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무기화한 드론…전세계 충격
테러 무기화한 드론…전세계 충격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9.15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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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의 신무기?…몇만 달러 짜리 무인기로 사우디 원유시설의 절반 이상 가동 중단

 

구역성서에 다윗이 골리앗의 이마에 돌을 던져 죽였다. 그 형국이 사우디 아라비아와 예멘의 후티 반군 사이에서 재현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현지시간 14일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 무인기의 테러공격으로 사우디의 주요유전인 아브카이크(Abqaiq)와 쿠라이스(Khurais) 원유생산시설 가동이 중단되었다.

두 생산시설의 하루 원유생산 능력은 570만 배럴로, 사우디의 생산량의 절반이 넘고 전세계 원유공급량의 5%에 해당한다. 국제원유가격이 오르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사우디가 원유 생산을 긴급하게 늘리고, 미국이 비축원유를 풀기로 했다.

이번에 드론 공격을 받은 아브카이크 단지는 단일 시설로 세계최대규모로 알려져 있다. 누군가가 띄워 올린 무인기에 의해 사우디의 주요산업시설이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되었고, 세계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드론 테러공격으로 불타는 사우디 원유생산시설 /CNN 캡쳐
드론 테러공격으로 불타는 사우디 원유생산시설 /CNN 캡쳐

 

그런데 아직까지 이 무인기가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떻게 날아왔는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공중폭격을 하는 예멘의 후티(Houthis) 반군 지역에서 날아왔다는 증거도 없다. 북쪽에서 날아왔다는 목격자도 있다. 그렇다면 남쪽에 있는 예멘 반군이 주범이라고 주장을 할수도 없다.

다만 예멘 반군 후티 측이 자신의 소행임을 인정했다. 후티측은 공격 직후 10대의 드론을 띄워 사우디에 대한 담대한 공중 공격을 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반군지역에서 피폭지역까지 700km나 되는 먼 거리인데, 후티의 기술력으로 드론 공격을 할수 있었을까 의문을 제기했다. 가난한 반군세력들이 고도의 기술력을 보유했다면 그 배후에 이란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은 이란을 의심했다. 사건 직후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 미 국무장관은 사우디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드론의 출발지점을 적시하지 못했다. 사우디는 직접적으로 이란을 지목하지 못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 혁명수비대는 예멘과 레바논 등지에서 요원들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폭 지점 /구글 지도
피폭 지점 /구글 지도

 

사우디는 세계 3위의 국방비를 지출하는 나라로, 2018년에 676억 달러의 국방비를 쏟아 부었다. 하지만 이번에 사우디 시설을 공격한 드론은 최고의 성능임을 감안하더라도 개당 15,000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수백억 달러의 국방비를 지출하는 나라가 1만여 달러의 무인기 공격에 주요시설의 피해를 입은 게 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공격을 다윗-골리앗 전술에 비유했다. 싼 드론으로 중동최대산유국을 뒤흔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우디는 드론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더 많은 국방예산을 쏟아붓어야 하고, 국제시장의 불안도 가중될 것이다.

사나 국제전략연구센터의 패리어 알무슬리미(Farea Al-Muslimi)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는 재정적, 군사적, 정보적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도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평화기구 PAX의 수석연구원 윔 츠비지넨부르그(Wim Zwijnenburg)는 뉴욕타임스에 드론은 제작비가 싸고, 추적과 격추가 어렵고, 상대방의 시설물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수 있다면서 후티 반군에 새로운 전술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티 반군의 무인기 제작 및 운용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이 기술을 배우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란이 기술력을 제공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사우디의 아브카이크 원유생산시설은 20062월에도 알카에다의 테러 공격 시도가 있었던 곳이다. 당시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들은 2대의 차량에 폭탄을 싣고 원유생산시설을 향해 움직이다가 경비원의 제지를 받고 정문 근처와 주차장에서 폭발물을 터트렸다. 이 사건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2달러 오르기도 했다.

 

이번 공격은 그동안의 후티 공격에 비해 사우디 영토에 깊게 파고들었으며, 화염이 위성사진에서도 보일 정도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예멘 내전은 2014년부터 시작되었으며, 후티 반군은 수도와 북서부 지역을 점령했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아랍에미레이트 등은 2015년부터 후티가 장악한 지역에 공중 폭격을 단행하고 있다. 이에 후티 반군은 사우디 지역을 향해 테러 공격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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