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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낙규 여행기
청록색의 카프리호수…빙하로 만든 얼음위스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파타고니아 빙하 트레킹의 낯선 풍경…강낙규의 아르헨티나 여행④
2019. 10. 21 by 강낙규 전 기술보증기금 전무

 

파타고니아(Patagonia)

 

파타고니아(거인족(巨人族)에서 유래)는 아르헨티나와 칠레 양국에 걸쳐 있으며, 서쪽에서 남쪽으로는 안데스 산맥, 동쪽으로는 고원과 낮은 평원으로 90로 한반도의 5배 면적이다. 브루스 채트윈은 저서 <파타고니아>에서 인류가 가장 멀리 간 곳이며, 달 같은 인상으로 사람의 살가죽을 벗겨 낼 정도로 매서운 바람이 부는 곳이라고 묘사한다. 식민지 개척자들이 인디오들을 철저히 박멸시켜버려 땅 전체에 음산한 기운이 더해진다고 한다.

1870년부터 1884년까지 황야의 전쟁(War of Desert) 시기 아르헨티나 훌리오 로카는 토착 인디오를 거의 전멸시키고 토지를 몰수했다. 극소수의 생존자들은 파타고니아의 땅 끝으로 쫓겨나고 유럽계 백인들이 광활한 대지를 차지하게 된다. 인디오들은 국민으로 포섭될 가능성이 희박하고 같은 국민으로 인정하기가 부끄럽다는 이유에서다. 1573년 교황 바오로3세가 인디오도 진정한 인간이라고 선언했음에도 말이다.

 

남영주 사진작가
남영주 사진작가

 

< 엘 찰텐(El Chalten 연기를 내 뿜는 산) >

 

파타고니아 위치 /위키피디아
파타고니아 위치 /위키피디아

 

엘 칼라파테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공항버스터미널로 간다. 여행정보 책에는 엘 칼라파테공항에서 엘 찰텐(El Chalten)으로 가는 버스가 없어 엘 칼라파테 시내로 가서 엘 찰텐가는 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내를 들렀다 엘 찰텐으로 가면 엘 찰텐 트레킹을 마치고 당일로 엘 칼라파테로 돌아오지 못한다. 그러면 파타고니아 최고의 명소 페리토 모레노 빙하(Perito Moreno Glacier)를 포기해야 한다.

세계에서 5번째로 멋있다는 피츠로이산(Monte Fitz Roy)과 모레노 빙하 중 한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공항에서 피츠로이행 8인승의 미니버스가 있다.

국립공원 입구 마지막 식당에서 간단한 요기와 비상식량을 준비하고 캐리어는 식당에 맡겨두고 트레킹을 시작한다. 마을 분위기가 마치 알프스산장과 겨울 스키장처럼 들뜨게 한다. 트레킹을 시작하자마자 가을비가 내린다. 계절이 우리나라와 정반대인 이곳은 초가을로 곳곳에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거기다 파타고니아 특유의 세찬 바람까지 불기 시작한다. 그래도 벅찬 가슴으로 천천히 트레킹을 시작한다.

대학시절 꿈이 히말라야 등정이었다. 매일 새벽4시에 일어나서 30킬로그램의 배낭을 지고 뒷산까지 뛰어서 올라가며 체력을 다졌다. 지리산을 70, 설악산을 40, 그 외 한라산과 덕유산, 소백산을 수 십번 등정했으며, 영남 알프스는 100번도 넘게 올랐다. 2000년 스키를 타다 넘어져 무릎인대가 파열된 이후 지금까지도 6킬로미터 이상의 산행을 하지 못한다. 아마 지금이 젊은 청년이었다면 파타고니아만 한 달 이상 트레킹을 했을 것이다.

광활한 절경과 확 트인 평원과 오솔길, 곳곳에 널브러진 고사목 그리고 가끔씩 모습을 드러내는 피츠로이 봉우리는 몸을 가볍게 해준다. 2시간을 올라 전망대에 도착했는데 계속 비가 내려 피츠로이는 보였다 말다를 반복한다. ‘연기를 내뿜는 산이란 이름처럼 피츠로이 주변으로는 계속 구름이 떠오른다. 하지만 멀리서나마 피츠로이를 본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산허리에 있는 카프리호수(Laguna Capri)는 빙하가 흘러내렸는지 청록색의 호수로 너무나 아름답다. 빗방울이 호수에 떨어져 동심원을 그리고, 파도가 넘실거리는 카프리호수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남영주 사진작가
남영주 사진작가

 

< 페리토 모레노빙하(Glaciar Perito Moreno) >

 

엘 칼레파테공항에서 엘 찰텐까지 미니버스가 운행하여 덤으로 피츠로이 트레킹을 해서 기분 좋게 호텔에 도착했는데 또 다른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레노빙하 미니트레킹을 신청하면 엘 칼레파테에서 버스를 타고 전망대 주차장에 도착해서 배를 타고 반대쪽 산기슭에 내려 빙하를 2시간 트레킹 한다. 그런데 호텔에서 한국인 일행을 만나 엘 칼레파테에서 택시로 선착장까지 가서 미니트레킹을 신청하면 비용도 더 싸고 일찍 출발해서 이곳저곳 여행을 하면서 모레로빙하에 갈 수 있다고 한다. 거기다 버스로 가면 한명씩 호텔로 픽업하러 다니는 시간을 최소 1시간이상 절약할 수 있다. 어제와는 달리 날씨도 활짝 개어 있었다.

엘 찰텐과는 반대방향으로 가는데 파타고니아의 또 다른 풍경이 이어진다. 곳곳에 파란 호수를 전경으로 두고 중경에는 연두색의 산, 원경에는 알프스보다 더 아름다운 설산들이 펼쳐진다. 정말 낯선 풍경이다. 드디어 모레노 빙하 전망대에 도착한다. 길이가 35km, 넓이가 5km, 높이가 60m의 빙하로 총규모가 4,460로 남극과 그린란드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198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그 때 갑자기 쾅하는 소리와 함께 빙하일부다 깨져 강물로 쏟아진다. 장관이다! 높은 전망대와 낮은 전망대, 서클코스를 천천히 걸으며 사진을 촬영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이과수 폭포의 악마의 목구멍에서처럼 가장 좋은 포인트에는 펜스를 쳐놓고 아르헨티나 사진가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유료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텃새니 어쩔 수 없다. 옆에서 거울을 이용한 사진 촬영을 한참 하고 있을 때 관광객이 뜸한 시간에 펜스사진가들이 와서는 처음 보는 신기한 촬영기법에 자기들도 거울작업을 해봐야겠다며 이것저것 묻는다. 구글에서 사진이미지를 검색하면 여러 가지 거울사진이 있지만 이렇게 2개 이상의 거울을 겹쳐서 촬영한 사진은 아직 보지 못했다. 이때 또 다른 빙하덩어리가 굉음을 내며 떨어지는데 부근에 유람선이 지나간다. 한 폭의 그림이다.

이제 보트를 타고 건너편 빙하로 가서 직접 빙하트레킹을 할 차례다. 보트 옆으로 새파란 빙하가 떠내려간다. 정말 새파랗다. 트레킹을 하기 전에 아이젠을 한명씩 착용해준다. 정말 오랜만에 아이젠을 부착해본다. 가이드가 나를 보더니 리더를 하라고 한다. 수많은 눈 덮인 겨울 산에서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었는데 오랜만에 선두를 선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걸을 때에는 몸을 15도 정도 구부리고 발바닥 전체로 빙하를 밟는다는 느낌으로 걸어야 체중을 분산시켜 피로를 줄일 수 있다.

천천히 스틱으로 빙하를 찍으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히말라야에는 못 갔지만 여한이 없다. 곳곳에 크레바스가 입을 벌리고 있고 맑은 옹달샘에는 새파란 물이 고여 있다. 한명 씩 맛보라고 한다. 난생처음 빙하 물을 마시니 온몸이 다 시원하다. 트레킹을 마치자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빙하로 만든 얼음위스키를 한잔씩 준다. 얼른 한잔을 마시고 또 한잔을 더 마신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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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2019-10-21 14:19:10
남미 여행기 잘 보고 있습니다.
다음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