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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그후
테러 이후 미국의 역할 논의 활발… 해외문제에 적극 간섭해야 한다는 주장
9/11 그후⑨…로마제국 닮아가는 미국
2019. 11. 09 by 김현민 기자

 

19902차 대전 이후 분단되었던 독일이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었다. 독일 분단의 상징이었던 브란덴부르크 문은 관광지로 개방되었다. 주변엔 무너진 베를린 장벽의 흔적이 흐트러졌다.

당시 시사평론가들은 세계를 동과 서로 갈랐던 냉전의 시대가 끝났으므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평화의 국제질서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 냈다. 이상 인류에 전쟁이 없을 것이라는 예언도 나왔다.

하지만 동서 냉전이 와해지 10년이 지난후 유일한 슈퍼파워로 등장한 미국이 테러리스트에 의해 공격을 받았다. 9·11 테러는 미국을 변하게 했다. 미국은 테러 이전의 것을 부정했다. 미국인들은 허탈감과 분노를 애국심으로 승화했고, 법원에 의해 당선이 결정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확고한 정치적 리더십을 확보했다. 미국은 알카에다 테러세력의 은신처인 중앙아시아 산악국가를 공격,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키고 친미 정부를 수립했다. 어제의 적이었던 미국과 러시아, 중국은 반테러에 관한한 우방국이 되었다. 미국은 이슬람 원리주의자와 이라크를 주적으로 삼았고, 러시아는 이슬람 정신으로 무장한 체첸 반군, 중국은 회교도로 구성된 신장 분리주의자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

 

많은 역사학자, 사회학자, 저널리스트들은 테러를 계기로 새로운 밀레니엄과 21세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정의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해체를 계기로 동서 냉전 체제가 종식되고, 그 공백을 글로벌 단일 시장의 메커니즘이 메웠다. 그러나 21세기를 가른 9·11 테러는 잠자는 사자를 깨웠다. 미국은 세계 최대 군사력을 사용, 테러 세력과 그들을 비호하는 국가를 적으로 규정하고, 그들의 싹이 크기 전에 선제 공격할 것임을 선언했다. 전쟁으로 시작해 전쟁으로 끝난 두 밀레니엄 전의 로마제국을 미국은 재현하고자 했다.

 

테러 이후 미국 학계와 저널리즘에서 제국주의에 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미국은 제국주의인가, 아니면 초강대국에 불과한가. 제국주의이면 어떤 형태이고, 과거 로마와 대영제국과 어떤 점에서 다른가. 이런 논의들은 미국 지식인 그룹의 사고에 미국은 해외문제에 적극 간섭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저널리스트 마틴 워커는 미국의 시사 계간지 윌슨 쿼털리’(The Wilson Quarterly) 2002년 여름호에 실은 어떤 종류의 제국주의?’라는 글에서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기 직전에 자신의 생각을 다음과 소개했다.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은 자신들이 로마 제국의 정통성을 잇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들은 5세기에 야만족에게 붕괴된 서로마 제국을 제1 로마 제국, 1453년에 오스만 투르크에 의해 멸망한 동로마제국을 제2 로마 제국이라고 부르고, 두 로마가 망한 후 그리스 정교를 국교로 한 모스크바 공국을 제3 로마 제국이라고 칭하고 있다. 이제 제3의 로마제국이 붕괴했고, 그다음 제4의 로마 제국을 누가 잇겠는가. 다름 아닌 미국이라는 것이다.

 

미군 기지가 설치된 지역 /위키피디아
미군 기지가 설치된 지역 /위키피디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구 소련이 붕괴됐을 때 미국의 지식인들 사이에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The only superpower)’이 되고, 마침내 2,000년전 로마 제국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났다.

당시 저널리스트 워커씨를 비롯, 많은 미국 우월주의자들은 미국이 로마 제국과 비슷한 측면을 다음과 제시했다.

 

로마법은 세계의 법이었고, 지금 미국의 법이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가 되고 있다.

로마의 문화는 그리스 문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여 힘차고 대중적인 것으로 재창조됐다. 유럽의 우수한 문화를 이어받은 미국의 문화는 팝송과 청바지, 헤어스타일, 맥도널드, 스타벅스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의 대중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그리스어를 변용하고, 다양화한 로마어가 세계어가 됐듯이, 영국식 영어의 변종인 미국어가 국제어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의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속담은 오늘날 미국의 정보고속도로(인터넷)이 전세계 정보화체계를 구축했다.

로마가 세계 각지에 군대를 파견했다. 미국은 오늘날 세계 각지 200여개 기지에 지상군 또는 공군을 주둔시키고, 수십척의 항공모함을 거느리고 있다.

로마의 돈이 세계 공용화폐였고, 미국 달러화가 지구촌 어디에서든 통용되고 있다.

로마는 시민이 투표권을 갖는 민주주의를 채택하면서, 다양한 민족과 인종을 포용했다. 미국도 시민권자의 투표로 지도자를 선출하는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이며, 세계 각지의 인종과 민족의 이민을 받아들이고 있다.

로마 제국이 식민지 지배를 현지인에게 위임했듯이, 미국도 페르페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친미 정권을 통해 현지 지역의 우월권을 확보하고 있다.

로마도 현재 이란 지방의 파르티아의 저항에 부딛쳤고, 미국도 페르시아만을 중심으로 한 중동 문제에 늘 골머리 앓고 있다.

 

이 정도의 비교를 들어보면 미국은 영락없이 로마제국의 닮은 꼴이다. 20029월 영국의 채널4 TV가 로마 제국을 주제로한 시리즈물을 방영했을 때 당시 그 다큐멘터리를 본 시청자들이 지금의 미국을 본 듯하다는 소감을 피력했다고 영국 언론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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