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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개 섬으로 구성, 국방·안보는 미국에 맡겨…얩 섬의 돌 화폐, 화폐학의 연구모델
태평양 섬나라②…돌 화폐 쓴 미크로네시아
2019. 05. 09 by 김현민기자

 

태평양 서부에 작은 섬들로 구성된 미크로네시아(Micronesia)라는 나라가 있다. 이 나라의 607개 섬들 중 얩 군도(Yap Islands)가 있다.

 

얩 섬의 전통가옥. 부의 표시 수단으로 집 밖에 돌 화폐를 전시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얩 섬의 전통가옥. 부의 표시 수단으로 집 밖에 돌 화폐를 전시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얩 섬은 마이크로네시아 캐롤라인 군도에 있는 섬으로, 1899~1919년 기간에 독일의 식민지였다. 당시 인구는 5,000~6,000. 1903년에 윌리엄 헨리 퍼니스 3(William Henry Furness III)라는 미국 인류학자가 그 섬에서 여러달 살면서 그 섬의 돌화폐에 관한 흥미로운 스토리를 연구했다.

섬 사람들은 400마일 떨어진 섬에서 석회석을 다듬어 화폐로 사용했다. 중앙에 구멍을 내 바퀴모양으로 만들었는데, 큰 것은 지름이 3.6m12톤이나 되었다. 교환단위는 페이(fei)라 불렀는데, 돌의 크기에 따라 화폐가치가 올라갔다. 돌을 가공하고 운반하는데 많은 노동이 들어갔기 때문에 이 섬에선 화폐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원주민들은 가공한 돌 화폐를 카누나 뗏목에 싣고 와 집에 소장했다. 무거워서 운반하기 어려운 돌은 가공한 곳에 그대로 두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돌의 주인이 자기 것이라는 표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거래를 할 경우 돌의 주인이 바뀌는데 새 주인은 돌에다 어떤 표시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크로네시아 섬들 /위키피디아
미크로네시아 섬들 /위키피디아

 

얩 섬이 소속된 국가의 공식 명칭은 미크로네시아연방공화국(Federated States of Micronesia)이다. 이 열도국가는 태평양 필리핀 제도 동쪽, 적도 북쪽에 있는 서태평양에 자리 잡고 있다.

면적은 705이며 캐롤라인제도(Caroline Islands)에 속하는 앞서 소개한 얩(Yap), 추크(Chuuk), 폰페이(Pohnpei), 코스라에(Kosrae) 4개의 섬을 포함해 총 607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나라의 섬들의 면적을 합치면, 702로 서울보다 조금 넓다. 인구는 2016105,000명 정도. 수도는 폰페이 섬에 있는 팔리키르(Palikir)이다. 4개주로 구성되어 있다.

 

16세기 스페인이 영유권을 선언했지만,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1899년 독일에 매각했다. 1차 대전에서 독일이 패전하지 1914년 일본군에 점령되었다. 태평양 전쟁 이후 1945년 미군이 점령했으며, 1947년 미국의 신탁통치령이 되었다. 이후 자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1968년 마샬군도와 함께 미크로네시아의회를 발족했고, 1979510일 미크로네시아연방으로 이행할 것을 결정하는 신헌법을 채택함으로써 자치정부가 수립되었다.

198210월 미국과 자유연합협정(CoFA: Compact of (Free Association)을 조인해 안보와 치안을 미국에게 위임했다. 협정은 1983년 주민투표에 따라 승인되었으며, 198610월 발효되었다. 198611월 미국은 신탁통치의 종료를 선언하고, 19901212일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라 독립했다.

언어는 영어(공용어)8개 토착 언어를 쓴다. 화폐단위는 미국 달러다.

정치체제는 대통령중심제로 신사협정에 따라 의원 중에서 4개 주에서 윤번제로 선출된다. 의회는 임기 4년의 단원제(14).

우리나라는 199145일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하였으며, 주 피지 대사가 그 업무를 겸임하고 있다.

 

< 얩 섬의 돌 화폐 >

 

세계적인 화폐경제 학자 밀튼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이 저서 화폐경제학(money mischief)에서 얩 섬의 돌() 화폐와 관련해 흥미로운 사례 두 가지를 소개했다.

어느 부자가 거래를 하고 크고 값진 돌화폐의 주인이 되었는데, 뗏목으로 그 돌을 운반하던 중에 폭풍우를 만났다. 운반자들은 살기 위해 돌을 바다에 빠뜨릴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그 돌을 빠뜨린 것은 주인의 잘못이 아니고,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증언했다. 정당한 이유가 소명되자, 주민들은 바다에 빠진 돌의 가치를 인정했다. 그후 바닷속 돌화폐는 주인의 집에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지며 구매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식민통치자 독일 정부가 추장들에게 도로를 보수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추장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이에 독일 정부는 추장들에게 벌금형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독일 당국이 고안한 방법은 추장 집에 보관하던 돌화폐에 검은 십자 표시를 하고 식민당국의 소유임을 확인케 한 것이다. 그러자 요술같이 효과가 나타났다. 가난해진 주민들이 섬의 도로보수작업에 나섰다. 도로는 완성되었다. 식민당국은 그 보답으로 돌화폐의 십자 표시를 지워주었다. 그러자 또다시 요술처럼 원주민들은 자신의 부를 확인하며 행복해 하더라는 것이다. 그 때 만든 도로는 지금 이 섬의 주요도로로 활용되고 있다.

 

옙 섬 주민들이 돌 화폐를 배로 나르는 모습. (1880년 그림) /위키피디아
옙 섬 주민들이 돌 화폐를 배로 나르는 모습. (1880년 그림) /위키피디아

 

문명인들은 얩 섬 원주민들을 비웃을 것이다. 돌 덩어리가 무슨 화폐냐고. 하지만 현대인들도 앱 섬의 돌덩어리와 비슷하게 화폐운용을 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 근처에 있는 뉴욕 연방준비은행(Fed) 지하창고에 금덩어리가 보관되어 있다. 영화 다이하드3’를 보면 악당들이 이 지하창고에 금괴를 훔치는 장면이 나온다.

프리드먼은 뉴욕연준 지하창고의 금괴가 앱 섬의 돌화폐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공황기인 1932~33년 프랑스가 미국 달러를 불신해 달러를 팔아 금으로 바꾸고, 뉴욕연준 지하창고에 맡겨두었다. 이 때 거래는 뉴욕연준 지하창고의 미국실에 있던 금덩어리가 프랑스실로 몇 칸 위치이동한 것 뿐이다. 지하창고에서의 금덩어리 위치이동만으로 세계 외환시장에서 큰 폭풍이 일어났다. 달러가치가 폭락하고 미국의 금융공황은 심화되었다.

얩 섬에서 돌덩어리의 소유권이 이동하는 것이나, 뉴욕연준 지하창고에서 금덩어리가 위치 이동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게 프리드먼의 논리다. 석회암을 갈아 만든 돌 덩어리에 부의 가치를 부여하는 앱 섬 원주민의 사고방식이나, 광석을 제련해 만든 금 덩어리에 부의 가치를 표현하는 현대국가에 똑같은 원리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 원리는 바로 신용이다. 돌 덩어리나 금 덩어리에 부와 교환가치를 부여하는 공유된 신념이 있기 때문에 교환수단으로 활용된다고 통화론자 프리드먼은 가르쳤다. 결국 앱섬의 원주민들은 현대사회의 신용가치를 선구적으로 도입했던 것이다.

 

미크로네시아의 돌 이동 축제 /위키피디아
미크로네시아의 돌 이동 축제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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