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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5일,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가 암 투병으로 사망한지 8주년 된 날이다. 베네수엘라 군부는 이날 그를 추모하며 50만명의 병력을 동원해 조국수호를 다짐하는 훈련을 벌였고, 쿠바의 미겔 디아스 카넬 대통령은 그를 추모하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우고 차베스(Hugo Rafael Chávez)는 영웅이다. 그는 1999~2013년까지 14년간 베네수엘라를 통치하면서 가난한 인민대중을 해방시키고 미국 제국주의자에 대항했다. 지금도 베네수엘라는 그의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 그는 죽었지만, 여전히 베네수엘라 집권층과 남미 좌파의 사상적 지도자로 남아 있다.
하지만 비판자들은 그가 독재자이고 포률리즘으로 나라를 망쳐버린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또 국민들을 가난의 나락에 떨어뜨려 수백만명이 이웃나라로 떠돌게 한 장본인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그는 부패하고 소수의 지배자에 의해 통치되는 베네수엘라의 오랜 질곡을 차단한 인물임은 분명하다. 그의 볼리바르 혁명은 초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도 역시 권력욕이 강했고, 그의 반대자를 숙청한 독재자였다.
차베스주의(Chavezism)라 불리는 그의 정치이념은 어떻게 성립하고, 왜 실패했는지를 살펴보자.
베네수엘라는 남미 대륙의 북쪽에 위치해 있고, 면적은 91만㎢로, 남한의 9배나 된다. 인구는 2018년 현재 2,888만명이며, 세계 1위의 원유매장량을 보유한 자원대국이다.
베네수엘라는 남미 독립의 지도자 시몬 볼리바르(Simón Bolívar)에 의해 스페인 식민통치에서 독립해 1819년 ‘그란 콜롬비아’(Gran Colombia)의 한 지역으로 출발했다. 그후 분리주의자들이 콜롬비아에 대항해 독립전쟁을 벌였고, 1931년에 베네수엘라는 독립하게 된다.
베네수엘라는 독립 직후부터 독재를 경험했다. 독립지도자 호세 안토니오 파에스(José Antonio Páez)가 초대 대통령이 되어 과두 지배층과 함께 독재정치를 했다. 1859~1863년엔 수도 카라카스 중심의 중앙집권주의자와 연방주의자 사이에 5년간 내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10만명이 사망했다.
내전이 종식된 이후에도 독재자들이 이어졌고, 후안 비센테 고메스(Juan Vicente Gómez) 대통령이 1908년에서 1935년까지 27년간 장기집권하며, 독재는 정점에 이르렀다.
고메스는 안데스 산맥의 목동 출신이었다. 당시 베네수엘라의 주력산업은 커피와 목축이었다. 그는 목축으로 돈을 벌어 목축업자들을 연합해 중앙정부에 대항했고, 1908년에 권력을 장악했다. 그는 군대를 동원해 대농장주의 비리를 캐 그들의 재산을 사적으로 몰수했다.
고메스에게 또다른 행운이 찾아왔다. 베네수엘라에 석유가 터진 것이다. 1922년, 유럽계 석유회사인 로열 더치셸의 지질조사팀이 베네수엘라에 엄청난 석유자원이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메즈는 외국 석유회사의 원유 개발을 적극 지원했다. 그는 석유이권을 팔아 착복했다. 고메스는 목축업에 이어 석유개발로 인해 딩시 세계 제1의 부호가 되었다.
석유는 베네수엘라를 급격하게 변화시켰다. 베네수엘라 원유생산은 1920년대에 100만 배럴에서 1억3,700만 배럴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때는 중동지역에서 원유가 생산되기 이전이었고, 1929년에 베네수엘라는 미국 다음으로 2위 원유생산국, 세계 1위 원유수출국으로 부상했다. 1930년대에 로열 더치셸, 스탠다드오일, 걸프 등 3개사가 베네수엘라 석유시장 98%를 장악했다.
원유생산지인 마라카이보(Maracaibo)시는 석유개발 이전에 1만5,000의 한적한 논촌이었지만, 1950년에 인구 42만명의 대도시가 되었다. 수도 카라카스엔 외국 석유회사와 은행 빌딩이 즐비하게 들어서 베네수엘라는 남미에서 최고의 부국이 되었다.
하지만 석유의 부는 고메스 대통령을 비롯해 소수의 손에 들어가 바렸다. 그렇게 많은 부와 권력을 쥐었지만, 고메스는 1935년 전립선염으로 사망했다. 그가 죽은 후 시민들이 봉기했다. 시위대는 고메스의 재산을 약탈하고 그의 부하들을 살해했다. 고메스의 가족들은 카리브해 섬으로 망명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민주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고메스의 부하들이 반고메즈 기치를 내걸고 집권해지만 시민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그후에도 인물만 바뀌었을 뿐 독재는 계속되었다. 석유자원은 베네수엘라에 엄청난 돈을 벌어줬지만, 그 부는 소수에게만 돌아갔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세력들은 여러 정당을 설립해 대중운동을 벌였다. 민주화 시위와 탄압이 반복되는 가운데 1958년 마르코스 페레스 히메네스(Marcos Pérez Jiménez) 독재정권이 붕괴되고 마침내 베네수엘라는 민주화를 쟁취하게 된다.
민주화가 쟁취된 후 민주행동당(AD), 사회기독교당(COPEI), 민주공화연맹(URD)은 1958년 10월에 푼토피호 협정(Puntofijo Pact)을 체결했다. 이 협정은 군부의 재기를 억제하기 위해 민주정당 간에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협력과 타협을 유지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었다. 이념과 노선을 달라도 군부라는 공동의 적 앞에 지지율 1,2,3위의 정당이 단합하게 된 것이다. 합의문에 따르면 3개 정당은 의석수에 따라 각료를 배분해 연립정부를 구성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 합의에 따라 그해 12월d[ 치러진 거에서 민주행동당의 로물로 베탕코우르트(Rómulo Betancourt)가 49.2%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되고, 다른 2개 정당에도 내각에 참여해 연립정부가 구성되었다.
푼토피호 협정으로 군부의 집권이 저지되고 정치가 안정된 듯했다. 개혁정부는 외국계 석유회사가 장악한 국내 석유시설에서 독자적인 개발권을 행사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석유 공사(CVP, Corporación Venezolana de Petróleo)를 설립하고, OPEC 창립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1976년 중동산유국들이 주도한 1차 오일쇼크에 편승해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Carlos Andres Perez) 대통령은 석유산업 국유화를 단행하고, 국영 베네수엘라석유회사(PDVSA, Petróleos de Venezuela S.A. )를 설립했다. 국제유가는 1970년 배럴당 2달러에서 1982년 30달러까지 뛰었고 석유산업 국유화도 했으므로, 베네수엘라에는 돈이 넘쳐 났다.
하지만 석유의 부는 국민들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석유수익은 비효율적인 투자사업에 투입되었고, 부패한 정치구조에 빨려 들어갔다. 푼토피호 협정은 3개 정당의 야합이었다. 석유이권은 3개 정당에게 돌아갔고, 권력은 다시 보수화했다. 공산계열과 사회주의계열의 정당은 협정에서 제외되었다. 민주화를 외치던 정당도 집권후엔 앞의 정권을 따라 부패했고, 대중적 요구는 무시되었다.
1980년대 중반들어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베네수엘라에 석유의 저주(curse of oil)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 원유 정제공장을 인수하는데 막대한 외채를 끌어쓰던 베네수엘라의 재정이 서서히 고갈되기 시작했다. 1989년 베네수엘라는 국가부도를 선언하고 IMF에서 긴급수혈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IMF의 구제금융 조건에 따라 베네수엘라는 긴축정책을 취하게 되었고, 복지예산을 줄이자, 그동안 석유에 의존해 맘껏 쓰고 놀던 국민들이 대규모 폭동을 일으켰다.
차베스가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1992년이다. 당시 38세의 청년장교였던 우고 차베스 중령은 국민들의 누적된 불만을 이용해 군대를 선발로 민중봉기를 일으키려고 했다. 쿠데타는 실패하고, 차베스는 2년동안 감옥 생활을 했다. 석방된 후 그는 본격적으로 베네수엘라 개혁운동에 뛰어들었다.
<참고자료>
Wikipedia, Venezuela
Wikipedia, History of Venezuela
Wikipedia, Puntofijo Pact
Wikipedia, Hugo Chávez
우덕룡 등 4인, 라틴아메리카, 송산출판사, 2000, P276~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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