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추석의 의미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추석의 의미
  • 이인호 기자
  • 승인 2019.09.1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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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대이동은 산업화의 산물…시대가 흐르면서 역귀성, 수도권내 귀성이 주류로 전환

 

즐거운 한가위 명절이다.

한가위는 가배, 가위, 가윗날이라고도 한다. 음력으로 8월의 한가운데 또는 가을의 가운데를 의미한다. ‘크다는 뜻이다. 크다라는 과 가운데라는 가위가 합쳐진 말이다. 따라서 한가위란 큰 날 또는 큰 명절이다.

가배라는 말이 등장하는 첫 문헌은 <삼국사기> 신라본기 유리이사금 9년조에 나온다. 유리왕 9년 이래 716일부터 8월 보름까지 한 달에 걸쳐 온 나라 안의 6부의 여성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길쌈내기를 했다. 그 결과에 따라 진 편은 이긴 편에게 술과 음식을 푸짐하게 장만하여 대접했다고 한다. 이때 가무와 온갖 놀이로 한바탕 흐드러지게 놀았는데, 이를 가배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진 편에서 한 여자가 일어나 춤을 추면서 탄식하는 소리로 회소, 회소!”라고 외쳤다고 한다. 그 소리가 슬프고도 우아하여, 뒷날 사람들이 이 곡에 노랫말을 붙이고, 회소곡(會蘇曲)이라고 했다.

이후 <악학궤범>에 실려 있는 고려 속요 동동8월 노랫말에 다시 등장합니다. “팔월 보름날은 가배(嘉俳)날이지만 님을 뫼시고 함께 지내면서 맞을 수 있다면야 오늘이 참 가배다울 텐데라는 구절이 나오지요.

추석은 계절적으로 곡식이 황금빛으로 무르익고, 과실이 풍성하게 익는 가을의 한가운데라는 의미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다.

 

우리 민족,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한민국에서 추석은 설날과 함께 부모님을 찾아가 차례를 지내고 떨어졌던 가족이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날이다. 그러기 위해 추석과 설에는 민족 대이동이 벌어진다.

추석과 설날의 민족대이동은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유교적 제사 개념과 세시명절의 풍속이 생상하게 살아있던 조선시대에는 추석의 민족 대이동이 없었다. 우선 교통이 불편해 서울서 지방으로 가려면 먼 곳은 보름 이상 걸려야 했다. 또한 농업 중심 사회여서 일가친척이 멀리 살지 않고 인근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조선왕조실록에 추석에 대이동이 있었다는 기록을 찾아보기 힘들다.

민족 대이동의 풍습은 산업화 이후에 본격적으로 생겨났다. 수도권과 지방 산업단지에 공장들이 생겨나고 농촌의 젊은이들이 고향을 떠나 직장을 가지면서 명절에 고향을 찾는 풍습이 생겨났다.

1970~80년대에 수도권 공단에서는 버스를 대절해 직원들을 고향에 내려 보내는 게 기업주로서는 당연한 의무였다. 노동력이 달리던 시절이라, 직원들을 한 버스에 실어 보내고 데려오는 게 중요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이런 풍습이 사라졌다. 자가용이 늘어나고, 대중교통수단이 충분하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같은 민족인 북한에서는 추석 민족대이동이 있을까.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한에서 추석이 국가명절이 아니라 민속 명절이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법적으로 3일 연휴를 주지 않고, 하루만 쉰다. 북한에서는 차례니, 제사니 하는 전통 문화를 봉건잔재로 여기기 때문에 추석은 그냥 하루 쉬는 날이다. 조상묘를 찾는 풍습은 남아 있는데, 남한에서처럼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다고 한다. 교통이 불편한 이유도 있고, 멀리 갈 때엔 허가증을 받아야 하므로 추석에 교통대란이 없는 게 북한의 모습이다.

 

최근 농촌 인구가 줄어들고 수도권 인구가 많아지면서 귀성이라는 개념도 많이 변했다. 오히려 지방의 부모들이 수도권의 자식 집으로 찾아오는 역귀성 인파가 늘고 있다.

20여년전만 해도 추석이나 설에 서울등 수도권이 텅 비어 교통이 수월했는데, 요즘엔 명절 때 수도권이 더 붐빈다. 귀성 인파가 줄었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수도권에 어른들이 더 많이 살기 때문이다. 1970~80 년대에 수도권에 올라온 청년들이 이제 50대 이상이 되었고, 수도권이 고향이 되었다. 귀성은 이제 수도권 내에서 움직이는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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