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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위기
부시 행정부, 배당세 폐지해 증시 부양 유도…민주당은 “부자 감세” 비난
닷컴버블 붕괴⑨…경기 부양 위한 감세 카드
2019. 10. 20 by 김현민 기자

 

20027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주 크로포드 목장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부시 대통령의 휴가는 고향 텍사스에 쉬면서 현안문제를 챙기는 이른바 일하는 휴가로 불리웠다.

그때 크로포드 목장에서 가까운 와코라는 곳에서 경제정책 포럼이 열렸다. 물론 이 포럼에 미국 뮤추얼 펀드의 대부로 알려진 찰스 스왑 회장이 참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공화당이 추진하는 감세 정책의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제시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연히 이 행사에 참석했다.

연사로 나선 스왑 회장은 주식 배당에 부과되는 세금(배당세)를 폐지하면 증시가 상승하고, 그러면 경제가 활력을 얻게 된다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은 스왑 회장의 아이디어에 귀가 번쩍 뛰었다. 그날로 경제 비서진에게 지시해 배당세 폐지에 관해 연구할 것을 지시했다.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부시 대통령이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면서 제시한 감세안의 골자는 배당세이고, 이 아이디어는 바로 30년 전에 뮤추얼 펀드를 창업한 전설적인 인물에 의해 우연하게 나온 것이다.

배당세 폐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공화당 내에서 찬반 양론이 팽팽했다. 딕 체니 부통령과 친한 CNBC TV의 경제전문가 로런스 커들로는 그동안 프로그램에서 여러 차례 배당세 폐지를 반대해왔다. 공화당 핵심에서는 그동안 기업 투자 활성화, 소비 촉진등을 위한 감세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마음속에는 배당세 폐지가 확고했고, 부시 행정부는 처음에 배당세 50% 경감 방안을 추진하다가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배당세 완전폐지로 전환했다.

 

부시 대통령은 200317일 시카고 경제클럽에서 앞으로 10년간 각종 조세 감면과 정부지출 증가 등의 형태로 6,740억 달러를 투입해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경제의 모든 부분이 건전하고 활기 있는 상태가 될 때까지 만족할 수 없으며 모든 기업이 성장할 기회를 찾고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직업을 찾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시가 발표한 감세 및 경기부양안은 9,200만명의 납세자들에게 평균 1,83달러의 세금을 줄여주며 앞으로 3년간 210만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하는 것이라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야심적으로 제시한 감세안을 제시하면서 3년째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경기촉진책은 증권시장 부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소비 진작 지방 정부의 재정난 완화 중소기업 투자 활성화등의 목표를 겨냥했다.

부시 행정부의 경기촉진책에 담긴 감세 규모가 당초 월가에서 기대한 10년간 3,000억 달러의 두 배를 넘었다. 이같은 과감한 감세 정책은 경제를 살리려는 부시 행정부의 절박감과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백악관측은 부양정책이 경제를 3% 이상 성장시켜 실업자를 구제할 것이라며, 6,000억 달러 이상의 감세를 경제성장의 보험으로 규정했다.

감세안의 핵심은 배당소득세 철폐였다. 배당세 폐지로 주식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혜택은 3,640억 달러로 전체 감세액의 54%에 해당했다. 이는 증권시장을 살려 경기를 회복시키려는 경제 논리와 대선에 증권투자자의 지지를 얻으려는 정치적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주식 배당에 대한 과세가 조세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법률학자들 사이에 제기돼 왔다. 배당은 기업이 세금을 납부한후(세후)의 수익을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므로, 여기에 대한 세금 부과는 이중과세라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도 이와 관련, “이중 과세는 불공정하다, “이는 원칙의 문제라고 소신을 피력했다.

공화당측은 배당세 폐지로 주가가 10%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증권시장도 이를 반겼다. 공화당은 배당세 폐지로 혜택을 받는 3,500만명의 인구를 2년후 선거에 끌어들일 유권자로 파악한 것이다.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의 정치적 공략 타깃은 1990년대 뉴욕 증시의 장기 호황으로 형성된 투자가 계급(investor class)’이다. 신용어로 등장한 투자가 계급이 미국 경제와 정치의 주역으로 부상한 것이다.

공화당 전략가들은 2004년 대선과 총선에서 유권자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주식투자자를 지지층으로 유인한다는 이유로 배당세 폐지를 지지했다. 공화당은 중산층=주식투자 계층이라는 등식을 설정하고, 주가가 오르면 중산층의 지지를 얻는다는 정치적 마케팅 전략을 수립한 것이다. 백악관측은 배당세를 폐지할 경우 수혜 납세자가 3,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배당세 폐지로 주가가 10~20%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다.

 

자료: 위키피디아
자료: 위키피디아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의 대규모 감세안에 대해 민주당은 부자들의 잔치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해리 레이드 상원의원(민주)감세 혜택이 극소수에게 돌아가고 다수가 수혜대상에서 제외된다면, 그것은 계급전쟁(class war)”이라고 주장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번 감세안으로 올해 1,580억 달러의 재정 적자가 내년에 2,500억 달러 이상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시 행정부가 겨냥한 투자가 계급에 대해서도 민주당측은 그런 계급은 존재하지 않으며, 부시 행정부의 감세 조치로 혜택이 소수 부유층에게 집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의 브루킹스 연구소는 감세안이 전체 납세자의 1%에 해당하는 부유층에게 혜택의 42%가 돌아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도적 연구기관인 예산정책 연구센터는 소득 상위집단의 10%가 전체 주식과 채권 시가총액의 85%를 차지하고 있다고 조사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미 국세청(IRS) 통계를 기준으로 연간 소득 10만 달러 이하의 소득층에서 22%만이 배당세를 납부했으나, 10~100만 달러의 계층에서는 72%, 100만 달러 이상의 계층에선 전원이 배당세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측은 투자가 계급을 정치적 우군으로 확보하려는 공화당의 논리가 허상이며, 대기업을 지원하면 중소기업에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공화당의 전통적인 트리클 다운(trickle-down) 이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공화당을 지지하는 이코노미스트들은 주식 투자 대중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의 증시 장기 호황으로 형성됐으며,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이 이를 뒷받침했다고 반박했다.

 

부시 감세안의 또다른 문제는 재정적자 확대다.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좋은데 정부의 씀씀이를 늘릴 경우 국가 재정에 적자가 발생하는 것은 불을 보듯 분명한 사실이다. 메릴린치 증권은 부시 대통령의 감세계획이 실천에 옮겨질 경우 2003 회계연도에 미국 정부의 예산적자 폭이 3,0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3,000억 달러의 예산적자는 1992년의 기록적인 예산적자폭 2,900억 달러를 웃도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반대하는 경제학자들은 감세안이 재정적자를 팽창시켜 이자율을 높이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은 GDP에 대한 재정적자 비율이 올해 1.5%, 유럽의 3%에 비해 걱정할 수준이 아니며, 재정적자가 이자율을 상승시킨다는 논리는 검증되지 않았다며 공화당을 옹호했다.

부시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단기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은 물론 장기적으로 미국경제에 큰 주름살을 줄 위험이 높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간 모두 6,000억 달러 이상의 감세 및 정부지출 증대는 첫해에 금리를 0.2%포인트 높이는 효과를 낼 것이며, 장기적으로 0.5%포인트 상승시키는 결과를 빚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 학자들 사이에선 부시 대통령의 감세안에 대해 찬반 양론이 엇갈렸다. 부시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해 골드만 삭스의 로버트 호매츠 부회장을 비롯, 뉴욕 월가의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와 워싱턴의 국제경제연구원(IIE)의 프레드 버그스텐 연구원등이 이를 지지했다.

하지만 후버연구소의 밀튼 프리드먼 교수, 하버드대의 마틴 펠드스타인 교수등은 재정에 의한 경기부양책이 단기 효과가 없으며,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미국의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그린스펀 의장과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시티은행의 로버트 루빈 회장은 재정 정책이 단기적이고 제한적이어야 한다며, 부시 행정부를 견제했다.

프리드먼 교수는 일본의 경우 통화 정책 사용을 제한하며 재정 정책을 남발했지만, 그 결과는 스태그네이션이었다면서, “정부 지출 증가는 그만큼 민간 지출 감소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프리드먼 교수는 재정에 의한 부양책은 경기가 회복될 때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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