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상인(商人)의 나라다. 상인은 중국 역사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유교적 철학이 지배하던 시절에도 상인들은 밑바닥에서 움직였다.

중국 상인들은 <삼국지>(三國志)의 최고 무장 관우(關羽)를 재물의 신(財神)으로 숭상한다. 관우의 고향이 산시(山西)성인데, 산시성은 명·청조 상인의 대명사인 진상(晋商)의 본거지였다 아마도 진상들이 먼 곳에 장사를 떠나면서 관우가 보호해 주길 바라면서 신으로 모신 것 같다.

관우가 중국상인들에게 재신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세 가지다.

① 관우는 생전에 이재에 매우 밝고 회계업무에 뛰어났으며, 필기법(筆記法)을 설계해 일청부(日淸簿)를 발명했다. 후대 상인들은 이 계산방식을 사용했으며, 관우가 회계의 전문가라고 인정했다.

② 관우는 상인들이 매우 중시하는 신의를 갖추고 있다.

③ 전설에 따르면 관우가 죽은 뒤에 진신(眞神)으로 다시 돌아와 전쟁을 도와주어 승리를 얻었다. 상인들은 언젠가 사업이 좌절되었을 때 관우처럼 재기하여 최후의 성공을 얻기를 희망했다. 이러한 신앙은 청대에 숭배로 성행했다.

 

 

한자로 상업(商業)의 어원은 중국 고대 상(商)나라에서 유래했다. 중국 고대의 상(商)나라는 은(殷)나라다. 은(殷)나라는 주(周)에 의해 멸망하고, 상나라 지배계층은 주나라의 피지배계층이 된다. 상나라 지배층이 생계를 위해 장사를 시작했다. 그래서 상나라 유민들의 업(業), 즉 상업이라 했다고 한다.

한때의 지배층이 피지배 계급으로 몰락하면 장사를 하는 경우가 흔하다. 유태인 국가가 멸망한후 전세계로 흩어진 유태인들이 상업에 종사하면서 유태인 상인이 태어났다. 고려가 멸망한후 몰락한 고려의 지배층들이 살아가기 위해 상단을 꾸려 개성상인이 되었다.

 

중국 역사에 상인은 고대에서부터 등장한다. 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貨殖列傳)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대체로 산서(山西)에서는 목재, 대나무, 닥나무(穀), 삼(纑), 검정소(旄), 옥석(玉石)이 많이 나고, 산동(山東)에는 물고기, 소금, 옻, 실(絲)과 가무에 능한 여자가 많다. 강남(江南)에서는 녹나무(枏), 가래나무(梓), 생강, 계수나무(桂), 금과 주석, 납, 단사(丹砂), 무소(犀), 대모(玳瑁; 바다거북의 일종), 진주, 짐승의 이빨과 가죽 등이 많이 난다. 용문(龍門)과 갈석(碣石)의 북쪽에는 말, 소, 양, 모직물과 가죽, 짐승의 힘줄과 뿔이 많이 난다. 구리와 철 광산은 천리 사방에 바둑돌을 놓은 것처럼 퍼져 있다. 이것이 대략적인 형세이다.

이 물산들은 모두 중국(중원) 지역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이자 습관적으로 입는 옷, 음식, 양생, 장례에 필요한 것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농민은 먹을 것을 생산하고, 우인(虞人)은 산림, 호수, 바다에서 나는 산물을 개발하고, 장인은 물건을 만들며, 상인은 그것들을 유통시킨다. 이런 것들을 무슨 명령이나 교화에 따라 그렇게 때맞추어 내보내겠는가? 사람들이 각자 그 능력에 맞게 있는 힘을 다해 얻고자 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화식열전의 ‘화(貨)’는 재화(goods)를, 식(殖)은 ‘불어난다’는 것으로, 재산증식이란 뜻이다. 중국 최고(最古)의 사서인 <사기>에서도 상인들이 고대에서부터 나타나 각지의 특산물을 유통시키며 활동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강태공(姜太公)은 주(周) 무왕을 도와 상나라를 무너뜨리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는데, 그는 제나라에서 상공업을 일으킨 원조다. 강태공은 제나라에서 바닷소금을 제조해 내륙지방에 팔고, 부녀자들을 모아 길쌈을 하게 해 방직업을 일으켰다.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유명한 춘추전국 시대의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도 상인 출신이었다. 관중과 포숙아는 시장에서 함께 생선 장사를 하면서 관중이 포숙아보다 배 이상의 돈을 가져갔는데, 다른 사람이 이를 비난했다. 그때 포숙아는 “관중은 구구한 돈을 탐해서 나보다 배나 많은 돈을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다. 그는 집안이 가난하고 식구가 많다. 내가 그에게 돈을 더 가지고 가도록 사양한 것이다. 그대들은 오해하지 마라”며 친구 관중을 변명했다고 한다. 그들은 장사를 하다가 제나라 관료로 영입되어 나간다.

공자의 제자 중에 경제력이 뛰어났던 인물이 자공(子貢)이다. 돈과 거리가 먼 공자가 14년 동안 천하를 주유할 적에 자공은 그 일행의 경제적 뒷받침을 했다. 자공은 보석을 거래해 부자가 된 사람이다. 자공은 수레를 이끌고 제후들에게 보석을 팔아 큰 수익을 남겼다. 상업활동은 한 덕분에 자공은 공자의 다른 제자들보다 국제 감각과 언어에 능통했으며, 위나라에서 재상을 지내기도 했다.

전국시대의 분열을 통일한 진시황과 여불위(呂不韋)의 스토리는 많이 알려져 있다. 여불위가 대상인이었다. 그는 국경을 넘나들며 장사를 했으며 이를 통해 거금을 모아 진(秦)의 상국이 되었다.

수당(隋唐) 교체 시기에 목재상인이었던 부친인 무사확(武士貜)이 이연(李渊) 부자가 태원(太原)에서 군사를 일으켰을 때 막대한 자금을 제공했다. 당 고조가 된 이연은 무씨의 재력에 힘입어 천하를 얻게 되었고, 무사확의 딸이 당태종에 시집가니, 나중에 무측천(武则天)이다.

 

중국의 영토가 강남으로 확장되면서 중국 상인들의 활동영역도 커졌다. 중국 상업이 크게 발달한 것은 대운하라고 할수 있다.

대운하는 수양제(隋煬帝)의 공이다. 연인원 550만명을 동원해 20만명의 사상자를 낸 끝에 대운하가 뚤렸다. 수양제는 호화 선박을 타고 양저우(揚州)를 세 차례 찾았다. 수나라는 대운하를 파고난후 멸망했지만, 대운하는 중국 남부와 북부의 물산을 유통하는 대동맥이 되었다.

양저우는 총 연장 1,600㎞의 대운하가 양쯔강과 만나는 곳의 도시다. 풍부한 강남의 물자와 북방의 물자가 장강을 타고 올라온 물자가 양저우에서 모여 북경을 향해 북상한다. 중화제국의 급소에 해당하는 곳이다.

청(淸)나라 강희제는 여섯 차례, 그의 손자 건륭제도 여섯 차례나 대운하를 따라 남순을 거행해 양저우를 찾았다. 황제의 방문은 지역 경제를 부흥시켰다. 그 곳 출신들이 만든 상인 집단이 휘상(徽商)이다.

명청(明淸) 시대에 중국 상업계는 진상(晋商)과 휘상(徽商)이 휘어잡는다.

진상은 진(晋)나라 상인이라는 뜻으로, 춘추전국시대에 진(晉)나라 영토였던 오늘날의 산시(山西)성을 본거지로 하기 때문에 진상 또는 산서상인이라고도 했다.

휘상은 안후이성(安徽省) 휘주부(徽州府) 지역에 적을 둔 상인을 말하며, 신안(新安)상인, 휘방(徽帮)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중국 상인들은 청말 대변란에 몰락한다. 청나라가 망하고 중일전쟁을 거치면서 중국의 상인은 몰락하고, 중국 공산당 정권이 수립되면서 상업은 그 뿌리가 흔들렸다. 하지만 중국 상인들은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과 함께 다시 살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