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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위기
타이코 코즐로스키 회장, 회사 돈으로 예술품 매입…마사 스튜어드도 휘말려
2002 美 회계부정③…추락한 스타 경영인들
2019. 10. 25 by 김현민 기자

 

2002년 미국 기업들에서 대형 회계조작 사건이 터져나왔다. 스타 기업인들이 줄줄이 스캔들에 터졌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자.

 

예술품에 미친 코즐로스키

2002년 여름 미국 언론의 최고 인기 드라마는 단연 종합기계그룹 타이코 인터내셔널(Tyco International)의 데니스 코즐로스키(Dennis Kozlowski) 회장의 스토리다. 그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전회장을 경쟁 상대로 기업을 확장해온 공격적인 경영인이었다. 그는 회계 조작 사건으로 회장 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만 해도 거액의 헌금을 쾌척하는 자선사업가로 존경받았다.

비즈니스 위크 커버 (2002년 12월)
비즈니스 위크 커버 (2002년 12월)

 

그러던 인물이 뉴욕주 상급법원에 출두했다.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를 장식하기 위해 1,300만 달러를 들여 유명화가의 그림 6점을 사는 과정에서 100만 달러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였다. 프랑스 화가 르노와르의 정물화는 470만 달러, 모네의 풍경화가 395만 달러에 이르고, 침실 13개짜리 아파트는 1,800만 달러에 매입했다. 그림과 아파트 구입비는 회사 돈이었다.

역사를 돌이켜 볼 때, 기업인이 고가 예술품을 매입할 땐 그 나라 경제가 기우뚱거리기 직전이라는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수 있다.

1990년 일본 다이쇼와 제지의 사이토 료에이 회장은 피카소 그림 2점을 무려 16,000만 달러에 샀다. 그는 그림을 죽어 무덤에 가져가겠다고 밝혀 전세계 미술애호가를 경악시키기도 했다. 그후 일본 경제는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장기불황에 빠졌다.

1996년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장에선 17세기 이조백자 한점이 765만 달러에 경매됐다. 한국 도자기 경매가로는 사상 최고였고, 지금까지 그 가격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 물건을 산 사람은 다름아닌 한국 재벌이었고, 그 직후 한국은 외환위기를 맞았다.

고가 예술품 매입과 경제 추락 사이엔 어떤 연관성이 있다. 장기호황의 뒤에 경제의 거품이 부풀어 오르고, 기업인들은 도덕적 해이에 빠져 돈을 물쓰듯 쓰고, 마침내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는 위기로 치닫게 된다.

뉴욕 월가의 신뢰가 추락한데는 기업 경영인, 월가 브로커 회사들의 도덕성이 크게 훼손당했기 때문이다. 엔론에 이어 월드컴, 타이코 등 1990년대 잘나가던 기업들이 줄줄이 화계를 분식한 사건이 터져 나오고, 메릴린치등 대표적 투자은행들이 애널리스트를 앞세워 투자자를 오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기업인들의 신뢰가 실추함으로써 뉴욕 증시는 추락하고, 회복 단계에 들어선 미국 경제에 다시 꺾였다.

코즐로스키의 예술품 매입은 개인 기호의 차원을 넘어 미국 경제가 맞고 있는 신뢰의 위기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마사 스튜어트 /위키피디아
마사 스튜어트 /위키피디아

 

마사 스튜어트의 내부자 거래 의혹

분식회계, 애널리스트 허위 분석, 주가 조작 등이 드러나 뉴욕 월가의 신용이 실추하고 있는 가운데 내부자 거래 사건도 발생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생명공학회사인 임클론(ImClone)의 새뮤얼 왁설(Samuel D. Waksal) 전 최고경영자(CEO)200112월 항암제 개발 소식을 불법적으로 가족에게 흘린 혐의로 체포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왁설 전 CEO는 항암제 어비턱스가 미 식품의약청의 승인이 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 20011226~27일에 가족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는 것. 이 정보를 입수한 가족들은 27~28일에 모두 1,000만 달러 상당의 주식을 매각, 주가 하락에 대한 손실을 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왁셀 스스로도 500만 달러의 보유주식을 매각하려 했으나, 증권브로커들이 이사회의 의결 없이는 경영자의 주식을 매각할 수 없다고 거부하는 바람에 실패했다고 SEC는 밝혔다.

20011228일 임클론이 개발한 항암제 승인이 거부된 뒤 임클론의 주가는 왁슬 회장의 체포된 시점까지 90%나 하락했다.

미국 언론들은 임클론의 왁슬 회장이 구속된 것보다 왁슬의 여자친구이자 TV 스타인 마사 스튜어트(Martha Stewart)가 내부자 거래로 임클론 주식을 매각했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가정사의 디바로 통하는 마사 스튜어트가 임클론 시스템스의 주식 내부자 거래 사건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마사는 그동안 그녀의 꽃꽂이, 제빵, 육아, 저녁 초대 방법이 그대로 수백만 미국 가정이 따르는 생활 지침이 될 정도로 미국 가정사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5억 달러 상당의 자산 가치가 있는 미디어 그룹 마사 스튜어트 리빙 옴니미디어사를 직접 운영했다.

그녀는 임클론의 신약 승인 신청이 기각되기 전날인 20011227일 임클론사 주식 3,928주를 메릴린치의 주식중개인을 통해 처분했는데, 그때 이성 친구인 왁슬 회장으로부터 경영 정보를 얻어 내부자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녀는 주식 매각 전에 왁살과 전화한 사실이 드러났고, 중개인을 통홰 딸 앨리자의 보유주식도 같은 날 처분한 것으로 드러나 의혹을 확대시켰다.

하지만 마사는 끝까지 주식중개인의 판단에 따랐을뿐 왁슬 회장으로부터 정보를 얻은바 없다고 주장했다. 증권거래당국도 구체적인 내부자 거래 증거를 확인하지 못한데다 여자친구 관계를 내부자 거래 기준에 적용시킬수 없었다.

 

에너지 회사의 가격 담합

2002년 가을에 미국 에너지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사표를 냈다. 엔론 파산으로 케네스 레이(Kenneth Lay), 제프 스킬링(Jeffrey Skilling) 전 회장이 회계 조작 혐의로 사표를 낸데 이어 이번에는 미국 에너지 업계 전체가 허위거래 및 가격 담합 혐의로 수사 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CEO들이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엔론의 경쟁사였던 다이너지의 척 워트슨 회장이 허위 거래 및 회계 조작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CMS의 윌리엄 맥코믹 회장과 타멜라 팔라스 마케팅 담당 사장 릴라이언트의 조 퍼킨스, 샤히드 말릭 사장이 물러나 지난 2주 사이에 미국 에너지 업계에서 5명의 CEO가 연쇄 사표를 냈다.

미국 에너지 업계 CEO의 연쇄 사임은 업계의 관행으로 묵인돼 온 담합성 거래가 엔론 파산과 회계조작을 조사하는 수사당국에 들통이 났기 때문이다. ‘라운드트립 트레이딩(round-trip trading)’으로 불리는 이 거래는 예컨데 A사와 B사가 서로 짜고 장부상으로 같은 가격, 같은 물량의 에너지를 사고 파는 방식이다. 증권거래위원회(SEC)등 연방수사당국은 이 같은 거래를 통해 에너지 회사들이 담합으로 회계를 부풀리고, 주가를 조작했으며, 가격 인상을 통해 지난해 캘리포니아 전력사태를 유발한 혐의를 포착, 조사를 벌였다.

CMS2000년 거래의 80%, 지난해 거래의 70%가 이 방식의 거래했다고 인정하고, 전년 매출에서 42억 달러를 다시 분류하겠다고 발표했다. CMS는 다이너지와 가장 많은 담합성 거래를 했으며, 듀크 에너지, 윌리엄스, 릴라이언트, 아킬라등과도 같은 방식의 거래를 했다고 밝혔다.

엔론 사태 이후 지난 3년 동안 소비자 유가 상승이 이들 회사의 조작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는 등 미국 에너지 회사들의 비리가 속속 밝혀졌다. 뉴욕 월가의 투자자들은 미국 에너지 회사들을 모두 엔론과 같은 회사(Enronitis)’라고 비난했다. 에너지 회사들의 주가는 한해동안 30~60% 폭락, 투자자들의 불신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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