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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위기
더블딥 가능성 제기되었으나 2002년에 미국 경제, 소비 살아나며 회복
닷컴버블 붕괴⑤…복합 불황으로 발전
2019. 10. 15 by 김현민 기자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던 2002년에 뉴욕 월가에서는 더블딥(double dip)’이 벌어졌다. ‘더블딥이라는 말은 월스트리트 저널과 같은 신문, 경제전문 뉴스채널인 CNBC등 미국 언론에 새롭게 등장해, 한국 언론에도 알려진 시사 용어다.

미국 경제가 불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두 번의 마이너스 성장 기간을 걸치며, 경기 사이클이 ‘W자형을 그린다는 내용으로, 이중저점형 침체라고도 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2001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미국 경제가 2002년 상반기에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그해 하반기 이후 또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더블딥 논쟁은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Stephen Roach)에 의해 시작됐다. 당시만 하도 이 이론의 주장자는 한 사람이었고, 월가의 내로라는 경제전문가 대부분은 거의 궤변과 같은 얘기라며 시큰둥했다. 심지어 리처드 버너와 같은 모건스탠리 소속 이코노미스트도 팀장의 견해에 반박하는 보고서를 낼 정도였다. 더블딥 논쟁은 11,000의 싸움이었고, 로치도 그 가능성이 40%에 불과하다며 한발 물러났다.

 

2002년 여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그해 24분기 미국의 성장률이 1.3%로 뚝 떨어지고, 미국의 실업률이 악화되면서 증권 투자자들은 더블딥이 오는 게 아니냐며 바짝 겁을 먹었고, 월가에선 더블딥 가능성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더블딥 이론은 소수 견해이고, 다수의 경제전문가는 미국 경제가 둔화(slow down)할 가능성은 있지만, 또다시 마이너스 성장(recession)으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다.

필자는 2002년초 더블딥 이론의 주창자인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를 만나 그 배경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 가는 더블딥 가능성을 3가지로 설명했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 /위키피디아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 /위키피디아

 

그 첫째는 역사적 측면이다. 2차 대전후 미국이 겪은 여섯번의 경기침체에서 다섯번의 더블딥 현상이 있었다. 경제가 일단 침체에 빠지면 회복하는 듯하다가 다시 침체하고, 그런 연후에 본격적인 회복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197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초 사이에는 2번의 침체에서 트리플딥(triple dip) 현상도 있었다.

두번째는 이중 저점이 최종 수요(final demand)가 후퇴할 경우 발생했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 경제는 경기 회복을 지속시키기에 충분한 궁극적인 수요 회복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종수요의 회복이 약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세번째 요소는 미국 경제가 1990년대 거품 시대를 지내면서 형성한 구조적 문제다. 경기침체는 일반적으로 구조적 문제를 제거하는 기능이 있다. 그러나 지금 미국 경제는 지극히 낮은 저축률에다 대규모 설비 과잉, 기록적인 부채,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이런 점들은 과거 경기회복시에 전혀 보지 못했던 일이다.

이 와중에 20027월에 뉴욕 증시가 폭락해, 미국 경제를 지탱해온 소비와 부동산 시장마저 흔들거리면서 더블딥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게 뉴욕 월가를 지배했다.

 

뉴욕 월가에는 수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대학의 경제학 교수들에게나 붙여주는 이코노미스트라는 칭호가 붙어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21세기초 3년간 뉴욕 증시가 하락하고, 2년간 미국 경제가 침체 또는 둔화하면서 월가 이코노미스트의 분석 상당수가 오류로 판명됐다는 점이다. 월가 투자회사에 속해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기대에 반하는 부정적 경기전망을 내기 어려운 점도 있겠거니와, 이코노미스트들 스스로가 장기 호황시절의 분석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와중에 2년 이상 소수 의견을 낸 로치의 비관론적 전망이 현실 경제의 궤적을 따라갔고, 그만이 독보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블딥 이론가(double dipper)들은 미국이 21세기에 처음으로 맞는 경기침체가 2차세계 대전 이후 가장 길 것이며,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거품(버블)이 꺼지는 침체이기 때문에 더 어려운 상황이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이다. 미국 경제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10년 호황을 구가했고, 그를 뒤이은 아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상당한 기간 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더블딥의 주창자인 스티븐 로치가 2002년말에 더블딥의 우려가 해소되고 있다며 스스로의 주장을 접었다. 뉴욕 월가 이코노미스트들 중에서 미국 경제에 대해 가장 부정적 시각의 소유자로 알려진 그가 더블딥 가능성을 포기한 결정적 이유는 고용시장의 사정이 조금씩 개선되면서 실업자 증가 소비 위축 경기침체의 악순환의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산업부문의 설비 과잉이 상품 가격 하락을 부추겨 디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기업의 수익 악화와 대량 실업자 방출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200234분기 미국 성장률이 4%로 개선되고, 연말 소비 시즌에 소비자들이 왕성한 의욕을 보이면서 더블딥 가능성이 낮아졌다.

 

로치는 미국 경제가 둔화하는 3년 동안에 더블딥 가능성 이외에 아시아 증시와 뉴욕 증시의 연동성이 무너지는 디커플링 가능성 미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제기해, 뉴욕 월가에 새로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디커플링 이론은 그의 동료인 모건스탠리 홍콩지점의 이코노미스트 앤디 시에(Andy Xie)에 의해 부정되었고,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최근 일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거의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그러나 로치는 노동시장이 개선되고 있지만, 충분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으며, 소비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뿐 경기를 끌어올릴 정도의 추진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미국 경제는 여전히 취약한 구조를 노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 경제가 하반기에 성장을 멈추고, 일본 경제가 실업률 상승 등으로 어려운 여건이므로, 미국 경제만이 완전한 회복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경계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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