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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만투르크 제국 말기에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라는 인물이 제국을 쥐고 흔들었다. 그는 제국의 군대를 이끌고 이집트로 가서 독자적인 준독립국을 세웠고, 그리스 독립군을 제압하고, 오스만의 술탄에 대항해 이스탄불을 공격하기도 했다. 그가 일으킨 무하마드 알리 왕조는 1952년 나세르가 이끄는 군사쿠데타로 전복될 때까지 150년간 이집트를 지배했다.
무하마드 알리(재위 1805~1848)는 1769년 오스만 제국 치하의 마케도니아(Macedonia) 카발라(Kavala)에서 태어났다. 지금 그리스 북쪽 지역이다. 부모는 모두 알바니아계로, 아버지가 일찍 죽고 삼촌 집에서 세금징수원으로 일했다.
만약 나폴레옹이 이집트를 침공하지 않았으면, 그의 인생은 달라졌을 것이다. 나폴레옹이 1798년 프랑스군을 이끌고 이집트를 침공했다. 나폴레옹은 1799년 혼자 귀국하고, 남아있던 프랑스군은 영국과 오스만의 연합군에 항복하게 된다.
프랑스와의 전쟁이 끝난 후 1801년, 무하마드 알리는 사촌들과 함께 오스만군의 일원으로 알바니아계 민병대를 이끌고 전후처리를 위해 이집트로 갔다. 당시 이집트에선 프랑스군이 빠져나가고 오스만군이 다시 들어오기 이전에 권력 공백기였고, 600년간 이집트를 지배해오던 맘루크(Mamluk) 노예군단 지도자들이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맘루크 지도부는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원했고, 이집트 민중들의 반란이 일어나자 권력을 장악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무하마드 알리는 1805년 오스만 알바니아군의 사령관이 되어 맘루크 반란을 해결하는데 앞장섰다. 무하마드는 맘루크군과 제휴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와하비 운동(Wahhabi movement)을 제압했다. 그는 이집트에서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하부와 지방 조직을 쥐고 있는 맘루크 세력을 뿌리뽑지 않고는 안 된다는 사실을 직시했다.
무하마드 알리는 와하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해 잔치를 벌인다는 이유로 맘루크 지도자들을 초청했다. 1811년 3월 1일, 600~700명의 맘루크 지도자들이 행진을 하며 무하마드 알리의 성채로 들어왔다. 그 때 매복을 섰던 알바니아군이 맘루크를 덥쳐 죽여 버렸다. 단 한명의 맘루크가 살았는데, 요행히 말을 타고 성채를 뛰어 넘었다고 한다. 무하마드는 남아있는 맘루크들을 추적해 3천명을 더 죽이고, 그들의 가족의 생명까지 빼앗았다.
무하마드의 숙청에 간신히 살아 남은 맘루크들은 수단으로 도망쳐 나라를 세웠는데, 무하마드는 1820년에 수단까지 쳐들어가 맘루크의 뿌리를 뽑았다. 무하마드 알리는 에티오피아와 우간다까지 진출해 거점을 마련했다.
무하마드 알리가 경쟁세력을 제거하고 이집트와 아라비아 반도를 석권하자 이스탄불의 오스만 제국 술탄도 그의 지위(파샤=총독)를 인정하게 되었다. 무하마드 알리는 스스로 헤디브(khedive)라는 새로운 칭호를 만들어 사용하며, 다른 속주 총독와 격이 다르다는 것을 과시했다. 오스만의 술탄은 1867년에 가서야 헤디브라는 칭호를 인정하게 된다.
그는 영악한 인물이었다. 처음에는 굳이 오스만 제국에서 독립을 선언해 충돌하는 것을 피했다. 그는 술탄의 속주임을 자청하며 사실상 이집트를 준독립국으로 운영했다. 그리고 서유럽 국가와 러시아 등 열강들과도 독자적 외교관계를 맺었다. 오스만의 입장에서 자국 영토가 독립해 떨어져 나가는 것은 막았지만, 제국 내에서 경제력이 높고 곡창지대인 나일강 유역에서 세수가 들어오지 않게 되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무하마드 알리는 강력한 군대를 창설했다. 그는 유럽에서 일어난 산업 혁명의 중요성을 인식한 최초의 비서구 통치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근대화된 군대에 지급될 제복과 막사를 만들기 위해 직물 공장과 군수품 이동을 위한 운하, 조선소 건설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이를 위해 프랑스 고문들을 기용하고, 전문가들을 유럽으로 보내 기술과 군사 훈련을 받도록 했다. 또한 의료, 공업, 군사훈련소 등을 설립하고 아랍어 인쇄기 개발을 통해 번역사업과 정부 차원의 간행물을 인쇄토록 했다. 특히 군사력 증강을 위해 소작농들을 훈련시켜 직업 군인으로 전환시켰으며 해군력도 증강시켰다.
이 무렵, 오스만 제국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1821년에 발발한 그리스 독립전쟁이었다. 오스만 제국은 그리스 반란을 진압할 충분한 여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리스는 유럽인에게 정신적 고향이었다. 군대 경험도 없는 영국의 시인 조지 바이런(George Gordon Byron)도 그리스 독립운동에 참여해 그리스에서 숨을 거둔다. 유럽의 지성들이 그리스 독립을 지지하면서 라이벌 관계에 있던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유럽 열강 모두가 그리스 독립을 지지했다.
결국 술탄 마흐무드 2세(Mahmud II)는 무하마드 알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제국의 체면은 말이 아니었다. 속주 군대를 끌어들인 것은 술탄에게 치명적이었다.
무하마드 알리의 막강한 이집트군은 1824년 성공적으로 그리스 반란군을 진압했다. 반란이 끝난 듯 싶었다. 하지만 1827년 이집트 해군 전함들은 에게해에서 벌어진 나바리노 전투(Battle of Navarino)에서 영국·프랑스·러시아 연합군에 의해 전멸되었고, 3년 후인 1830년 런던 조약에서 그리스 남부에 새 독립국 탄생이 승인되었다.
무하마드 알리는 나바리노 전투에서 잃은 손실을 보상해 달라고 오스만 술탄에게 요구했다. 그는 댓가로 시리아를 달라고 했다. 속주의 총독이 본국에 영토를 달라고 요구하자, 오스만 제국은 들어줄수 없었다. 그는 이스탄불 정권의 부정적 태도에 화가 나 시리아를 공격해 빼앗기로 했다.
1831년 오스만투르크 모국과 이집트 속주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 무하마드 알리는 아들 이브라힘 파샤(Ibrahim Pasha)를 보내 시리아를 공격했다. 이집트군은 아크레, 다마스쿠스, 알레포를 연이어 점령하고, 아나톨리아 반도로 쳐들어가 대승을 거두었다.
오스만의 술탄 마흐무드 2세는 무하마드 알리를 반역자라 규정하며 진압을 시도했지만 무위로 끝났다. 기세등등한 무하마드 알리는 마흐무드 2세를 퇴위시킬 요량으로 오스만의 심장 이스탄불을 공격할 채비를 했다.
이때 러시아가 술탄에게 이스탄불 방어를 위해 군대를 지원하겠다고 제의했다. 무방비 상태에 있던 술탄은 적대국인 러시아의 제의를 받아 들였다. 러시아가 오스만의 구원병으로 나선 것은 ‘힘의 균형’ 논리였다.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있는 이집트가 오스만의 새 주인이 되어 이웃에 들어서는 것보다 차라리 약체인 오스만이 남아 있는 게 낫다는 논리였다.
러시아가 이스탄불에 군대를 보내자 영국과 프랑스도 당황했다. 두 나라는 몇 년전 그리스 독립을 지원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던 오스만을 지원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유럽 열강들의 간섭으로 퀴타히아 협약(Convention of Kütahya)이 체결되어 이집트가 시리아를 소유하는 조건으로 전투는 휴전하게 되었다. 하지만 무하마드 파샤는 독립을 원했다. 그는 1838년 자신이 관할하는 이집트와 시리아의 독립을 선언하면서 오스만과 전쟁을 재개했다. 이번에는 프랑스만 빠진 채 영국·오스트리아·프로이센·러시아가 연합군으로 참가해 지금까지 무하마드 알 리가 얻은 땅, 크레타, 시리아, 아라비아(메카와 메디나)를 모두 빼앗았다.
무하마드 알리가 얻은 것은 단지 이집트의 세습지배권이었다.
이렇게 해서 무하마드 알리는 오스만 제 국내 준독립국가로 세습왕조를 이어나가게 뙤었다. 1882년 영국은 이집트를 점령해 군대를 파견하지만 왕조는 그대로 두었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오스만은 독일 편을 들었고, 영국은 이집트를 보호령으로 만들었다. 동시에 이집트는 형식적으로 남아있는 오스만의 속주관계를 청산하고, 술탄이란 칭호를 쓰게 된다.
무하마드 알리 왕조는 1805년에 시작되어 1952년까지 147년 동안 13대를 거쳐 이집트의 마지막 왕조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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