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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피트먼의 지중해 유입설…에욱시네 호수 잠기며 ‘노아의 방주’ 신화로 전승
흑해가 바다 되고 보스포루스 해협이 생긴 사연
2019. 11. 14 by 김현민 기자

 

터키 이스탄불에서 페리를 타고 보스포루스 해협(Bosporus Strait)을 관광하면 마치 큰 강을 유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강의 남쪽은 아시아 대륙이고, 북쪽은 유럽 대륙이다. 보스포루스 해협은 마르마라해(Sea of Marmara), 다르다넬스 해협(Dardanelles Strait)과 함께 터키 해협이라 불리는데, 이 터키 해협을 통해 흑해와 지중해가 연결된다.

보스포루스를 여행하면서 이 해협과 협곡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궁금해 했다. 아시아와 유럽 대륙이 붙어 있다가 어떤 지각변동에 의해 갈라지고, 틈새에 바닷물이 찬 것일까.

그런데 지질학자들은 다른 견해를 내놓는다. 흑해가 원래 호수였고, 지중해 물이 넘쳐 흑해로 빠지면서 물길을 형성했으니, 그것이 보스포루스 해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유람선 위에서 해협이 강처럼 생겼다고 생각한 게 맞다는 이야기가 된다.

 

보스포루스 해협 /김현민
보스포루스 해협 /김현민

 

이 이론은 1997년 미국의 지질학자이자 해양학자인 윌리엄 라이언(William Ryan)과 월터 피트먼(Walter C. Pitman III)에 의해 처음 제기되었다. 컬럼비아대의 두 교수는 그해 노아의 홍수-역사적 사건과 과학적 신발견’(Noah's Flood: The New Scientific Discoveries About The Event That Changed History)이라는 저서를 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라이언과 피트먼 교수의 가설에 따른 BC 5600년경의 에욱시네 호수(짙은 부분)와 지금의 흑해(옅은 부분). /위키피디아
라이언과 피트먼 교수의 가설에 따른 BC 5600년경의 에욱시네 호수(짙은 부분)와 지금의 흑해(옅은 부분). /위키피디아

 

흑해(Black Sea)는 빙하기가 끝나고 온난화 시기를 맞으면서 빙하가 녹은 물이 고인 호수(빙하호)였다. 그 호수를 지질학자들은 에욱시네 호수(Euxine Lake)라 명명한다. 2천년 동안 빙하가 녹은 물이 흘러들어 호수 수위가 높아졌고, 현재 보스포루스 해협의 좁은 출구를 통해 지중해로 빠져 나갔다. 그 물의 양은 연간 약 3백만에 달했다.

유럽과 아시아를 뒤덮은 거대한 빙상이 북쪽으로 물러나면서 에욱시네 호수로 들어오는 물의 양이 줄어들었다. 유입되는 수량에 비해 증발량이 더 많아지면서 에욱시네의 수면은 낮아졌고, 다시 호수가 되었다. 보스포루스 해협은 다시 진흙 찌꺼기가 쌓여 맨 땅이 되었고, 에욱시네 호수는 염분 농도가 줄어들어 민물이 되어 갔다. BC 5600년 경에는 에욱시네 호수의 수면은 지중해보다 150m 낮아졌다.

그런데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북극해로 밀려난 빙하의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면서 전세계 바다의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BC 5800년경 지중해의 수위는 지금보다 15m 낮았는데, 지구 온난화로 지중해의 높이가 서서히 높아지게 되었다.

 

공중에서 촬영한 보스포루스 해협 /위키피디아
공중에서 촬영한 보스포루스 해협 /위키피디아

 

라이언과 피트먼 교수는 지중해의 수위가 높아져 에욱시네 호수로 물이 흘러들어간 시기를 BC 5600년으로 보았다. 마르마라해는 높아지는 지중해의 끝자락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었다. 상승하는 지중해의 수면이 마르마라해의 가장 자리를 세차가 공격하다가 어느날 현재 보스포루스 해협의 좁은 틈새로 물이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거대한 바다의 수압이 좁은 물길이 흘러들어갔다. 지중해와 에욱시네 호수의 수위 낙차는 150m.

바닷물은 경사면을 타고 호수를 향해 폭포수처럼 흘러 들어갔다. 며칠이 지나자 보스포루스 강물은 자동차가 고속화도로를 달리듯 시속 90km 속도로 흘러 내려갔다. 세찬 물살이 흘러들어가면서 85~144m 깊이의 수로가 뚫렸다.

지중해의 바닷물이 보스포루스의 좁은 물길을 따라 유입되면서 에욱시네 호수의 수위는 하루에 평균 15cm씩 올라갔다. 호수로 들어오는 강물이 만든 삼각주가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하루에 뉴욕 맨해튼 섬만한 호수 주변의 땅이 물에 잠겼다.

2년이 지나자 에욱시내 호수와 지중해의 수위는 같아지고, 보스포루스는 흐르는 강이 아니라 두 바다를 잇는 해협이 되었다. 컬럼비아 대학의 두 교수는 이렇게 해서 지금의 흑해가 형성되었고, 보스포루스 해협도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터키 해협. 붉은 부분이 보스포루스 해협, 노란 부분이 다르다넬스 해협. /위키피디아
터키 해협. 붉은 부분이 보스포루스 해협, 노란 부분이 다르다넬스 해협. /위키피디아

 

라이언과 피트먼 두 교수의 에욱시네 대홍수 주장은 당시 지질학계, 고고학계, 해양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두 교수는 흑해 심해의 꽃가루 샘플, 고대 조개껍질 등을 수집하고 음파 탐지로 얻은 고대 해안을 모자이크로 조합해 이 주장의 근거를 제시했다. 연구자들은 흑해에서 지금보다 150m 낮은 거대한 민물호수의 흔적을 발견했고,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형성된 자갈 침전물, 급속히 불어난 물에 침수된 띠 모양의 사구를 찾아냈다. 질량분광가속기를 이용해 방사성탄소 연대측정을 한 결과, 두 교수의 팀은 BC 5600년경에 흑해가 민물에서 바닷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의 주장은 고고학자에 의해서도 뒷받침되었다. 고고학자들은 터키 북부 흑해 해안에 신석기시대 유물 발굴량이 극히 부족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석기시대 인류의 흔적이 모두 물 속에 잠겼기 때문이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方舟)’ 신화도 에욱시네 호수가 바다로 변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두 교수는 주장한다.

BC 5600년대에 에욱시네 호수 주변에는 인류가 살고 있었다. 브라이언 페이건(Brian Pagan)은 저서 기후, 문명의 지도를 바꾸다에서 에욱시네 호수가 기온이 상대적으로 따듯했으며 강 유역의 토양이 비옥하고 수량도 넉넉했기 때문에 소빙하기에도 거대한 오아시스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인류는 호수 주변에서 농경과 목축을 하고 이웃 마을과 교역을 했다고 한다.

호숫가에서 생활하던 고대인들이 1~2년 사이에 150m나 불어난 환경 재앙을 만났다. 마을이 물에 잠기고 가축이 수장되고 불어나는 물에 고립된 인간들은 대량으로 살상되었다. 이러한 기억이 중동지방 인근에 대홍수의 신화로 전승되었고, 구약성서에 노아의 방주로 기록된 것이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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