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우리 할머니들이 농삿일에, 부엌일에 시달리다 저녁에는 밤늦게까지 삼베를 짰다. 삼베를 짜느라 손이 갈라지고, 잇몸이 상하는 일이 흔했다. 험한 노동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그 고생스런 일을 하는 사람을 구경하기 힘들다. 싸고 질 좋은 옷감이 공장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서 이 옛 풍습을 보전하기로 했다. 이제는 보호 대상이 된 것이다.
문재청은 ‘삼베짜기’를 국가무형문화재 신규 종목으로 지정 예고하고, (사)안동포마을문화보존회(경북 안동)를 보유단체로 인정 예고했다.
삼베는 땀을 빨리 흡수하고 건조가 빠르며, 통풍이 잘되고 열전도성이 커서 시원할 뿐만 아니라 마찰에 대한 내구성이 커서 세탁할 때 손상이 적은 장점 때문에 일찍부터 선조들이 손수 길쌈을 통해 입어온 옷감이다. 그 가운데서도 이번에 인정 예고된 보유단체가 속한 경북 안동 지방에서 생산하는 안동포는 조선 시대 궁중 진상품이었으며 지방특산물로 지정되어 널리 알려져 있다.
제12차 무형문화재위원회는 ‘삼베짜기’를 국가무형문화재 신규 종목으로 지정하고, 전승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특정 개인을 보유자로 지정하기보다는 보유단체(보유자 없는 보유단체)를 지정해 전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삼베짜기’는 대마라는 섬유 원료에서 삼베라는 직물을 짜는 모든 과정을 말하는 것으로, 예부터 개인이 아닌 마을 사람들의 협업을 통해 생산되고 후대로 전승된 집단적 기술이기에 2017년 4월 보유자 없는 보유단체로 전환된 ‘명주짜기’(국가무형문화재 제87호)와 같이 특정 보유자는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삼베짜기의 보유단체로 인정 예고된 (사)안동포마을문화보존회는 삼베짜기 전통기법을 잘 보존하고 있고, 뛰어난 기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역 공동체의 전통 길쌈문화를 잘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전통 옷감짜기와 관련한 국가무형문화재로는 ‘나주의 샛골나이’(국가무형문화재 제28호), ‘한산모시짜기’(국가무형문화재 제14호), ‘곡성의 돌실나이’(국가무형문화재 제32호), ‘명주짜기’(국가무형문화재 제 87호) 등 4건이 있다. 이 중 ‘명주짜기’는 2017년 4월 보유자 없는 보유단체로 전환되었다.
보유자 없이 보유단체만 인정된 국가무형문화재는 현재 13건으로, 구례잔수농악, 영산쇠머리대기, 영산줄다리기, 석전대제, 면천두견주, 명주짜기, 제주민요, 연등회, 법성포단오제, 삼화사 수륙재, 진관사 수륙재, 아랫녘 수륙재, 불복장작법 등이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과 무형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삼베짜기’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과 (사)안동포마을문화보존회의 보유단체 인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