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TB금리 역전, 신흥시장에 더 위기 신호
美 TB금리 역전, 신흥시장에 더 위기 신호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8.1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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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제, 2년후 침체 경고…달러 강세로 신흥국에 자본 이탈 가능성 높아

 

시장이 뒤집혔다. 싸야 할 물건이 비싼 물건보다 더 비싸졌으니, 이상한 일이다.

14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TB: Treasury Bond) 수익률이 장중 한때 1.623%까지 떨어지면서 2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1.634%) 아래로 내려갔다. 10년물과 2년물 수익률이 0.01%포인트(1bp) 역전된 것이다.

만기가 긴 채권은 단기 채권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것이 통상적이다. 그런데 그런 일관성이 이날 순간적으로 깨진 것이다.

이 짧은 역전은 뉴욕시장의 패닉을 불러일으켰다. 다우존스 지수는 800포인트(3.05%) 급락했다. 올들어 하루 하락폭으로 최대다. 다른 지수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폭락했다.

월가 참여자들이 발작적 현상을 보인 것은 과거의 사례 때문이다. 지난 50년간 미국의 경기사이클을 관찰하면 국채 수익률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2년 정도 후에 경기침체가 왔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등 미국 경제미디어들은 이미 며칠전부터 TB 단기물 수익률(금리) 상승 현상에 대해 위기론을 제시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숙지한 상태에서 이날 역전을 바라보고 주식을 던진 것이다.

30년 만기 국채(TB) 수익률도 이날 장중 2.01% 선까지 하락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5일 아시아 시장에서 TB 30년물의 수익률은 1.9689%2%이하로 떨어져 또다시 뉴스를 만들어냈고, 도쿄 증시등 아시아 증시들이 줄줄이 폭락했다.

 

그래픽=김현민
그래픽=김현민

 

월가 경제분석가들은 2년물과 10년물 수익률 역전은 200512월 이래 처음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당시 수익률 역전 이후 2년반 후인 20089월에 리먼브러더스 파산위기에 연동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쳐왔다.

뉴욕금융시장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50년 동안에 TB 금리 역전 이후 미국의 경기침체가 왔으며, 예외는 딱 한번 있었다고 한다. 대체로 금리 역전 이후 22개월 후에 경기침체가 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면 2021년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는 예측이 나온다.

재닛 옐런 전 Fed 의장도 좋지 않은 신호라고 말했고,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도 시장을 휩쓸고 있는 비관론의 물결이 있다"고 언급했다.

경제전문채널 CNBCTB 수익률 역전 현상이 일어나면 18개월간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 사이에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하느라 대량의 해고가 발생하고, 신용 하락이 이어지면서 서서히 경기하강 국면으로 나아간다고 진단했다.

TB 수익률 역전이 반드시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것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월가 투자가들은 과거의 사례보다 더 명확한 것이 없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그래픽=김현민
그래픽=김현민

 

문제는 신흥시장이다. 미국 경제가 2년후에 침체에 돌입해도 짧게 그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최근의 글로벌 경제상황을 보면, 신흥시장의 타격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보인다.

그 이유는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신흥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아르헨티나에서 이번주초에 대선예비선거에서 좌파 후보가 득세하자 주가가 50% 가까이(달러기준) 폭락하고, 터키 리라화, 남아공의 랜드화도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 원화도 신흥시장에 묻혀 하락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대안으로 중국 당국이 위안화를 절하하는 것도 신흥시장에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응해 위안화 값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안화 하락이 반드시 중국에 이로움만 주는게 아니다. 위안화든, 외국 돈이든 중국에 잠겨 있는 자금들이 대거 중국 땅을 빠져나가는 자본이탈 현상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 1998년 아시아 통화위기 도미노현상은 달러 강세의 상황 속에서 벌어진 바 있다.

위안화 하락은 신흥시장의 통화하락을 위협하고 있다. 결국은 약한 고리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그곳이 아르헨티나인지, 터키인지, 남아프리카공화국인지는 그 나라의 방어역량에 달려 있을 뿐이다. 세계 통화시장의 큰 손인 일본의 와타나베 아줌마들(Mrs. Watanabe)이 지난해 터키 리라화에서 데었기 때문에 신흥시장 통화에서 손을 뗀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 금융시장이 트림하면, 신흥시장은 경기를 일으키는 게 글로벌 현상이다. 앞으로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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