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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전쟁
미국-중국의 에너지 역전…미국 최대 수출국 부상, 중국 최대 수입국 올라
[셰일혁명⑤] 미국 에너지 패권에 휘둘리는 중국
2019. 05. 11 by 김현민기자

 

미국의 시사평론가 러셀 골드(,Russell Gold)2015년에 쓴 더붐’(The Boom)이란 책에서 여러 세대 동안 미국은 석유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했다. 전쟁도 했고 해로도 순찰했다. 아미도 이같은 시대는 끝나가고 있는 듯하다. 2020년이 되면 미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 생산국가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의 전망보다 2년 앞당겨 2018년에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이 되었다.

비슷한 시기인 2017년에 세계최대 원유수입국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 2017년 중국의 원유수입은 8,500B/D, 미국의 7,900B/D를 능가하기 시작했다. 원유에 석유제품을 합친 전체 석유류 순수입에서 중국은 이미 2014년에 미국을 추월했다. 중국이 최대 수입국의 지위에 오른 것이다. 2017년 기준으로 중국의 원유수입량은 세계전체 원유교역량의 19.3%를 차지한다. 미국은 셰일혁명으로 원유수급에 긍정적 방향을 잡아 나가는 반면에 중국은 빠른 석유소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원유생산이 따라가지 못해 대외의존성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역전현상은 석유의 지정학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계석유시장에서 미국의 헤게머니가 커지는 반면에, 중국은 미국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손오공의 신세에 처하게 되었다.

 

자료: EIA
자료: EIA

 

중국이 다급해 졌다.

급격히 늘어나는 국내 기름 소비를 맞추기 위해 위해 산유국에 손짓을 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에겐 미국이 수입을 줄이면서 생긴 공급과잉을 흡수하겠다고 덤비고, 반미 전선의 산유국들에 석유동맹을 호소하고 있다. 1973년 오일쇼크 이후 미국이 하던 모습이 중국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먼저 사우디에 선린의 제스추어를 보냈다. 일대일로 정책의 일환으로 사우디에 에너지 프로젝트와 인프라 건설에 참여하고,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에 참여하도록 권유했다. 사우디는 미국 등 서방진영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16년에 중국이 주도하는 AIIB 창립회원국이 된다.

하지만 사우디는 중국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지 않았다. 중국은 수입 원유의 결제를 위안화로 하자고 했지만, 사우디는 이를 거부했다. 국제석유시장에서 결제통화는 미국 달러다. 위안화가 원유시장의 결제수단의 하나로 채택되면 세계기축통화에 큰 변화를 주게 된다. 사우디는 이를 단박에 거절했다. 아직 미국과의 밀월관계를 끊을수 없었던 것이다. 사우디는 중국이 제공하는 100억 달러 규모의 시노펙과 아람코 합작 정유공장 설립은 받아들였다. 투자는 받되, 석유시장의 틀은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우디에 서운함을 느낀 중국은 러시아에 손을 내밀었다. 러시아는 소치 동계올림픽 직후인 20142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점령한 이후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아왔다.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자 생산한 석유를 팔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 차에 중국이 덤벼들었다. 러시아는 중국에 석유판매를 늘렸다. 2016년에 중국의 제1 석유수입국이 사우디에서 러시아로 바뀌었다.

 

자료: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 에너지경제연구원

 

중국은 이란에도 공을 들였다. 이란은 1979년부터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아왔기 때문에 반미 전선을 형성하기에도 좋았다. 2010년 유엔이 대이란 제재를 확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을 때, 중국은 추가 제재를 가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 게다가 이란은 시진핑 주석이 주창하는 일대일로 육상교통로의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고 화물열차로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을 경유해 중국으로 육상운송이 가능하다.

중국 국영석유회사는 추정매장량 170억 배럴에 이르는 야다바란(Yadavaran) 유전 개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비롯해 이란에서 원유생산 프로젝트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해왔다.

미국이 이 사실을 모를리 없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핵 협정에 탈퇴하며 제재를 복원했다. 그 주요 타깃이 중국이다. 중국도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 기껏 투자해 기름을 생산할 때가 되었는데,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협정 탈퇴로, 중국은 다잡은 고기를 놓친 셈이 되었다.

자료: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 에너지경제연구원

 

러시아도 미국의 셰일혁명의 피해국가다. 러시아는 해외수입의 32 가량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재정 수입의 절반가량을 석유판매대금에서 메우고 잇다. 그런데 2014년 이후 미국의 셰일오일 양산으로 국제유가 하락에 큰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 경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해야 재정 균형을 맞출수 있다고 평가된다. 게다가 2014년 크림반도 영유권 확보 이후 서방의 에너지 제재 이후 러시아의 경제난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최근 블라디보스톡에서 북한 김정은이 경제제재 해제를 요청했을 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못한 것도 미국을 더 자극할수 없는 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면서 판로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그 빈 자리를 중국이 채워 주었다. 러시아는 중국이 요구한 위안화 결제를 허용했다. 사우디에서 딱지맞은 페트로 위안’(Petro Yuan)이 러시아에서 실현된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이해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아쉬울 때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중국이 새로운 강자로 나서는 것을 견제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중국이 러시아 석유시장에 직접투자하는 것은 아직도 제약하고 있다.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붕괴된 산유국이 베네수엘라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석유매장국가로 그 땅속에 묻힌 원유가 3,000억 배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매장량은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매장량보다 많고, 러시아나 사우디보다 많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석유생산량은 하락했다. 매장된 석유를 채굴하기에 끔직할 정도로 어렵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원유는 점성이 높고 황의 함량이 높으며, 상당히 깊이 매장되어 있다. 기름을 캐내려면 액체 상태여야 하는데, 이곳 원유는 굳어져 흐르지 않는다. 따라서 채굴하기도 어렵고 운송하기도 어렵다. 결국은 이미 정제된 기름을 수입해 섞어 물렁물렁하게 한 다음에 채굴하고 운송해야 한다. 채굴과 운송 비용이 높아진다. 베네수엘라 원유 채굴에 드는 선행 투자비용이 다른 곳에 비해 4배 이상 든다고 한다.

게다가 우고 차베스 정부 때 원유 채굴 기술자들이 반정부측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숙청을 단행해 고숙련 기술자들도 모자라는 형편이다. 기름을 무진장 묻혀 있는데 캐내는 엔지니어가 없는 웃기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미국에서 셰일오일이 양산되고 기름값이 떨어지자 베네수엘라 기름의 채산성이 악화했다. 결국은 기름에 의존하던 이 반미 국가는 붕괴 직전에 몰렸다.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두 개의 정부가 섰다. 중국과 러시아가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를 지지하는 것은 그가 반미의 선봉이기 때문이라기보다 그 땅에 묻혀 있는 기름이 탐나기 때문이다.

 

자료: Global Energy Statistical Yearbook 2018
자료: Global Energy Statistical Yearbook 2018

 

셰일혁명은 미국의 대외정책을 변하게 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까지만 해도 중동에 제한적 개입주의를 채택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굳이 중동에 개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 사이에 중국은 최대 석유수입국으로 변했고, 미국의 에너지 패권 전략의 영향권 내에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은 21세기 들어 미국과 중국의 G2에 의한 패권경쟁을 논했다. 중국이 곧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예측을 어긋나게 한 것이 셰알혁명이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에서 미국이 높은 위치에 서고, 중국이 수세에 몰린 것은 에너지에 대한 두 나라의 위상을 보여준다. 미국은 통상압력이란 수단 이외에 에너지 규제라는 또다른 수단을 갖고 있다. 그 첫 번째 열쇠를 이란 제재에서 보여주었다. 미국은 이란을 규제하면서 동시에 중국에 압박을 넣었다.

셰일혁명으로 미국은 기존에 갖고 있던 군사력, 금융력에다 에너지 분야에서의 패권을 쥐게 되었다. 미국은 세 가지 몽둥이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세계를 주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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