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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 6세기 파라오 네코가 건설하려다 중단…페르시아 다리우스가 완공

[물과 문명] 고대 이집트에도 수에즈 운하 있었다

2019. 04. 01 by 아틀라스

오늘날 수에즈 운하가 최초는 아니다. 지금부터 2600년전에 이집트는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운하건설을 시도했다.

고대 이집트 제26왕조 네코 2세(Necho II, 재위 BC 610~BC 595)는 야심찬 파라오였다. 그는 강력한 해군을 창설했고, 육군도 승승장구했다. 그는 팔레스타인과 요르단 일대의 레반트(Levant) 지역을 차지했다. 파라오는 홍해를 장악해 해상운송을 통해 메소포타미아를 차지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 방법은 나일강 수운과 홍해를 연결하는 운하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인공위성 사진을 보면 나일강과 홍해 사이에 저지대가 있다. 고대 이집트는 지금의 수에즈 운화와는 달리, 나일강 지류에서 홍해까지 옆으로 뚫는 운하를 모색했다.

네코 2세는 역사상 처음으로 수에즈 운하를 건설하려던 파라오로 기록되고 있다. 이 인공 수로는 고대 수에즈 운하(Ancient Suez Canal) 또는 파라오 운하(Canal of the Pharaohs), 네코 운하(Necho's Canal)라고 부른다. 부바스티스(Bubastis), 피라메세스(Pi-Ramesses), 피톰(Pithom)을 잇는 고대 운하의 유적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 의해 1850년 발굴되었다.

네코 운하는 사막에서 홍수가 질 때만 흐르는 투밀랏 와디(Wadi Tumilat)를 연결하는 것으로, 두 척의 배가 동시에 지날 수 있을 정도로 넓게 팠다. 지중해의 해군 선박을 홍해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네코는 이 운하를 통해 메소포타미아에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리스 해상무역과 교류를 시도했다.

당시 그리스를 방문한 그리스 역사학자 헤로도투스는 이 운하를 건설하는 동안에 12만명이 죽었다고 썼다. 약간의 과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엄청난 인력이 동원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운하 사업은 네코가 죽은후 적들에게 유리하게 이용될 것이라는 예언자들의 신탁으로 인해 중단되었다. 조선시대에 세곡미를 수운으로 수송하기 위해 경인운하를 뚫다가 사대부들이 지맥을 끊을수 없다며 완공 직전에 포기한 것처럼 미신적 요소가 운하 완공을 막은 것이다.

로마시대 작가인 가이우스 플리니우스에 따르면, 네코의 운하는 57마일(91km)까지 진척되었는데, 이는 부바스티스에서 비터호(Great Bitter Lake)까지의 거리다.

네코의 운하는 나중에 이집트를 점령한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1세(Darius I, 재위 BC 550~BC 486년)에 의해 완공되었다. 이로써 이집트와 페르시아 사이에 항해가 편리해졌다.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이 이집트를 취한후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운하를 준설하고 확장했다.

로마 시대에 트라야누스(Trajanus, 재위 98~117) 황제가 서기 2세기에 이 운하를 다시 개통했다가 동로마시대, 즉 비잔티움 시대에 다시 토사가 쌓여 막혔다. 이를 침니(沈泥) 현상이라고 한다.

그후 이집트를 장악한 무슬림 왕조들이 이 운하를 개통시켜 사용하다가 봉쇄되고, 이를 거듭했다.

16세기에 포르투갈이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도는 바닷길을 개척한 이후 베네치아 상인들이 타격을 입어 고대 운하를 재개통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오스만 제국도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계획을 고려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1798년 나폴레옹이 이집트를 원정했다. 3만1,000명의 군대를 동원하고, 400척의 수송선, 13척의 전함을 뛰웠다. 배 한척에는 학자들을 실었다. 이집트 원정에 성공한 나폴레옹은 학자들에게 이집트의 모든 것을 연구하라고 요청했다. 학자들은 고대 이집트의 네코 파라오가 운하를 뚫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폴레옹은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해상로를 열면 오스만투르크, 영국령 인도의 운명을 좌우할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고대 수에즈 운하 유적으로 조사하고, 측량기사들을 동원해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새로운 운하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측량기사들은 홍해가 지중해보다 10m 높다고 잘못 계산했다. 나폴레옹은 운하를 뚫으려면 수문과 복잡한 과학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계획을 중단했다.

그후 홍해와 지중해 사이의 물길은 오랫동안 미제로 남아 있다가 1869년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면서 두 바다를 연결하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