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쥐었다 풀었다 하면, 우리는 더 어렵다
일본이 쥐었다 풀었다 하면, 우리는 더 어렵다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8.08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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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규제할 경우 일본이 더 큰 손해…장기적으로 한국산업 어렵게 하자는 속셈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로 지정하며 한달여 이상 묶어 두었던 3개 품목 가운데 EUV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다. 일본과 전면적은 경제전쟁이 벌어질 것이라 우려하던 우리 정부는 내심 반기는 모습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8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면서 어제 일본정부는 백색국가 제외 시행세칙을 발표하면서 기존 3개 품목 이외의 규제품목을 지정하지 않았다면서 수출규제 3개 품목의 하나인 EUV 포토레지스트의 한국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이 말을 하고, 논의 내용은 비공개에 붙였다.

이어 홍남기 부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일본을 화이트 국가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시행하려다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일본이 속도조절을 하는 것이 눈에 보이므로, 우리도 그에 맞춰 속도를 맞춘다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일본이 수출규제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실제 피해가 없을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3개 품목을 개별허가품목으로 바꿨을 때부터 우리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단기대책부터 장기대책까지 준비하고 발표해 왔다"면서, "일본이 이 사태를 어디까지 끌고 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도 했다. 대통령은 이어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살아있다면서 "정부는 외교적 노력을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의 속도조절은 예상이 된 일이다. 반도체 핵심부품 3가지의 한국 수출을 전면중단할 경우 전세계 반도체 생산의 70%를 생산하는 한국 반도체 공장이 조만간 문을 닫을 것이고, 그때엔 세계적인 파동이 온다. 일본 전자업체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미국의 전략물자 공급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그럴 경우 비난은 일본 정부에게 쏟아진다.

 

이낙연 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며 일본이 규제하던 품목을 처음 허가했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
이낙연 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며 일본이 규제하던 품목을 처음 허가했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

 

일본이 이런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결국은 찔끔찔끔 수출허가를 내주면서 한국 기업들을 애먹이고, 한국 상시적으로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다.

오히려 일본이 이 작전을 쓰면 우리로서는 힘들어진다. 일본은 적절하게 부품을 공급하면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공장이 돌아가게 하지만, 물량을 조절할 것이다. 수도꼭지처럼 죄었다 풀었다 하면서 압박하면 우리 산업은 장기적으로 힘들어진다.

한국이 필요한 소재 물량의 80%만 주게 되면, 나머지 20%의 물량은 중국이나 대만의 반도체 산업이 성장할 기회를 주게 된다. 이렇게 2~3년을 가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빈 자리를 다른 나라에서 메우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부품소재산업을 국산화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데, 그 제품의 국산화 성공에 적어도 1~2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 사이에 한국 반도체 산업이 가라앉으면, 부품국산화에 성공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일본의 그런 의도는 벌써부터 보인다. 일본이 묶어 놓았던 3개 부품 중 하나를 처음 허가했다고 총리가 운을 뗀 그날, 세코 히로시게 일본경제산업상은 "3개 품목 이외에도 개별적인 부적절한 사례가 나오면 허가 대상으로 추가하는 조치를 강구하겠다우회무역이나, 목적외 수출 등의 전용 사례가 없도록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수출 규제를 완전히 푼 게 아니고, 여진히 규제 카드를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한 품목에 대해 첫 허가이지만, 일본의 이번 조치는 자국내 도는 국제적인 비난을 완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외교적으로 노력한 결과는 아니다.

마주보고 격하게 달리다가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취했지만, 결국은 일본이 목줄을 쥐고 있겠다는 속내를 비춘 것으로 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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