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의 인생, “맘껏 먹고 사랑하고 춤추자”
‘그리스인 조르바’의 인생, “맘껏 먹고 사랑하고 춤추자”
  • 이인호 기자
  • 승인 2019.09.18 2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니코스 카잔자키스 작, 안소니 퀸 주연…자유로운 인간의 행동을 기린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는 자유로운 인간의 상징으로 그려졌다. 육체적인 삶을 통해 생계를 이어나가고, 게걸스럽게 먹어대고, 숱한 여성들과 사랑을 나누고, 숨김 없이 감정을 표현하고, 남의 돈도 내 돈처럼 물씬 쓴다.

평론가들은 그의 행동을 자유를 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호평한다. 내가 해보지 못한 일, 내가 두려워하는 일, 그렇게 하면 안될 것 같은 일을 조르바는 서슴없이 행한다. 내 마음 속에 가두어 진 욕구를 마음껏 발산하는 조르바가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리스인 조르바’(Zorba the Greek)를 영화로 보았다. 그리스 크레타섬의 작가 니코스 카잔자키스(Nikos Kazantzakis, 1883~1957)의 작품을 1964년에 영화로 만든 것인데, 마이클 카코야니스 감독에 안소니 퀸, 앨런 베이츠가 주연으로 열연했다.

 

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
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

 

화자는 인 ''는 아테네의 항구 피레아스에서 친구와 헤어져 크레타로 가는 배에 오른다. 이때 조르바는 ''에게 무조건 자기를 데려가 달라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크레타에서 조르바와 ''는 갈탄 광산을 개발하러 크레타 섬으로 떠난다.

영화는 나와 조르바의 대화로 시작한다.

, ? 사람들은 도대체 이유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거요? 그냥 기분 따라 하면 안 되나요?”

 

하지만 이건 꼭 분명히 해둡시다. 내가 기분 날 때만이오. 계산을 분명히 합시다. 만약 내게 강요하면, 난 떠납니다. 이건 분명히 아쇼.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간이라고요? 그게 무슨 뜻이오?”

보쇼, 자유인이란 거요.”

 

알 수 없는 일이죠.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죠. 이 세상에 자유가 오기 위해 그렇게 많은 살인과 그런 끔찍한 짓거리가 필요하다니 말이오. 내가 저지른 못된 짓거리와 수많은 살인을 이야기한다면 소름이 끼칠 거요. 그런데 그 결과가 뭔지 아쇼? 자유였단 말이오.”

 

불가리아인인가 그리스인인가 하는 게 문젭니까? 이제 내게는 다 똑같아요. 이제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인가 아닌가만 묻죠. 그리고 정말이지 나이를 먹을수록, 밥을 더 많이 먹을수록, 난 점점 더 아무것도 묻지 않게 됩니다. …… 난 모든 사람이 불쌍할 뿐이에요. 사람을 보면, 비록 내가 잘 자고 마음에 아무런 시름이 없어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요. 누구든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하고, 그리고 자신만의 하느님과 악마를 모시다가 뒈지면 땅에 쭉 뻗고 누울 거고, 그러면 구더기들이 그 살들을 파먹을 거고 …… , 불쌍한 인생! 우리는 모두 형제들이에요…… 구더기 밥인 고깃덩어리들이라고요!”

 

화자는 엘리트 지식인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는 조르바와의 대화에서 진짜 삶을 깨닫는다. 온종일 읽고 쓰며 영혼과 결투를 벌인다고 생각했던 이 지식인은 육체 노동을 하는 조르바 방식에 감복하고 진리를 얻게 된다.

 

조르바는 여인숙을 하는 오르탕스라는 늙은 여자와 놀아난다. 젊은 시절엔 여러 외국 선장들과 이래저래 염문도 뿌리던 오르탕스라는 여자인데 조르바는 그녀의 마음을 녹이면서 사귀게 된다. 조르바는 일요일마다 오르탕스 부인과 닭을 잡아 요리한다. 포도주를 목구멍에 쏟아 붓고 음식을 요절내듯 먹는다. 조르바는 돼지처럼 먹고 물고기처럼 마셨다라고 말한다.

그는 먹을 때는 먹는 것에만 집중하고 여자와 사랑을 나눌 때는 사랑하는 일에만 집중한다. 탄광에서 일을 하며 땀을 흘릴 때는 그 순간에 완전히 몰입한다. 그가 먹고 마시고 춤추고 오르탕스와 사랑을 나누지만 욕정만 채우는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다.

 

은 조르바와 함게 갈탄 광산 개발에 나섰지만 광산이 자꾸 무너지는 바람에 진전이 되지 않는다. 고민하던 조르바는 우연히 넓은 땅을 소유하고 있는 수도원을 발견하고 그 땅의 나무들을 이용하려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는 조르바에게 돈을 주어 목재를 운반할 케이블과 기타 부속품을 사기위한 돈을 주고 니아의 큰 도시로 보냈다. 조르바는 도중에 내가 준 돈으로 카바레에서 젊은 댄서와 눈이 맞는다. 버질은 조르바의 편지를 보고 조르바가 마담을 버렸음을 알았다.

 

작가 니코스 카잔자키스 상 /위키피디아
작가 니코스 카잔자키스 상 /위키피디아

 

한편, 비 오는 어느날 는 한 가게에서 미망인을 발견하게 된다. 수많는 남성들이 재혼하지 않은 미망인을 희롱한다. 나는 그 미망인에게 우산을 건네준다. 조르바가 없는 사이에 나는 젊은 미망인의 집을 찾아갔고, 그날밤 그녀와 사랑을 하게 된다. 마을사람들이 그 광경을 목격하고 소문이 돌았다. 이에 젊은 미망인을 짝사랑하던 동네 청년이 자살을 해버린다.

동네 청년의 장례식에 젊은 미망인이 눈에 띄지 않게 참석하려하다가 마을사람들에 의해 차단된다. 결국 안뜰에 갇혀 청년의 자살에 대한 책임으로 마을사람들에게 돌팔매질 당한다.

조르바는 자살한 청년의 친구가 칼을 들고 미망인을 죽이려하자 그를 저지한다. 그 때, 자살한 청년의 아버지가 칼을 가져와 미망인을 죽인다. 나는 자신의 무능력에 대해 한탄했지만, 조르바는 죽음의 공허함에 대해 설명한다.

 

비 오는 날, 마담 오스탕스가 조르바를 찾아가 불평을 터트리자 조르바는 당장 결혼식을 하자고 제안한다. 마담도 그에 동의해 간단한 결혼식을 올린다.

얼마 후, 마담은 폐렴에 걸려 임종 직전까지에 이르렀다. 이를 알게된 마을 사람들은 타지인이 죽을 때 물건을 훔치려 몰려 들었다. 그들은 그녀가 죽기를 기다리며 전전긍긍 집 주변을 서성인다. 그녀가 죽자 마을사람들은 소리지르면 물건들에 손을 대 모두 가져간다.

 

조르바가 계획했던 나무운반은 완료되어, 양고기를 구으며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수도사들의 축복에 이어 조르바는 공기총을 쏘아 시작을 알렸다. 그러자 통나무가 빠른 속도로 케이블을 타고 내려오다가 아래층이 박살났다. 조르바는 다시 공기총을 쏘고 통나무는 또다시 무서운 속도로 내려와 케이블 전체를 무너뜨렸다.

 

모든 것이 사리진 후 ;와 조르바는 양고기를 구워 먹으며 해안 옆에 앉았다. 조르바는 자신이 큰 도시를 여행할 것이라며 이야기한다. 조르바가 곧 떠날때 함께 떠날 것을 요청했다.

나는 조르바에게 춤을 알려줄 것을 요청했고, 조르바는 그에게 춤을 알려준다. 스토리는 두 남자가 열정적으로 해변에서 춤을 추는 것으로 끝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네이버 영화
영화의 마지막 장면 /네이버 영화

 

영화를 다보고 난 후 소감은 인생이 허무하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조르바와 화자인 는 모든 것을 잃었다. 여인도 죽었고, 광산도 무너졌다.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허무 속에 양고기를 마음껏 먹고 신나게 춤을 추게 된다.

인생이란 별것 있나. 그저 먹고 노래하고, 사랑하다가 죽으면 그만인 것을.

누가 영화를 자유주의라고 했나. 허무주의라고 하면 오히려 이해하기 쉽다. 인간을 얽어 매고 있는 종교, 풍습, 가치관, 국가, . 그런 것들을 훨훨 털어내고 무()의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 그런 것이 낭만적인 것처럼 보인 영화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