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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위기
로버트 실러, 2002년에 “주택시장도 언젠가 주식시장처럼 거품 빠질 것” 진단
닷컴버블 붕괴⑪…쉴러 교수 “부동산 붕괴” 예측
2019. 10. 22 by 김현민 기자

 

미국의 IT 버블이 꺼지고 경제가 침체하던 때에 커네티컷주 뉴헤이븐에 있는 예일대 캠퍼스를 찾아 로버트 쉴러(Robert Shiller) 예일대 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 200275일이었다.

그때 그는 1990년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던 뉴욕주가의 거품이 붕괴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역사적 관점에서 주가수익률(PER)을 관찰할 때 뉴욕증시는 더 하락하고,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또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고, 다우존스 지수가 6,000 포인트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도 주장했다. 쉴러 교수는 신용의 위기(2002년 미국기업들의 회계부정)1990년대 기업들이 스타 경영자를 초방해 높은 스톡옵션을 주면서 주가를 관리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언젠가 미국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인터뷰를 한지 5년 후인 2007년에 미국 부동산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졌고, 그 다음해인 2008년에 그 여파로 미국 대형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위기에 빠져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그의 선견지명이 옳았던 것이다. 쉴러 교수는 2013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2002년 당시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다.

 

201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당시의 로버트 쉴러 교수 /위키피디아
201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당시의 로버트 쉴러 교수 /위키피디아

 

- 뉴욕증시의 S&P 500 지수의 PER120년 사이에 가장 높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PER1929년 대공황 직전보다 높다. 대공황 때처럼 뉴욕 주가가 붕괴될 가능성이 있는가.

뉴욕 주가는 제가 그 주장을 한 이후 이미 많이 내려갔다. 나스닥의 경우 사실상 붕괴했다. 뉴욕 증시 붕괴의 시나리오는 있을수 있는 일이다.

아직도 뉴욕 증시의 PER은 역사적 기준으로 높다. 나는 아직도 최악의 시나리오는 기본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뉴욕 증시는 아직도 고평가돼 있다. 지금의 미국 경제는 기업 수익 저하에 의한 경기침체다. 기업 수익이 아주 빠르고 급속하게 가라앉았지만, 경기 침체가 완만했기 때문에 주가가 수익 저하 속도만큼 하락하지 않았고, 따라서 오히려 PER이 올라간 것이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항상 기업 수익이 조만간 올라간다고 주장을 하면서 주가 하락을 막으려 한다. 애널리스트들은 걱정되는 분야는 보지 않으려고 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 보려고 하는 속성이 있다. 주가 거품 시대에 기업 경영자들은 주가가 올라가는데 신경을 쓰고, 장부를 좋게 하는 등 외적 모양새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

1990년대에 일어난 일을 돌이켜보면, 기업인들이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단기 이익에 급급했다. 단기적으로 장부를 좋게 만들기 위해 근로자를 해고했지, 장기적으로 기업 수익을 늘리는 대책에는 소홀히 했다. 기업들은 나쁜 공식에 몰두했다. 어떻게 하면 단기수익을 올리느냐에 혈안이 돼 있었다.

- 미국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주가 거품은 몇 년에 걸쳐 형성되고, 또 몇 년에 걸쳐 가라앉다. 사람들은 하루의 주가 폭락을 많이 기억하고 있다. 대공황의 시발점인 192910월 또는 198710월의 블랙 먼데이가 바로 그 예다. 그러나 하루의 폭락은 곧바로 회복될수 있다.

대공황 때도 다음해 주가가 상당히 회복했고, 블랙먼데이 때도 그랬다. 나의 주장은 몇 년에 걸친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경향을 말하는 것이다. 증권시장이 애널리스트들의 주장대로 단기적으로 급등할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주가는 여전히 고평가돼 있고, 기업 수익은 저하되고, 주가는 내려갈 것이다. 미래를 속단할수 없고, 아무도 예측할수 없다. 다만 나의 베팅은 앞으로 몇 년간 주가가 내려간다는 것이다.

- 그러면 앞으로 몇 년동안 더 내려갈 것인가.

아마(could be) 10년 동안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1990년대에 주식시장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상승했기 때문에 하락장세도 그만큼 계속된다는 의미다.

- 주택시장에도 거품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주택시장은 1990년대에 아주 빠르게 상승했고, 아직도 오르고 있다. 벤처열풍이 불었던 샌프란시스코 일대만 주택 가격이 빠지고 있을뿐 아직 강세다. 뉴욕도 9·11 테러후 약간의 하락세가 있었지만, 여전히 강세다. 나는 주택시장도 언젠가 주식시장처럼 거품이 빠질 것으로 본다.

-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이 올랐다. 주택시장 과열이 더 갈 것으로 보는가.

그렇다.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본다. 주택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아지고 있다. 최근 테러가 있었고, 기업인들의 부패가 심각한 문제로 나타나자, 기업(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주택을 더 안전한 부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9·11 테러가 주택가격을 더 상승시켰다. 테러가 나니까 집이 가장 안전한 투자수단으로 부각됐다. 예를 들어 여기(뉴헤이븐)에 사는 저는 뉴욕의 고층건물에 사는 사람보다 테러로부터 안전하지 않는가. (웃음)

- Fed의 금리인하가 효과를 볼 것인가.

문제는 현재 Fed의 연방기금금리가 일본의 금리 수준에 근접했다는 사실이다. Fed가 대단히 빠른 속도로 금리를 내렸다. 지난해 경기침체가 완만했는데도 금리 인하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주택금리를 낮추는데 성공했지만, 기업 투자를 살리고, 주식시장을 상승시키는데는 실패했다.

많은 사람들은 Fed가 금리를 내리면 주가가 올라간다고들 생각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현재의 금리가 일본 금리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에 더 내리는데 한계가 있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1996년말에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을 경고했을 때 일본 주식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일본은 1980년대말의 주식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경기침체가 시작됐고, 제로금리까지 유도했지만 현재에 이른 것이다. 미국 경제는 현재 증시 거품이 꺼지는 단계에 있고, 이 것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 1980년대 일본의 증시 거품과 90년대 미국의 거품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

첫째, 미국은 은행 시스템이 일본보다 잘 규제돼 있고, 잘 짜여져 있다. 둘째 일본의 주가(1980년대말)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높았다. 일본의 거품이 미국보다 더 부풀어 올랐던 것이다. 1980년대에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신뢰를 가진 경제로 자부하고 있었다. 그때 일본 증시의 전체 시가총액이 미국보다 컸고, 세계 20대 은행의 절반을 일본이 차지했다. 일본의 거품은 일본으로 끝났지만, 지금은 미국 증시의 거품이 문제라는 점이다.

- 그린스펀 의장이 1996년말에 증시 거품을 우려했을 때 당시 다우존스 지수는 6,400 포인트대였습니다. 그때 PER20 이하였고, 지금은 20을 넘고 있다. 그렇다면 다우존스 지수를 기준으로 주가가 6,000 포인트 이하로 떨어져야 한단 말인가.

확실히 그럴 가능성은 있다. 5,000 포인트 이하도 가능할 것이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현재의 기업 수익이 1996년보다 낮다는 사실이다. S&P 500 지수의 과거 PER 평균은 14였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애써 잊으려고 하는데, 그게 문제다.

- 엔론 사태이후 타이코, 월드컴등에서 회계 분식, 주가 조작등 화이트컬러 범죄가 만연하고 있다. 현재의 '신용의 위기'1990년대 증시 거품의 결과라고 보는가.

그런 일은 주가가 거품처럼 부풀어 올랐을 때 흔히 있는 일이다. 1920년대에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기업 부정은 전체 기업의 1% 미만에서 발생한 일이고, 큰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뉴스에 보도되는 그런 일이 있을수 있느냐고 의아해 하고 있다.

문제는 이 일로 인해 증시가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의 일부 기업에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고, 투자한 돈을 빼내가고 있다. 나는 회계 조작이니 하는 현재의 문제들이 그동안의 기업 경영관행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가를 주목하고 있다. 1990년대 증시에 거품이 커져갈 때 기업의 분위기는 전통적인 경영인을 배척하고, 외부에서 스타 경영자(CEO)를 초빙해, 그들에게 엄청난 봉급을 주고 주가를 높게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스타급 경영자들은 기업의 장기 비전이나 충성도에는 전혀 관심 없었고, 주가를 관리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스타 경영자와 엄청난 스톡 옵션이라는 두가지가 경영자로 시장 수익률에 치중하게 했고, 이런 경향이 지난 10~20년 동안 시장 지향적이라는 명분 아래 형성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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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수 2022-12-19 13:59:26
너무나 소중하고 대단한 기사시리즈입니다 이렇게 댓글 잘 안남기는데 너무 큰 감명을 받고 남깁니다 시리즈 전체가 정말 어디가서 찾아보지 못할 내용이고 블룸버그 로이터 복붙 기사가 아니라 시대를 관통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