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뉴스

A 아틀라스뉴스

산업의 시대

골드 붐 타고 인구 팽창, 산업화, 자치운동, 지방 개척…멜버른, 금융도시로 발전

호주, 골드 러시로 유배지에서 산업국가로 변모

2019. 12. 24 by 김현민 기자

에드워드 하그레이브스(Edward Hargraves, 1816~1891))는 호주인으로, 1849년 골드 러시가 터진 미국 캘리포니아로 달려갔다가 금 채굴에는 실패하고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로 돌아왔다. 그는 대신에 미국에서 장사를 해 많은 돈을 벌었고, 금 채굴기술도 배웠다. 그는 호주에 금이 많이 난다는 소문을 듣고 뉴사우스웨일즈 일대를 돌아다녔다. 1851년 2월 12일 그는 동료들과 함께 뉴사우스웨일즈의 어느 강가에서 금덩어리 몇개를 발견했다. 그는 탐색을 계속해 바서스트(Bathurst)에서 노다지를 또 발견했다. 하그레이브스의 금 탐색이 호주 골드러시의 시초가 된다.

호주는 금이 발견되기 이전까지 영국 이민자들에게 기피의 장소였다. 일단 멀었다. 당시 호주에서 런던까지 편지를 보내면 넉달이 걸렸고, 기상조건이라도 나쁘면 6~7개월이 걸리기 일쑤였다.

게다가 호주는 범죄자들의 수용지였다. 영국의 호주 식민지 건설은 1788년 1월 26일, 11척의 배에 죄수 1천5백명을 싣고 시드니 항구에 도착하면서 시작되었다. 영국은 1868년까지 약 16만 명에 달하는 죄수들을 호주에 호송했다. 이와는 별개로 1790년대부터 세계 각지에서 자유 이민자들이 이주해오기 시작했다. 자유 이민자들은 죄수들과 섞여 사는 것을 싫어했다. 따라서 식민지 당국자와 지배계급은 철저히 권위주의적으로 통치를 했고, 유럽에서 전개되는 자유화 물결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당시 영국을 떠나는 이민지의 대다수가 미국으로 향했고, 5% 정도만이 호주로 갔다.

하그레이브스가 금을 발견하고 뉴사우스웨일스 식민당국에 보고하자, 당국자들은 처음에 떨떠름해 했다고 한다. 금이라는 요물에 취해 불량한 인간들이 몰려와 식민지 질서를 어지럽힐 것을 불안해 한 것이다. 어쨌든 하그레이브스는 식민당국으로부터 채굴권을 따내 본격적으로 금 채굴에 나섰다.

새로운 금 산지가 바서스트에서 시드니 사이에 연이어 발견되었다. 식민지 수도 멜버른의 사람들이 대거 금을 찾아 나서면서 식민당국은 지역경제가 흔들릴 것을 걱정했다. 하지만 멜버른 인근에서도 금맥이 터지는 바람에 그런 근심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호주에서 대량의 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영국에 전해지는데는 시간이 걸렸다. 당시 영국인들은 호주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1851년 4월에 알렉산더 산에서 대량의 금맥이 발견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곧이어 벤디고, 밸러랫에서도 금맥이 발견되었다. 호주산 금을 실은 첫 번째 선박이 런던 템스강을 거슬러 올라가자 영국인들이 그제서야 호주에서 캘리포니아 이상의 금광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852년 호주는 유럽인들에게 매력적인 곳으로 변했다. 미국으로 가려던 영국 젊은이들은 호주로 행선지를 바꾸었다. 호주에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와 비슷한 현상이 재연되었다. 호주의 금은 깊은 곳에 있지 않았다. 약간의 흙을 파면 쉽게 금이 나왔다. 알렉산더 산에서는 7개월동안 240만 파운드의 금 덩어리가 채굴되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전세계에서 구름같은 인파가 호주로 몰려들었다. 금이 발견되던 1851년에 1만9천명이 호주로 건너갔고, 그 다음해엔 네 배의 인간이 호주로 향했다. 1851년 호주 인구는 43만명이었는데, 1852년부터 1860년 사이에 이민자가 29만명이나 되었다. 1871년 호주 인구는 170만명에 이르렀다. 이중 절반은 유럽인이었고, 또다른 절반은 미국인이었다. 중국 이민자들이 건너오려 했지만, 식민당국은 거절했다. 이때부터 호주에 백호주의(白濠主義, White Australia Policy)가 시작된다.

호주를 향하는 인구가 급증하는 바람에 배가 모자라 조선경기가 호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멜버른에 도착한 이민자들은 곧바로 채광지로 갔다. 금 채광지에는 사람들이 붐볐고, 텐트 도시가 형성되었다. 금을 쫓는 사람 이외에 기술자, 상인들도 모여들어 호주의 경제 활동이 활발해 졌고, 호주내에 6개 식민지간의 물자 교류와 본국인 영국과의 교역도 왕성해 졌다.

금은 호주 전역에서 발견되었다. 동남부 뉴사우스웨일즈와 빅토리아에서 금광이 발견되기 시작했지만, 곧이어 남부 섬에서도 금이 발견되어 수천명의 광부들이 타스맨 해를 횡단했고, 퀸스랜드에서도 금이 발견되어 이주자들이 그리로 갔다. 노다지를 찾는 사람들은 호주 대륙 곳곳을 찾아다니며 미개척지에 사람들이 살게 되었다.

멜버른은 배후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금에 의해 금융중심지가 되었다. 런던으로 엄청난 금이 쏟아져 들어갔다.

금이 발견되자 식민당국은 세금을 걷을 방법을 고안해 금 채광지에 면허세를 부과했다. 뉴사우스웨일즈 식민청의 찰스 라 트로브(Charles La Trobe)는 1851년 9월 1일부로 금 채광지에 한달에 30실링의 세금을 부과했다. 채굴자들은 불만을 터트렸다. 주인 없는 땅에서 내 노동력으로 금을 캐는데, 무슨 세금이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식민당국은 가혹하게 불만자들을 억누르고 체납자와 탈세자들을 색출했다. 1852년 1월엔 뉴사우스웨일즈 당국이 금채굴지의 면허세를 1파운드에서 3파운드로 급격히 인상하자 채굴자들은 분노해 무기를 사들이게 되었고, 당국이 허겁지겁 철회하기도 했다.

식민당국은 부패하고 고압적이었다. 사법 판단을 합리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람들은 세금이 무겁더라도 공평하면 그럭저럭 참지만, 불공정한 행위에는 분노하기 십상이다.

1854년 10월 빅토리아주의 밸러렛에 있는 유레카 호텔에서 제임스 벤틀리라는 주인이 스코틀랜드에서 온 광부 제임스 스코비를 살해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경찰은 벤틀리를 무죄로 석방했다. 금 채굴자들은 분노했다. 광부들은 폭도로 변해 호텔에 불을 질러 태워버렸다. 경찰은 난동자들에 대해 대대적인 체포에 들어가 주동자 3명에 유죄판결을 내렸다.

11월 11일, 1만명의 광부들이 밸러렛 베이커리 힐에 모였다. 그들은 개혁위원회를 조직하고, 차티스트 노동운동가인 찰스 존 베슨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그들은 푸른색 바탕에 흰색 십자가를 그린 남십자성기를 노동운동의 상징으로 삼았다.

식민총독은 광부들의 시위가 정치운동으로 번지자 군대를 파견했다. 광부들은 누더기 옷을 입은채 민병대를 결성하고 유레카 납 광산 위에 건설된 방책으로 진입했다.

12월 3일,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새벽 4시 빅토리아주 식민총독 찰스 호담(Charles Hotham)은 군대에 발포명령을 내렸다. 군대는 무차별로 사격했다. 광부들도 총으로 저항했다. 군인 6명이 죽었으나, 광부 사망자는 22~60명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을 유레카 반란(Eureka Rebellion) 또는 유레카 방책 전투(Battle of the Eureka Stockade)라 부른다.

이 사건은 식민지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듬해 3월 식민당국은 면허세를 철폐하고, 금 수출세와 광업권(miner's right)으로 대체했다. 무엇보다도 이민자들의 정치적 권리가 확대되었다. 1년간 채굴권을 얻으면 투표권을 얻을수 있게 되었다.

영국도 서둘러 유화책을 내놓았다. 광부 봉기가 확산되어 미국처럼 독립할 경우, 막대한 금광을 상실할수도 있다고 우려해 연행된 1백여명의 광부들을 전원 무죄로 석방했다.

1855년 영국은 뉴사우스웨일스주, 빅토리아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태즈메이니아주에 자치권을 부여했고, 1859년에는 퀸즐랜드주에도 자치권을 허용했다. 1901년 1월 1일, 6개의 식민지 주는 영연방 내의 자치령으로 오스트레일리아 연방을 결성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금으로 인해 개발되고, 금으로 인해 민주화가 이뤄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