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노동자 조직화 미숙, 사회당의 미온적 태도로 실패…부르죠아 위기감 고조
이탈리아 파시즘①…‘붉은 2년’의 실패한 혁명
2020. 10. 17 by 김현민 기자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에 유럽 전역에 혁명의 바람이 불었다. 1917년 러시아에서 볼셰비키 혁명이 터졌고, 이듬해 독일에서 군인·노동자들의 혁명으로 황제(Kaiser)를 몰아내고 전쟁을 종식시켰다. 헝가리에서도 1919년 소비에트 정부가 들어섰다.
이탈리아는 연합국측에 붙었지만 얻은 건 별로 없고, 심각한 경기침체에 시달렸다. 물가가 폭등하고 실업률도 급상승했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전역 군인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1918년 평균실질임금은 전쟁 전인 1913년의 64.6%에 머물렀다. 사회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러시아 혁명 소식은 이탈리아 민중에게 복음처럼 들렸다. “러시아를 따라가자”(Doing as in Russia)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공산주의를 하면 인민들이 일자리를 갖고 배불리 먹을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커졌다.
이탈리아인들은 사회주의와 무정부주의에 탐닉했고, 노동자들은 우후죽순 노조를 만들었다. 이탈리아 사회당 가입자는 1918년 2만4,000명에서 1920년 20만명으로 팽창했고, 노조 조직인 이탈리아 노동총동맹은 200만명의 회원수를 기록했다. 무정부주의자들의 노조도 80만명의 회원들 확보했다.
노동운동은 자연발생적으로 확산되었다. 파업은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것으로 시작되어 정치적 주장으로 전환되었다. 1919년 총파업 횟수는 1,663회로 전전의 810회보다 2배로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고, 1920년에는 1,881회로 늘어났다. 공장 노동자 파업은 농촌으로 파급되어 농촌 파업이 1913년 97건에서 1920년 189회로 확산되었다. 파업 지도자들은 러시아 혁명 지도자들과의 연대를 주장했다.
이탈리아 역사에서 1919~1920년 2년 동안에 일어난 사회주의 운동을 ‘붉은 2년’(Biennio Rosso, Two Red Years)이라고 한다. 무장 노동자들이 공장을 접수하고 농촌으로 그 세를 뻗어 나가던 혁명운동은 1922년 베니토 무솔리니(Benito Mussolini)가 이끄는 파시스트 세력에 지권의 명분을 주었다. 주1)
혁명 운동의 시작은 전쟁 기간인 1917년 러시아 혁명의 영향을 받아 북부와 중부 공업지대에서 간간히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시작은 1919년이다.
중심은 북부 공업지대 토리노였다. 1919년 9월, 이탈리아 자본주의의 상징인 피아트(FIAT) 공장에서 러시아 혁명을 모방해 노동자들이 공장을 점거하고 공장평의회(소비에트)를 조직했다. 노동자들은 대표를 선출하고 공장을 가동시켰다. 그들은 총기로 무장하고 스스로 홍위병(Red Guards)이라 불렀다.
피아트 공장의 소비에트 건설은 다른 회사와 공장으로 확산되었다. 전국적으로 노동자가 조직화되고 공장 점거 바람이 불었다.
1919년 11월 총선에서 사회당과 인민당 후보자들이 대거 당선되었다. 사회당은 156석(32.4%)으로 제1당이 되었고, 인민당 99석으로 혁명세력이 압승했다. 이들의 의석은 자유주의 성향의 179석을 넘어섰다. 하지만 혁명 세력의 분열이 극심해 정권을 잡는데는 실패했다. 여러차례 총리를 역임한 중도파 지오반니 지올리티(Giovanni Giolitti)가 다시 총리를 맡아 좌파와 우파를 중재했다.
사회주의 혁명은 시간 문제인듯 싶었다. 농민들도 농민단체를 조직해 파업에 참가함으로써 남부 농촌 지역에도 혁명운동이 파급되었다.
1920년 3월 29일에 토리노의 피아트 공장을 중심으로 철강노동자들이 전국적인 총파업을 주도했다. 120만명의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기업주들은 공장 폐쇄로 대응하고 노동자평의회 해산을 요구했다. 6월에 공장을 점거한 노동자의 수가 50만명에 이르렀다.
전국적인 파업을 공산혁명의 기회로 파악한 사람은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였다. 사르데냐에서 태어난 그람시는 이탈리아 사회당에 입당해 사회주의 운동가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사회와 정치, 노동운동, 문화비평 등 다양한 분야에 비평가로 활동했다.
그람시는 노동자 총파업을 혁명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회당내 우파 개량주의자들에 의해 저지되었다. 당내 우파들은 사회적 타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파업은 11일만에 끝났다. 그람시는 타협적 파업 종식을 실패라고 보았다. 혁명의 기운은 무르익고 있었다. 6월에는 알바니아로 출동하던 연대병력이 반란을 일으켰다. 군인 반란은 확산되어 로마도 위협했다. 철도 노동자들은 정부군의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파업했다. 주2)
노동운동은 그해 8월과 9월에 더욱 격화되었다. 9월 3일 무장 노동자들은 토리노의 185개 철강회사를 점거했다.
지올리티 내각은 결국 군대를 동원했다. 토리노에 5만명의 군인들이 파견되었다. 게다가 노조 상부조직인 노동총동맹과 사회당은 노동자들의 공장점거를 지지하지 않았다. 결국 노동자들은 공장 점거를 풀었다.
1920년 9월 19일 이탈리아 노동총연맹은 기업주 대표들과 인금인상과 노동조건 해건을 약속받는 대신에 공장점거를 푼다는 대원칙에 합의했다. 사회당도 사회적 대타협에 합의했다. 이로써 2년에 걸친 이탈리아 혁명운동은 고개를 숙인다.
그람시를 비롯해 사회당 내 좌파들은 노동운동의 패배를 사회당과 노조 지도부의 무능의 탓으로 돌렸다. 사회당 내에는 우파 개량주의자들이 지배했고, 그들이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람시는 노동운동의 비조직성과 정체성에 삼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그는 소비에트 조직을 모델로 새로운 혁명조직을 구상했다. 각 공장의 노조가 대표자들을 뽑고, 그 대표자들이 모여 지역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조직을 전국적으로 연결해 혁명조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다. 농촌에서는 농민 평의회를 조직해 노동자 조직과 연대하도록 했다.
그람시는 자신이 구상한 새로운 모델을 토대로 동지들을 규합해 1921년 1월 이탈리아 공산당을 창당했다. 이어 <신질서>(L'Ordine Nuovo)를 기관지로 발간했다. 주3)
그람시가 공산당을 창당했을 땐 ‘붉은 2년’이 지난 후였다. 일단 가라앉은 혁명운동은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1922년 그람시는 이탈리아 공산당을 대표해 모스크바를 방문해 아내 율리아(Julia Schucht)를 만났다. 파시스트 정권은 1926년 무솔리니 암살사건을 구실로 그를 체포했다. 재판에서 검사는 "우리는 이 자의 두뇌가 작동하는 것을 20년 동안 중지시켜 놓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감옥에서 역사와 사회에 대해 예리하게 파헤쳐 2,848 페이지에 달하는 필사본을 남겼다. 그를 석방하려는 국제적인 청원운동에 힘입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장기 수감 중에 얻은 각종 질병으로 1937년 4월 4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한편 이탈리아의 ‘붉은 2년’은 부르죠아 계급과 파시스트들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산가와 기업인들은 혁명 운동을 지켜보면서 언젠가 자신의 재산을 빼앗기고 생명의 위협을 받을수 있다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들은 그런 세상이 오기 전에 자신들을 지켜줄 지도자가 나오길 희망했다. 대지주들은 우익단체들에게 자금을 대기 시작했고 파시스트들은 사회주의 단체에 대해 폭력적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주1) Wikipedia, Biennio Rosso
주2) Socialist Alternative, Biennio Rosso: Italy’s “Two Red Years”
주3) Wikipedia, Antonio Gramsci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