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디지털세 논란…미국과 통상마찰 비화
프랑스 디지털세 논란…미국과 통상마찰 비화
  • 이인호 기자
  • 승인 2019.08.1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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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상원 통과, 시행 앞둬…미국 반발, 아마존은 부과세율만큼 기업에 부담 결정

 

페이스북은 아일랜드에 유럽 본사를 두고 있는데, 프랑스 기업에게서 얻은 광고 수익에 대해 프랑스 정부에 세금을 내야 할 판이다. 페이스북은 아일랜드에서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데, 프랑스에 또 세금을 물어야 하니, 억울하단다. 프랑스는 우리 기업에게서 수익을 내니, 당연히 세금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디지털 세계가 만들어낸 풍경이다. 지구상에 하나의 온라인망이 형성되고, IT 기업은 그 온라인망 또는 인터넷을 활용해 사업을 한다. 이에 비해 국가는 국경이 둘러싼 폐쇄적 공간에서 세금을 걷게 된다. 온라인 세계와 전통적 국가의 과세가 부딪치는 현장이 바로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세(digital tax)의 문제다.

 

배경은 디지털 분야에서 뒤진 유럽이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미국 IT기업을 견제하면서 발생했다.

코트라 파리무역관이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2018321, EU 집행위원회가 디지털세 부과 방안을 제안했다. 이 방안은 2020년부터 연매출 75,000만 유로 이상이거나 유럽 내 매출액 5,000만 유로 이상인 IT 기업에 연 매출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한다는 것이다. 디지털세는 대표적인 글로벌 IT 그룹인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페이스북(Facebook), 애플(Apple)의 이니셜을 따서 GAFA법으로 부르기도 한다.

해당 기업은 130~150개에 이르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미국 기업이다. 이에 디지털세 부과를 반대하는 미국과 유럽 국가 사이의 외교적 긴장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28개 회원국 간의 이해관계가 달라 EU 차원의 대안으로는 실현되지 못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등의 국가는 찬성했다. 하지만 자국에 해당 IT기업의 본사를 두고 있는 아일랜드(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룩셈부르크(아마존), 스웨덴(스포티파이) 등의 국가는 반대했고 미국의 관세 보복을 우려하는 독일, 핀란드 등은 유보적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프랑스 독자적으로 디지털세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의 브뤼노 르 메르(Bruno Le maire) 재무장관은 올해 122일 프랑스만의 독자적인 디지털세 법안 도입을 발표했고 711일 프랑스 상원에서 최종 의결되었다.

이에 따라 프랑스에서는 연 수익 75,000만 유로 이상이면서 프랑스에서 2,500만 유로 이상의 수익을 내는 글로벌 IT 그룹에 대해 프랑스 내 총 연 매출의 3%를 과세하며, 201911일분부터 소급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 법안으로 20194억 유로, 202045,000만 유로, 202155,000만 유로, 202265,000만 유로 규모의 세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이 가만 있지 않았다. 미국은 프랑스의 디지털세 부과 법안을 비판하며 보복관세를 예고했다. 710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성명을 내고 프랑스 디지털세가 미국 기업들에 대한 불공정 조치인지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726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마크롱의 어리석음에 대응할 상호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며 프랑스 와인을 언급하며, 보복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과세대상 기업인 미국 아마존은 82일 자신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프랑스 중소기업들에 대해 101일부터 수수료 3%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은 자신에게 부과될 세금을 프랑스 기업에게 부담시키겠다는 것이다.

 

자료: KIEP
자료: KIEP

 

일단 법안 시행만 앞두고 있는 프랑스는 미국과 협상을 희망하고 있다.

프랑스의 브뤼노 르 메르(Bruno Le maire) 재무장관은 727일 기자회견에서 디지털세가 미국의 특정 기업을 표적으로 하지 않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서 824~26일 프랑스 비아리츠(Biarritz)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에서 디지털세를 의제로 채택할 계획이며, 그 전에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18일 프랑스 샹티이에서 폐막한 G7 재무장관 회의 섬명에서 디지털세 부과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포함되었다. G7은 원칙적 합의를 바탕으로 국가 간 과세권 배분 원칙과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등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고 2020년에는 OECD 차원에서 세부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코트라 파리무역관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도 미국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세 부과를 강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한 편이라고 한다.

 

프랑스 IT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세법 전문 변호사 앙투안 콜로나 디스트리아(Antoine Colonna d’Istria)구글,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수익이 충분해 디지털세가 큰 부담이 되지 않지만, 프랑스 기업들에는 디지털세는 언젠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스타트업 활성화를 추구하는 프랑스 정부의 입장에서 일관성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은 먼저 나선 프랑스와 미국의 대응과정을 지켜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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