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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공 비망록
선경, 제1이통 사업자로 참여…포철 컨소시엄 낙점, 결국 SK텔레콤으로 합병
이동통신선정⑤…돌고 돌아 SK텔레콤과 합병
2019. 12. 26 by 김현민 기자

 

돌풍과 같은 정치의 계절이 가고 19932월 김영삼 대통령의 새 정부가 출범했다. 이동통신사업도 새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었다.

대선 기간에 맞물려 노태우 대통령과 최종현 선경그룹회장이 사돈이라는 사실이 정치문제화하면서 선경그룹은 다 따놓은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반납, 2통사업자 선정은 김영삼 정부로 이관됐다.

1993331일 신임 김영삼 대통령은 체신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윤동윤(尹東潤) 장관에게 이동통신에 관한 지시를 내렸다. 윤 장관은 한해전 노태우 대통령 말기에 제2이동통신사업자로 선경그룹을 선정한 인물이었다.

2이동전화 사업자선정에 있어 유리로 들여다 보는 것처럼 한치의 의혹도 없이 하시오.”

615일 체신부는 제2이동전화 사업자선정과 관련한 기본원칙을 발표한다. 19946월까지 사업자선정을 마치고 사업자선정방식은 6공 때의 방식과 같은 사업계획서 평가방식과 단일컨소시엄방식 중 하나를 연말까지 선택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1210일 윤 장관은 약속한대로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방식에 관한 정부의 원칙을 밝혔다. “신규이동전화 사업자는 민간자율에 의해 단일컨소시엄 구성으로 하며 이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일임합니다. 또 공기업인 한국이동통신(KTM) 주식 매각을 연계 추진하겠습니다.”

윤장관의 이날 발표는 새정부출범과 비슷한 시기에 전경련 회장을 맡은 선경의 최종현 회장과는 사전협의가 일체 없었던 일이었다. 마침 지방출장 중에 이 발표내용을 전해들은 최 회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쨋든 전경련은 1214일 회장단회의를 개최, 정부안을 수용키로 결정했고 이어 16일에는 조규하 전경련 부회장은 경상현(景商鉉) 체신부 차관을 만나 컨소시엄구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그동안 말고 많고 탈고 많았던 이동전화사업의 선정방식이 결정됨에 따라 이를 준비해온 업체들은 또한번 치열한 접전을 치르게 됐다.

특히 최종현회장은 15개월전에 겪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을 다시 하게 됐다. 지난번에는 대통령의 사돈이라는 점에서 특혜시비에 휘말렸지만 이번에는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제2이통에 참여할 경우 특혜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다분했다.

선경으로선 6공에서 반납한 2통 사업권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체신부도 그때의 선정이 공정했다고 분명히 하는 만큼 다시 뛰어들어도 실력이나 재력에서 사업권을 다시 따낼 자신이 있었다. 그룹의 전문경영인들은 제1이동통신 주식매입을 강력히 반대했다.

그러나 최종현회장은 사장단회의를 주재하면서 특혜시비를 받아가며 사업을 할 수 없다며 공기업인 한국이동통신의 주식매입을 지시한다. 지난 117일 선경은 1통주식매입참여를 공식발표한다.

선경은 2통을 2번이나 포기해야 했고 이에 따른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체신부가 한국이동통신 주식매각을 발표할 1993121주당 15만원대이던 1통의 주식시세가 매입시점에는 325천원까지 상승했다. 선경은 한국이동통신의 주식 23%를 매입하면서 43백억원의 자금을 납입, 후에 포철이 1통의 지배주주로 선정되면서 첫해에 납입한 150억원에 비해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말았다.

 

SK텔레콤 로고 /자료사진
SK텔레콤 로고 /자료사진

 

선경의 1통참여로 남은 것은 포철과 코오롱이었다.

선경이 1통으로 돌아서자 증시에는 코오롱이 지배주주로 선정될 것이며, 포철은 공기업이기 때문에 탈락할 것이라는 루머가 나돌아 코오롱주가가 치솟고, 포철주가는 하락하는 현상이 생겼다.

코오롱그룹의 이웅렬 회장이 권력상층부와 친하기 때문에 2통 지배주주로 선정될 것이고, 이미 그런 사전내락이 있었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그러자 그때까지 1통과 2통을 놓고 저울질을 하던 포철 측에서는 여론을 선도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선경이 1통 선택을 발표한 다음날인 18일하오 포철 신세기이동통신의 권혁조(權赫祚) 사장은 종로2가 영풍빌딩 19층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통 사업참여를 공식선언했다. “포철은 이동통신사업참여를 위해 한국이동통신주식매입과 제2이동통신참여등 두가지 방안을 신중히 검토한 끝에 제2이통사업에 참여키로 결정했습니다. 선경그룹의 제1이통 참여에 따라 국가경쟁력강화와 경제계의 결집및 화합을 위해 제2이통참여 결정을 내렸습니다. 선경이 특혜시비를 불식하고 2통의 단일컨소시엄구성이 공평하게 되도록 나름대로 고육지책으로 1통을 선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경의 이같은 결정을 선의로 보고 대승적 차원에서 그동안 검토해왔던 1통참여를 포기했습니다.”

포철과 코오롱중 제2이동통신사업의 최후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가 재계의 큰 관심사였다. 전경련의 원칙과 입장이 정리되면서 두회사의 움직임이 부산해 졌다.

 

전경련의 최종현 회장은 1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해당사자간 자율협의가 가장 바람직하며 회장단의 결정권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두회사의 자율협상이 어렵고도 지난한 일이었다. 정명식 회장과 코오롱의 이동찬 회장, 조말수 사장과 이웅렬 부회장이 담판을 거듭했으나 실마리가 풀리지 않았다. 결국 회장단이 중재에 나서 결정해야 할 판이었다.

전경련이 내부적으로 정리한 입장은 자금력과 기술력은 포철이 월등하지만,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기업 성격면에서 코오롱이, 규모면에서 포철이 각각 점수를 따고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었다.

 

24일은 이동통신참여업체들이 전경련에 2통사업신청서류를 접수시키는 날이었다. 적과의 동침이라 할까. 2통 지배주주를 두고 맞붙은 포철과 코오롱이 상대방을 제2주주로 설정했다.

두회사는 이날 하오 전경련에 2통사업 신청서류를 접수시키면서 서로를 파트너로 삼은 컨소시엄구성안을 냈다. 준비상황이 가장 좋다는 두 회사를 어우른 안이 누가 봐도 가장 이상적인 컨소시엄이라는 판단에다 지배주주경쟁에서 탈락할 경우 차선책으로 제2주주 자리라도 확보해두자는 계산이 맞아떨어진 제휴였다.

포철은 자기지분율을 14~16%, 코오롱은 11~12%로 배정해 양자간 지분차가 2~4%에 불과하다. 이처럼 코오롱을 후히 대접한 포철안은 일단 지분배분에서 경쟁사인 코오롱에 상당한 양보를 했다는 인식을 심사위원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됐다. 이에 비해 코오롱은 3개안 모두 자기지분율을 23%로 고정하고 포철에게는 8~12%를 배정했다

막판세몰이작전으로 동부-삼환-영풍-건영-아남등을 컨소시엄으로 합류시킨 포철은 모두 180여개사로 진용을 짜는 물량작전을 썼다. 코오롱측은 18개사로 진용을 짠 코오롱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결국 다윗이 이겼듯 공정하게 심사만 진행된다면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세기통신 로고  /자료사진
신세기통신 로고 /자료사진

 

포철의 정명식 회장, 조말수 사장은 17일 경영갈등의 책임을 지고 김철수 상공자원부 장관에게 사표를 제출해 놓은 상태였다. 정 회장과 조 사장은 3월로 임원임기의 연장도 연장이지만, 포철의 지배주주선정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건희 삼성회장의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가진 여러차례의 전경련회장단회의 결과, 228일 포철이 15%의 지분율을 확보, 지배주주로 선정됐다. 그리고 코오롱은 지분율 14%로 제2주주로 선정됐다.

그후 포철이 1대주주로 설립한 신세기이동통신은 신세기통신으로 이름을 바꾼다. 신세기통신은 017 번호를 부여받아 사업을 시작했으나 199912SK그룹(선경)과 전략적 제휴를 발표한다. 결국 신세기통신은 SK그룹의 한국이동통신으로 흡수합병되어 20021SK텔레콤이 출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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