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인들은 사비시대에 어떤 건물을 짓고 살았을까.
(재)백제고도문화재단(원장 박종배)이 부여 화지산유적(사적 제425호) 발굴조사의 2차 성과를 발표했다. 발굴현장은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101-2 일대다.
이번 발굴에서 건물지 외곽의 배수구에 무너져 내린 기와를 제거하면서 건물지의 적심시설과 기단시설이 새롭게 발견되었다.
특히 기와 하부에서는 벽체의 심벽(心壁, 기둥 중심을 기준으로 골조를 도드라지게 만든 벽체)으로 추정되는 목탄흔적이 확인되었다. 목탄은 비교적 큰 굵기의 다듬은 각재를 사용하여 가로 72㎝, 세로 36㎝의 사각 틀을 만들고 내부에는 싸리나무 종류의 얇은 나무로 세로 13줄, 가로 1줄로 엮어 놓은 상태이다.
발굴팀에 따르면, 심벽에 목탄을 쓴 것은 콘크리트에 철근을 쓰는 것처럼 벽을 튼튼히 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목탄의 재질이 어떤 수종인지는 추후 연구를 통해 분석할 예정이다.
또 2018-1호 건물지와 2019-1호 건물지의 서쪽 배수구에서 물을 이용한 의례 관련시설로 추정되는 유구도 확인되었다.
출토유물은 기와류가 주를 이루었는데, 연꽃무늬(蓮華文, 연화문) 수막새, 도장이 찍히거나 글씨가 새겨진 기와 등이 출토되었다. 이 중 ‘百十八(백십팔)’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암키와는 기와가마에서 기와를 납품할 때 수량을 세었던 의미로 보인다. 이밖에도 사비백제 후기의 소형 토기인 완(구워 만든 용기), 뚜껑, 대부완(물건을 저장하는 질그릇) 등과 기대 조각, 수각이 달린 대형 토기 조각, 등잔, 중국제 녹유자기, 연가(煙家, 연기를 배출하는 굴뚝) 조각 등이 출토되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6차 조사에서 사비백제의 초석(주춧돌)건물지 3동이 확인되었다. 이때 두 칸 이상인 건물지 1동과 한 칸인 회랑(回廊, 지붕이 있는 긴 복도)형 건물지 2동이 발굴되었다. 이들 건물지들은 지난 2018년 5차 조사에서 확인된 초석건물지 3동과 일렬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