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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이야기
2~5월에 양양~간성 사이에 부는 바람…건조하고 밤에 강해져 산불 피해 키워
해마다 봄철에 영동지방을 불태우는 양간지풍
2019. 04. 05 by 아틀라스

 

14년전 2005년 낙산사(洛山寺)가 화마(火魔)로 잿더미로 변한 날이 45일 식목일이었다.

당시 산불은 낙산사를 전소시켰다. 얼마나 화마가 거셌던지, 보물 479호였던 낙산사 동종마저 녹여버렸다. 올해도 그 화마는 4일 저녁에 발생해 5일까지 강원도 영동지방에 닥쳐왔다.

해마다 봄철이면 영동지방에 닥쳐오는 화마는 양간지풍(襄杆之風)의 영향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간지풍은 영동지방의 양양과 간성 사이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의미이며, 양양과 강릉 사이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뜻에서 양강지풍(襄江之風)이라고도 한다. 양양 지역에서는 불을 몰고 온다는 의미에서 화풍(火風)이라고도 한다.

이 바람은 봄철 영동 중북부지방에서만 강하게 나타나는데 남고북저의 기압배치에서 우리나라 남부에 이동성 고기압이 위치한 상태에서 특히 4월에 강하게 분다.

강풍은 봄철 남고북저 형태의 기압 배치에서 서풍 기류가 형성될 때 자주 발생한다. 한반도 남쪽 고기압과 북쪽 저기압 사이 강한 서풍이 밀려와 태백산맥을 넘어 동해안에 더 건조한 바람이 불게 된다. 또 영서지역 차가운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을 때 역전층을 만나 압축되는 동시에 속도도 빨라진 강한 바람을 만든다. 양간지풍이 그야말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격이다.

밤에 산불이 나면 동쪽으로 퍼지는 더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나 산불 진화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공기가 차가워지는 밤일수록 산에서 해안가로 부는 바람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봄철 이동성 고기압이 우리나라로 이동해 상층 대기가 불안정할 때 바람 세기는 강해 진다. 이 때문에 영동지역에 피해를 끼친 산불은 대부분 2월부터 5월에 집중된다.

여기에 면적 82가 산림으로 둘러싸인 지형적 영향에다 동해안은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위주 단순림도 많아 피해를 키웠다.

 

영간지풍 모형도 /기상청 블로그
영간지풍 모형도 /기상청 블로그

 

영동지역은 잊을만하면 대형산불이 발생, '악몽'이 되풀이되고 있다.

1996년에 3,762ha를 태운 고성, 1998년 강릉 사천(301ha), 2000년 동해안 4개 시·(23,138ha), 2004년 속초 청대산(180ha)과 강릉 옥계(430ha), 2005년 양양(1141ha) 등에서 대형산불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동해안 산불은 지난 12년 동안 잠잠했다. 그러던 것이 2017년 삼척(765ha)과 강릉(252ha)에서 재현되었고, 지난해 2월 삼척 노곡(161ha)과 도계(76ha)에 이어 그해 3월 고성 간성에서 356ha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20054월에는 천년고찰인 낙산사를 집어삼켰다. 당시 산불은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32까지 관측됐다.

 

4일 저녁 7시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에서 불이 시작될 무럽, 기상청 미시령 자동관측장비에는 순간 초속 35.6m의 중형 태풍급 강풍이 관측됐다. 나무가 쓰러지고 집채가 날아갈 정도의 위력이었다.

불은 강풍에 실려 이례적으로 빠르게 번졌다. 시속 5km의 속도로 동쪽으로 확산해 불과 2시간여 만에 해안가에 다다랐다. 산림 23,000 ha를 태운 2000년 동해안 산불 당시의 확산 속도, 4.4km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원명수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KBS 인터뷰에서 확산 속도가 빠른 이유가 소나무의 솔방울이 강풍을 타고 비화되는 거리가 상당히 많이 발생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당 속도가 빠른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바람은 밤이 되면 잦아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양간지풍은 공기가 차가워지는 밤일수록 산에서 해안가로 부는 바람이 더 강해졌다. 때문에 5일 새벽까지 미시령에는 순간 초속 30m의 강풍이 몰아쳤고, 해안가에도 초속 20m 안팎의 강한 바람이 관측됐다.

이번 산불도 동해안에 내려진 강풍경보 속에 산불은 바람을 타고 해변 쪽으로 번졌다. 밤사이 초속 2030의 강풍을 타고 번져 고성지역 콘도와 속초 시내, 강릉 옥계와 동해 망상까지 집어삼켰다.

 

2005년 4월 5일 낙산사 화재 한달후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 /사진=김현민
2005년 4월 5일 낙산사 화재 한달후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 /사진=김현민
2005년 낙산사 화재를 참회하며 기도 드리는 스님 /사진=김현민
2005년 낙산사 화재를 참회하며 기도 드리는 스님 /사진=김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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