로 지목되어 왔다. 토카예프는 임시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민족지도자(엘바시)인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의견이 국가 전략 결정에서 우선적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면서 "엘바시의 전략 노선을 계승하는데 모든 지식과 경험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어 임시 대통령은 수도 아스타나(Astana)의 명칭을 나자르바예프의 이름을 따 누르술탄(Nursultan)으로 바꾸자고 제안했고, 상하원은 곧바로 합동 회의를 열어 아스타나를 누르술탄으로 개명하는 법률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임시대통령 /위키피디아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임시대통령 /위키피디아

 

 

주목할 대목은 나자르바예프의 맏딸 다리가 나자르바예바(Dariga Nazarbayeva, 55) 상원의원이 상원의장에 선출됐다는 사실이다. 카자흐에서 상원의장은 권력서열 2위인데, 이날 상원은 비밀투표에서 44명 만장일치로 다리가를 의장으로 뽑았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장녀 다리가가 나자르바예프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을 보도했다.

하지만 곧바로 내년에 치러질 대선에 다리가를 후계자로 지명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리가의 전남편 라핫 알리예프(Rakhat Aliyev) 사건의 여진이 카자흐 국민들의 인식에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다리가 나자르바예바 /위키피디아
다리가 나자르바예바 /위키피디아

 

 

나자르바예프의 사위가 된 알리예프는 카자흐 정보기관 고위간부였는데, 그의 행동이 국제적인 스캔들로 번졌다. 2004년 레바논 베이루트의 한 고층건물에서 알리예프의 연인이라 주장하는 여인이 투신자살한 사건에서 남편은 세계를 시끌벅적하게 했다. 2007년 오스트리아 주재 대사를 역임할 때 그는 장인이 종신대통령이 되기 위해 헌법을 개정하려 한다며 비난했다. 장인인 나자르바예프는 곧바로 사위를 소환했지만, 오스트리아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다리가는 그와 이혼했다. 곧이어 카자흐 검찰은 알리예프가 자국 은행 누르방크의 행장과 부하직원을 납치, 살해한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렸다.

2011년 알리예크가 납치했다는 이들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알리예프는 혐의를 부인하며 잠적했다가 오스트리아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오스트리아는 카자흐 정부의 두 차례 송환요청을 거부하면서 그에 대한 재판을 열어 알리예프를 구속했다. 20152월 알리예프는 오스트리아 교도소에서 자살했다.

아직도 전 사위의 반역행위와 그릇된 행적이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아버지 나자르바예프가 맏딸에게 권력을 넘겨주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1년 동안 카자흐 상왕으로 물러난 나자르예프의 고민이 깊어질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