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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과 전쟁
광란의 시대, 증시 폭락으로 끝나…정책당국자의 오판으로 불황 장기화
1929 대공황①…뉴욕증시 폭락, 재앙의 신호탄
2020. 05. 01 by 김현민 기자

 

1920년대, 미국은 흥청거렸다. 유럽에서 벌어진 1차 세계대전에 막판에 참전해 승전국의 대열에 끼게 되었다. 전쟁터가 된 유럽의 교전국들은 미국에서 식량과 탄약, 물자를 사들였고, 미국에서 돈을 빌렸다. 전쟁 이전에는 채무국이었던 미국은 세계 최대 채권국가가 되었다.

일시적인 불경기(1920~1921)가 있었지만 10년간 호황이 지속되었다. 미국인들은 재즈에 열광했고 방송국이 생겨 라디오로 대중음악을 들었다. 축음기가 보급되었고, 영화관이 생기고 헐리웃 스타가 인기를 끌었다. 페니실린이 개발되어 인류는 더 이상 바이러스의 공포에서 헤어날 것처럼 보였다. 찰스 린드버그(Charles Lindbergh)는 뉴욕에서 대서양을 건너 파리까지 횡단하며 만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스포츠 대회가 열리고 미인대회는 미니스커트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언론은 센세이셔널한 이슈를 자극시키고 마음껏 마시고 즐기는 대량풍조가 만연했다.

그 시대를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라고 불렀다. 기업들은 대량생산을 추구했고, 소비자들은 대량소비를 했다. 미국의 자동차 생산대수는 19191658천대에서 19294587천대로 3배 증가했고, 자동차 등록대수는 19194가구당 1.12대에서 19294가구당 3.15대로 팽창했다. 가구당 1대의 차량을 소유하는 자동차 대중화시대가 열렸고, 포드자동차는 대량생산을 통해 T형 포드의 가격을 1912년 대당 6백 달러에서 1920년대말에 대당 240달러까지 떨어뜨렸다.

1928년 대통령 선거에서 허버트 후버(Herbert Hoover) 공화당 후보는 "미국인들이 매 끼니마다 닭고기를 먹고 누구나 자동차를 소유할수 있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선거에서 승리해 19293월 미국 제31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대공황 초기 뉴욕증시 다우존스 지수 추이 /위키피디아
대공황 초기 뉴욕증시 다우존스 지수 추이 /위키피디아

 

모든 게 잘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아메리카 대륙의 신생국이 독립한지 150년만에 세계 최대의 부국이 되었고, 모국이던 유럽 국가들은 그들의 후손이 건설한 나라에 손을 벌리는 신세가 되었다.

주식시장은 벌겋게 달아 올랐다. 경제성장에서 나온 이윤의 상당액, 유럽에서 들어오는 채권상환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뉴욕의 크라이슬러 빌딩,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마천루를 등장시켰다.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뾰족한 고층건물의 첨탑은 주식시장을 연상시켰다. 1920년대말 주식 하루거래량과 주가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락세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1914년 창설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주식시장의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1928년 봄에 할인율을 세차례나 인상했다. 서서히 금리가 인상되고 있음에도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 기업들은 주가를 올리기 위해 합병작업을 가속화하고 신주를 발행했다. 그러나 1929년 여름부터 경기하강의 신호탄이 올랐고, 기업 예상수익이 감소했다. 그럼에도 192993일 다우존스 지수는 381 포인트까지 올라갔다.

마침내 뉴욕 월스트리트에 주가 고점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대의 이코노미스트 어빙 피셔(Irving Fisher)는 주가가 고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을 내놨고, 금융전문가 로저 뱁슨(Roger Babson)공포스러운 붕괴가 다가오고 있다는 불길한 예언을 내놨다.

뉴욕주가는 그해 10월초부터 큰 폭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1028일 다우존스 지수는 12.82%(검은 월요일), 2811.73%(검은 화요일) 폭락했다. 이후 다우존스 지수는 등락을 거듭하다 1113198 포인트까지 내려갔다. 두달 사이에 주가가 반토막 난 것이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미국에서 발원해 전세계로 확산된 1930년대 대공황의 시작을 192910월 주가 대폭락으로 파악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이때부터 짧게는 1934, 길게는 1939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까지를 대공황으로 본다.

세계대공황은 20세기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경제사건이다. 이후에도 여러차례 불황이 있었지만 대공황 때만큼이나 길고 깊고 광범위하게 확산된 경우는 없다.

 

1935년 뉴욕시의 천막촌과 실업자 /위키피디아
1935년 뉴욕시의 천막촌과 실업자 /위키피디아

 

대공황(Great Depression)1929년부터 1932년까지 전세계 GDP15%나 감소시켰다. 2009~2009 경제위기 때 세계경제가 1% 위축된 것과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경기침체가 사람들에게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실업률 때문이다. 대공황 시기에 미국의 실업률은 26%까지 치솟았다.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 4명중 1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몇해전까지만 해도 경기호황에 들떠있던 광란의 미국인들은 이제 실업자가 되어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다. 오히려 전쟁 때가 좋았다. 미국의 공장은 유럽에 무기와 물자를 대기 위해 쉬지 않고 돌았다. 일자리는 어디에나 있었다. 그런데 전쟁이 끝난지 10년후, 일터를 잃은 사람들은 오늘 하루하루 먹을 거리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 되었다.

 

대공황의 원인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분석은 많다. 주가 대폭락이 공황의 원인이 된 것인가. 1987년 블랙먼데이의 주가하락폭은 22.6%, 191910월의 이틀치 폭락에 맞먹는다. 하지만 1987년에는 미국 경제가 불황으로 가지 않았다. 1920년대 미국 경제의 본질적인 문제가 대공황으로 이끈 것이다. 뉴욕주가 폭락은 공황의 신호탄이었을 뿐 대공황의 직접적 원인이 되지 않았다는데 경제학자들의 이론은 일치한다.

 

경제학자들 사이에 대공황에 대한 분석은 크게 케인즈주의 학설과 화폐경제학 학설로 나뉜다.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 이론>에서 총량적 지출의 부족이 대규모 경제 불황을 야기했다고 주장하고 해결책으로 정부가 지출 총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밀튼 프리드먼(Milton Friedman), 안나 슈워츠(Anna J. Schwartz)와 같은 화폐경제학자들은 은행 위기에서 대공황이 촉발되었다고 보았다. 대공황기에 미국 은행의 3분의1이 파산하거나 사라졌고, 통화량이 35%나 감소했다. 통화량 감소가 가격을 하락시켜 디플레이션을 유발했고, 기업들이 생산원가를 맞추기 위해 대량의 실업자를 쏟아냈다는 것이다. 이들은 금융완화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화폐경제론자들의 주장에 미국 연준(Fed) 의장을 역임한 벤 버냉키(Ben Bernanke)가 합류했다. 버냉키가 Fed 의장 시절에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자 전격적으로 제로금리를 채택하고 무제한 통화공급을 단행한 것은 이 이론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지금의 Fed 의장 제롬 파월(Jerome Powell)이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자 전격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도 대공황의 유산이다.

 

한세기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 대공황에 대한 많은 학자들의 연구가 축적되었다. 서로 견해를 달리하지만 대체로 경제학자들의 견해가 하나로 모아지고 있다. 경제위기를 조기에 차단할수 있었다. 미국이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정책당국자들이 금본위제도라는 고정관념을 맹신해 빠져 나오지 못했다는 사실, 정부와 중앙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했어야 했다는 사실 등에 기인한다는데 경제학자들의 합의점이 도출되고 있다. 국제적 금융 리더십이 부재했기 때문에 공황의 장기화를 방치했다는 사실에도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돌발적 상황이 2020년 세계경제에 몰아치면서 수많은 저널리스트와 이코노미스트들이 과거의 대공황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은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90년전 세계의 정책당국자들이 어떤 오류를 행했는지를 되돌아보는 것도 오늘날 위기를 극복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1929년 10월 증시 대폭락 이후의 뉴욕 월가의 모습 /위키피디아
1929년 10월 증시 대폭락 이후의 뉴욕 월가의 모습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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