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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은 “우리의 생존은 1백% 나일강에 달려 있다. 누구든 우리의 생존을 약탈하고자 한다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전쟁을 선포할 것이다. 그것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고 말했다. 후에 유엔 사무총장이 되는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이집트 외무장관이 1989년 미 하원에서 “이집트의 국가안보는 나일강 분지 8개국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역대 이집트의 정치지도자들은 국가안보의 제1순위를 나일강 상류 국가들의 물 공급에 치중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집트 인구 1억명의 95%가 나일강 주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일강의 물 분쟁은 고대 이집트 문명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는 고대 이래 언제나 상류에서 물 공급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잠재적 두려움에 긴장하고 살았다. 1,200년전에 나일강 수위가 치명적으로 낮아져 카이로 인구의 3분의1이 사망한 적이 있다.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Aida)는 1871년 수에즈 운하 개통을 기념해 만들어졌는데, 이집트군이 상류국인 에티오피아 전쟁을 벌이며 공주와 비련을 겪는다는 내용을 다뤘다.
올들어 이집트와 나일강 상류국 에티오피아와 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은 에티오피아가 건설중인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GERD: Grand Ethiopian Renaissance Dam)이 올 여름부터 물을 저장하기 시작하면서 불거졌다. 이 댐은 이름 그대로 에티오피아의 경제부흥을 내걸고 2011년에 착공돼 현재 70%의 공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 댐은 무려 45억 달러의 자금이 투자되어 저수 면적이 서울시 면적의 3배인 1,800㎢에 달하는 에티오피아 건국 이래 최대사업이다. 이 댐에서 발생하는 전력은 에티오피아가 사용하고도 남아 수출을 할 정도다. 이 댐이 완공되면 아프리카 최대로, 하류의 아스원 하이댐(Aswan High Dam)보다 크다. 물을 저장하는데만 해도 5~15년이 걸린다고 한다.
문제는 나일강 하류국인 이집트다. 이집트로 흘러드는 나일강의 수원 80%가 청나일강(Blue Nile)과 아트바라(Atbara)강, 테케제(Tekeze)강 등 에티오피아에서 발원한다. 빅토리아호(Lake Victoria)에서 발원하는 백나일강(White Nile)은 수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하류국인 이집트가 상류국 에티오피아의 댐 물 저장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에티오피아가 댐에 물을 가두게 되면 하류에 물공급량이 줄어들어 가뭄이 든다는 것이다. 에티오피아는 홍수가 드는 우기 시즌에만 물을 가두겠다고 했지만, 이집트의 걱정은 에티오피아가 전략적으로 댐을 활용하게 되고 이에 좌지우지되는 지정학적 상황이다.
두 나라의 물 분쟁에 중류국인 수단도 끼어들었다. 수단은 이미 오래전에 이집트와 물 협상에 합의한 상태이기도 하거니와, 에티오피아가 물을 가두면 피해국이 된다는 점에서 이집트의 편에 서 있다.
이집트는 에티오피아가 물 공급을 중단하면 전쟁도 불사한다는 입장이어서 결국 미국이 끼어들게 되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8일 에티오피아를 방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당사국들의 이해관계가 워낙 팽팽해 폼페이오의 중재도 먹혀들지 못했다. 폼페이오는 협상이 몇 달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집트에서 나일강은 절대적 위치를 차지한다. 이집트 역사는 나일강을 개척하고 관리하며 발전해왔다. 근대화 이전에 이집트 인구는 4백만~5백만명으로, 나일강이 공급하는 수자원과 토양이 이 인구를 먹여 살렸다.
영국이 이집트를 식민통치하면서 1902년에 아스완 로우 댐(Aswan Low Dam)을 건설했다. 이 댐의 건설로 관개수로가 건설되고 물이 관리되면서 인구가 증가해 2천5백만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아스완 로 댐은 여러 해를 거치면서 가뭄을 극복하기에 충분치 않았다. 영국은 수단 남부 습지대를 개척해 나일강 유량을 늘릴 것을 추진하다가 실행을 하지 못한 채 식민 지배를 끝냈다.
독립 초기 가말 압델 나세르(Gamal Abdel Nasser) 대통령은 1952년 원대한 꿈을 품고 아스완 하이댐 건설에 착수했다. 그는 비동맹 운동을 주도하는 바람에 미국과 척을 지고, 소련의 원조로 댐을 추진했다. 그러나 소련의 기술력이 당시로는 세계 최대 댐의 건설을 감당하지 못했다. 결국은 나세르는 서방 기술을 도입해 댐을 완공했다.
이 무렵 미국은 소련에 경도되어 있는 이집트를 견제하기 위해 나일강의 주요 수원인 에티오피아 고원지대를 탐사하며 댐 건설 예정지를 물색했다. 나일강은 에티오피아 습지대에서 20% 가량 증발하는데, 이를 잘 관리하면 에티오피아와 이집트가 공동으로 번영할수 있다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집트는 아랍권의 막강한 외교력과 군사력, 경제력을 바탕으로 에티오피아의 댐 건설을 저지했고, 가난한 에티오피아도 댐 건설을 밀고 나갈 여력이 없었다.
1971년 아스완 하이 댐이 완공되면서 로우 댐보다 30배 이상의 물을 저장했다. 이집트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5천년 동안 관리되지 않던 나일강이 드디어 관리되고, 2년간 유량이 댐에 저장되어 안정적으로 공급되었기 때문이다.
아스완 하이댐 건설로 이집트는 1979~1988년의 10년 장기가뭄도 거뜬히 이겨내고 인구가 증가했다. 2006년 이집트 인구는 7천5백만으로 늘었고, 2020년 1억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가 너무 빨리 늘어나 나일강 유역이 생산하는 식량으로도 모자라 외국에서 식량을 수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그동안 가난에 쩌들어 있던 에티오피아가 경제 개발을 위해 아스완 댐보다 더 큰 GERD를 건설하기 시작한 것이다. 청나일강이 내리 흐르는 수단 국경 근처에 댐이 건설되므로 저수지에 의한 국경 분쟁도 발생하지 않는다.
에티오피아를 흐르는 청나일강은 우기에 협곡에서 30m 높이로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며 진흙물을 쏟아내지만 건기에는 아주 쓸모 없을 정도로 천천히 흐른다. 이 강물을 제어해 물을 활용하고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것이 에티오피아의 목표다.
이집트와 에티오피아는 오랜 역사 과정 속에서 숙적이었다. 고대 파라오는 몰약과 유황을 차지하기 위해 에티오피아를 침공하기도 했다. 게다가 두 나라는 종교가 다르다. 에티오피아는 일찍이 로마시대부터 기독교를 받아들여 에티오피아 정교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솔로몬왕과 시바의 여왕 사이에 낳은 메넬리크 1세가 BC1000경에 나라를 세웠으며, 언약궤도 보호하고 있다는 신화의 국가다. 에티오피아는 이집트는 종교적, 민족적 연대성에서 이스라엘과 에티오피아가 연합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GERD 건설 비용을 독자적으로 조달한다고 밝혔다. 혹여 외국에서 차관을 끌어들일 경우 이집트가 훼방놓을 것을 우려한 탓이다.
이집트와 에티오피아의 물 전쟁은 현재 진행중이다. 일단 우위를 점한 나라는 에티오피아다. 물 분쟁에서 상류국과 하류국이 싸우면 상류국이 유리하다. 이집트가 전쟁을 벌이지 않는한 에티오피아에서 내려오는 물을 공짜로 쓰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값으로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을수 없는 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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