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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그후
이라크·북한·이란, ‘악의 축’ 규정…군산복합체 이해관계와 맞물려 군비증강
9/11 그후②…군사대국으로 부활
2019. 11. 02 by 김현민 기자

 

20019·11 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전쟁 수행, 치안 강화, 경기 진작을 위해 강한 정부로 이행했다. 미국인들도 보복 전쟁을 강력하게 지지하며 추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치안 강화를 요구했다. 게다가 그동안 경기 둔화로 적자를 내온 기업들이 테러 참사 이후 연방정부의 경기부양과 동시에 구제금융을 요구하며, 정부의 직접 개입을 요구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부시 행정부는 정부 조직을 확대하고,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등 정부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습을 단행한 직후 부시 대통령은 조국안보국을 신설해,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로 있던 톰 리지를 워싱턴으로 불러 국장에 취임시켰다. 이 조직은 1년후 조국안보부로 확대개편됐고, 톰 리지는 장관으로 승진했다. 신설 조직은 연방수사국(FBI)와 중앙정보국(CIA), 항공안전국등을 총괄하는 공룡 조직으로, 테러와 싸우기 위한 통합 전략을 수립했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과 여러 기관에서 요원을 차출했다.

예산 정책에서 부시 행정부는 집권 초기에 연방 예산을 줄여 납세자에게 돌려준다는 원칙을 세웠으나, 테러 참사와 경기 침체를 맞아 400억 달러의 피해복구 및 전쟁비용, 150억 달러의 항공산업 구제금융자금을 지원했다. 게다가 750억 달러의 추가 경기부양 계획과 600억 달러의 감세계획을 추진했다.

2000년에 연방정부 재정은 사회보장비를 제외할 경우 겨우 10억 달러 밖에 흑자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가 이처럼 막대한 정부자금을 지출하려면 재정 적자를 내거나 사회보장기금을 털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전쟁, 경기침체, 비상시국을 들어 재정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 공화당의 레이건, 부시(아버지) 행정부는 정부 규제를 과감히 완화했고, 민주당의 클린턴 행정부는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축소, 균형 예산을 이룩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년 동안 집권 정당에 상관 없이 작은 정부를 지향해, 장기 호황의 틀을 구축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테러와 전쟁, 불황이라는 세가지 악재가 동시에 터져나오는 비상시국을 맞아 부시 행정부는 강한 정부로 선택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듬해인 2002129일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9·11 이후 미국의 정책 방향을 명백히 밝히고, 북한과 이라크, 이란 등 세나라를 악의 축(axis of evil)’ 국가로 규정했다. 테러후 처음으로 가진 부시 대통령의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가진 국정연설은 테러와의 전쟁을 북한 등 대량파괴무기 보유국으로 확전하고, 재정 적자를 감수하면서 경기부양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그는 전국에 생중계된 연설에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파괴적인 무기들로 미국을 위협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 정권이 대량 파괴무기 개발을 시도,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축을 이루고 있다"고 규정했다.

악의 축 국가 가운데 북한을 가장 먼저 언급하면서 인민을 굶주리게 하면서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나라라면서 이들 정권이 대량 파괴무기 개발을 시도,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테러와의 전쟁은 이제 시작일뿐이라고 전제, “위험이 가중되고 가까워질 때 미국은 사건이 발생하기를 기다리지 만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악의축에 대한 선제 공격론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로써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다음 공격 목표가 북한, 이라크, 이란 중 하나의 나라가 될 것임을 예고했고, 그 중 첫 순서가 이라크였다. 한 전쟁을 끝내면 다음 전쟁을 준비하고, 그 전쟁이 종식되면 또다른 전쟁 목표를 찾는 것이 테러 이후 부시 행정부의 모습이다. 부시 대통령의 미국은 항시 전시체제를 유지하면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를 노리고, 그 다음 타깃이 한반도를 겨냥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강한 톤으로 경고한 것은 그동안 남북 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려던 행정부 내 기류를 원점으로 되돌린 것으로, 앞으로 미-북 관계나 남북한 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임을 예고했다. 게다가 햇볕정책의 이름으로 대북한 포용정책을 추진하던 김대중 정부에게는 큰 타격이었다. 취임 직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밝힘으로써 햇볕정책에 대한 한-미 공조에 틈이 생긴 이후 북한을 악의축으로 규정한 국정 연설은 그후 한반도 안정에 먹구름을 몰고 왔다.

뉴욕에 소재하는 코리아 소사이어티(Korea Society)의 도널드 그레그 회장(전 주한 미국대사)한국은 정권이 변해도 대미 정책에 큰 변화가 없는데,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클린턴에서 부시로 넘어가면서 크게 변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한 말이다.

 

미국 맥도널 더글러스사의 T-45 Goshawk 생산라인 /위키피디아
미국 맥도널 더글러스사의 T-45 Goshawk 생산라인 /위키피디아

 

미국은 왜 전쟁을 좋아하는 것일까. 미국은 9·11 테러 참사의 보복으로 알카에다 테러세력과 그들을 숨겨준 탈레반 정권을 축출했으면 됐지, 이라크도 공격하겠다고 하고, 북한도 전쟁 대상으로 지목했다.

전쟁이 발발하면 많은 미국 군인이 희생되고, 막대한 전비가 소요되며, 가뜩이나 슬럼프에 빠져 있는 미국 경제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면 전쟁으로 이득을 보는 계층이 누구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쟁이 터지면 힘을 얻는 곳은 미 국방부(펜타곤)이며, 돈을 버는 곳은 미국의 군수산업이다. 이 군산(軍産) 복합체는 끊임없이 전쟁을 확대하고, 전쟁예산(국방비)를 늘리려는 속성을 갖는다. 워싱턴 정가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철의 트라이앵글'이라는 말이 있다. 펜타곤과 군수산업, 의회가 삼각형의 한끝을 차지하며, 동일한 이해관계로 묶여 있다는 뜻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군산정(軍産政) 복합체를 말한다.

미국의 국방비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동서 냉전 체제가 와해되면서 감소했고, 군수산업체들도 합병 및 인수 등을 통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쳐야 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오면서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 등 군 현대화를 통한 국방비 증액 정책을 추진했고, 테러 이후 본격적으로 군사대국으로서의 길을 걸었다. 매년 국방 예산이 10% 이상 증액되고, 미국의 국방비는 미국 이외의 전세계 국방비 총액을 넘어선다.

테러가 발생하기 전인 200151일 부시 대통령은 새로운 미사일 방위체제(MD) 구상을 발표했다. 이 구상은 공산권 붕괴 후 사양길을 걷고 있던 미국의 군수산업에 대형 호재를 만들어 주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 국방계획의 비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국방전문가들은 2010년까지 300~2,000억 달러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고,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810억 달러의 국방예산이 군수산업에 투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부시 행정부의 NMD 계획은 그동안 지상에 머물렀던 요격 미사일 배치 계획을 해상, 공중으로 확대하는 것. 이에 따라 클린턴 대통령 때 2002년부터 2005년까지 200억 달러를 투입하려던 계획보다 비용이 몇배 늘어날 것은 필연적이다.

미국인들의 세금으로 걷어진 국방비의 최대 수혜자는 당연히 군수산업이다. 록히드 마틴, 보잉, 노스롭 그루만, 제너럴 다이내믹스, 레이시온등 군수회사들은 이 막대한 국방비를 따먹기 위해 선거가 있었던 2000년 한해에만 9,000만 달러의 로비 자금을 워싱턴 정가에 뿌렸다.

군수업체들은 국가 재정이 적자가 되는데는 상관이 없다. 다만 국방비만 늘어나면 된다. 그러므로 펜타곤의 무기 입찰에 기업의 사활을 걸고 덤벼든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테러 직후인 200110월말에 있었던 차세대전투기(JSF) 사업자 선정이다.

20011127일 뉴욕 증시가 폐장한 후 텍사스의 록히드 마틴사 본사와 시애틀의 보잉사 본사에는 임직원들이 초조하게 펜타곤의 발표를 기다렸다. 미국 군수물자 계약상 사상 최대 규모인 차세대전투기 사업 낙찰자의 발표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최종 낙점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고향 텍사스주에 공장을 두고 있는 록히드 마틴에게 돌아갔다.

미국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은 모두 2,000억 달러 규모로,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다. 미국 제1의 군수업체인 록히드 마틴과 2위인 보잉은 회사의 운명을 걸고 5년 동안 기술 경쟁, 홍보전, 정치권 로비 등 모든 방면에서 경쟁했다. 이 사업이 두 회사의 운명을 판이하게 갈랐는데, 뉴욕 증시 폐장후 거래에서 록히드 마틴의 주가는 4.3% 폭등한 반면, 보잉의 주가는 7.13% 폭락한 것으로 알수 있다.

예정된 물량은 2,000억 달러로 추정되지만 덴마크노르웨이네널란드캐나다이탈리아싱가포르터키이스라엘 등이 나중에 구매할 물량을 감안하고, 부품 공급 분까지 합쳐 4,000억 달러에 이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미국 군수산업의 ‘철의 삼각’ 구조 /위키피디아
미국 군수산업의 ‘철의 삼각’ 구조 /위키피디아

 

미 의회 의원들이 군수회사와 좋은 관계를 맺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정치란 돈이 들어가기 마련이고, 군수업체들이 정치자금을 펑펑 써 대기 때문에 두 집단이 서로 가까워 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 무기 생산 공장을 지역구에 유치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해당 의원으로선 표가 생기는 일이다.

펜타곤의 수뇌부도 재야에 있을 때 군수업체에 중역을 지낸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계열사에서 이사를 지냈고, 폴 월포비츠 부장관은 노스롭 그루만에서 고문을, 마이클 윈 차관은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부사장을 역임했다. 제임스 로치 공군 장관, 토머스 화이트 육군 장관, 고든 잉글랜드 해군 장관도 군수회사에서 중역을 지냈던 사람들이다. 군수회사 출신들이 펜타곤을 장악하고 있으니, 서로의 이해가 잘 맞아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한 사실이다.

문제는 '철의 트라이앵글'에서 군수업체들의 입김이 막강하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펜타곤의 무기 수급정책이 군수업체의 이해관계에 의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990년대초에 개발된 F-22 전투기의 경우 럼스펠드 장관이 현대화를 위해 폐기할 것을 종용했지만,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이 의회를 설득해 앞으로 10년은 더 생산하기로 했다. 대당 2억 달러에 해당하는 이 전투기가 300대는 더 제작될 예정이니, 록히드 마틴으로선 600억 달러 어치를 수주받은 셈이다.

군수업체들은 전쟁을 수요자로 하는 산업이며, 그들에겐 전쟁이 곧 돈이다. 이라크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뉴욕 증시의 주가가 일제히 곤두박질 치는데도 록히드마틴과 노스롭 그루만, 레이시온의 주가는 올랐다. 2000년대초만 전만해도 뉴욕 증권시장에 인터넷과 통신주가 판을 쳤지만, 테러 이후엔 방위산업주가 인기를 끌었다.

미국 군수업체들이 끊임없이 국제적인 분쟁이 일어나길 바란다. 10년동안 사양의 길을 걸어온 경험이 있었던 만큼 그들은 테러 이후의 국제정세를 활용해서 사업 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쟁이 없는 세계를 싫어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 자체가 또다른 불안요인이 아닐까. 아프가니스탄에 포탄이 쏟아질 때 그 포탄의 제작사 주가가 오르는 패러독스의 세계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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