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기업 리쇼어링에 승부 건다
프랑스, 기업 리쇼어링에 승부 건다
  • 이인호 기자
  • 승인 2019.09.10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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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창출, 경제 활성화에 방점…기업들, 소비자 반응에 능동 대처 위해 귀국

 

프랑스의 유명한 차() 제조회사인 코스미 티(Kusmi Tea)사는 중국과 모로코에 두었던 공장을 노르망디의 르 아브르(Le Havre)로 이전했다. 프랑스에서는 코스미 티의 공장 귀국을 대표적인 리쇼어링(re-shoring)의 사례로 꼽는다.

코스미 티는 공장 이전후 100% 프랑스산이라고 홍보함으로써 명품 티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매출액도 상승하고 있다. 이 회사는 1867년 러시아인 파벨 쿠스마코프(Pavel Kousmichoff)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창업한 차 회사로,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자 프랑스로 이전한 회사다. 현재 오너는 그룹 오리엔티스(Groupe Orientis).

쿠스미 티는 노르망디에 이전해 공장기계화를 도입한 덕분에 모로코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비용을 절감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쿠스미 티 매장 /파리 무역관
쿠스미 티 매장 /파리 무역관

 

프랑스가 해외에 진출한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본국으로 되돌리는 기업 유턴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 방안으로 리쇼어링이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증마크/코트라
인증마크/코트라

 

코트라 파리 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집권 당시에 내수경기 활성화 및 내국인 일자리 보호를 위해 생산제품의 원산지를 표기하는 ‘Made in france’ 정책을 수립, 발표했다. 이후 2011519일 프랑스 국회는 프랑스 원산지 인증제도’(Origine France Garantie)를 공식적으로 채택해 시행에 들어갔다.

이 제도는 자국 생산제품 보호, 소비자에게 제품 원산지 정보 제공 및 프랑스산 제품의 수출촉진을 목적으로 마련되었으며, 소비재 관련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인증 조건은 제품 단가의 50~100%가 프랑스에서 이뤄져야 하며 제품의 주요 구성요소는 프랑스에서 생산돼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의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많은 기업들이 해외 공장을 국내로 이전하고 있다. 볼레(Volet) 사는 2017년에 루마니아 공장을 프랑스로 옮겼는데, 귀국후 시장 반응에 보다 유동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이 되었다고 한다.

파리 듀팡 대학의 경제학 교수 엘무호드는 리쇼어링을 통해 불량품 재처리, 장거리 물류운송 리스크, 물품 보관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숨겨진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특히 화장품이나 농산물 및 섬유 제품들은 유행에 민감하고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면서 프랑스산 제품이 갖는 경쟁우위를 강조했다.

 

<프랑스 기업의 리쇼어링 사례 >

 

업체명

취급품목

기존에 위치하던 국가

SaintGobain PAM(2019)

제조업(금속)

독일

Aspen(2019)

제약

스웨덴, 오스트리아

Bati-Rénov(2018)

제조업(고무, 플라스틱)

루마니아

BLM(2018)

제조업(전기)

아시아

Jallatte(2018)

제조업(가죽, 신발)

튀니지

Famoco(2018)

제조업(컴퓨터, 전기 기기 등)

중국

Rossignol(2010)

제조업(스키용품)

타이완

Kusmi Tea(2009,2017)

차(식용)

중국,모로코

 

 

프랑스 정부는 기업들의 리쇼어링을 단순 애국심에 호소하기보다 스마트 경영전략의 결과라고 평가한다. 기업들이 프랑스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산을 한 결과로 생산비용이 비싸지게 되는 것을 경험했다. 예컨대 중국의 인건비는 매년 20% 정도 오르며 생산비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물류 비용도 증가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소비자 니즈에 발맞춘 전략으로 프랑스로의 유턴을 선택하고 있다.

패션, 데코레이션, 장신구 등의 소비재 분야에서 소비자들의 기호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시장에 내놓은 제품의 교체주기도 점점 빨라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 동유럽에서 주로 운영하는 대량 생산 공장에서는 이러한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다. 유럽의 소비자들의 소비 경향이 값싼 제품을 많이 사기보다는 비싸도 품질이 좋은 제품을 사는 방향으로 변하는 추세에 부응하려면 프랑스로 되돌아가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은 싼 제품보다는 점점 더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상품을 찾는 추세에 있다.

 

프랑스산 제품을 둘러보는 경제부 장관 /파리무역관
프랑스산 제품을 둘러보는 경제부 장관 /파리무역관

 

프랑스산 제픔 브랜드화에 대한 정부 차원의 홍보와 지원도 적극적이다.

프랑스 산업부 장관은 프랑스를 상징하는 옷과 프랑스산 제품을 들고 주요 매체에 등장해 국민들에게 프랑스산 제품의 질을 홍보하며 애용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2013년부터 국가 브랜드 홍보를 위해 오직 프랑스산 제품만 선보일 수 있는 전시회인 'Made in France'를 개최해 올해로 7회를 맞고 있다. 2019년 기준 400여 개의 기업이 참가해 주요 생활 소비재용품(의류 및 액세서리, 인테리어 용품 및 가구, 가공식품 및 건강보조 식품, 어린이 용품 등)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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