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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추적
동서양 막론하고 해적에 골머리…국가와 해적, 정의의 문제 논란도
해적의 세계…고대에서 현대까지 존재했다
2019. 05. 13 by 아틀라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과 해적의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악명 높은 해적 디오메데스(Diomedes)가 체포되어 알렉산더 대왕에게 끌려 나왔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이 해적이 사형을 언도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알렉산더: 누가 너에게 바다를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너의 것이 아닌 것을 빼앗을 권리를 주었는가.

디오메데스: 대왕이시여, 누가 당신에게 세계를 정복하며, 당신의 것이 아닌 것을 빼앗을 권리를 주었습니까. 누가 당신에게 이집트 땅을 점령하라고 했습니까. 누가 당신에게 페르시아의 왕이 되라고 했습니까. 누가 당신에게 인도 땅을 침공하라고 권능을 주었습니까.

알렉산더 대왕은 해적 두목을 노려보았다. 디오메데스가 말을 이어갔다.

디오메데스: 저는 저의 배를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저를 해적이라고 말합니다. 대왕은 저보다 많은 막강한 병력과 전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당신을 대왕이라고 부릅니다. 누가 더 많은 범죄를 저질렀냐구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그런 무기를 마음대로 사용할 권한이 있다면, 저도 역시 대왕이 될수 있을 것입니다.

알렉산더 대왕은 그의 대담함과 명석함에 큰 감명을 받았다. 대왕은 그를 처벌하지 않고 풀어주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로마시대 철학자 키케로의 저서와 중세 기독교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에 전하고 있다. 노암 촘스키(Noam Chomsky)도 저서 해적과 제왕’(Pirates and Emperors)에서 이 스토리를 전개했다.

알렉산더 대왕과 해적의 대화가 후세 사람들에게 자주 언급되는 것은 권력과 정의의 본질을 시사해주기 때문이다. 국가가 벌이는 전쟁은 합법이고, 사적 집단의 범죄는 불법인가. 공공의 이익을 앞세운 국가의 약탈은 정의이고, 도적의 약탈은 금지되어야 하는가. 국가와 도적집단의 차이는 무엇인가.

‘해적공화국’의 기 /위키피디아
‘해적공화국’의 기 /위키피디아

 

1706~1718년 사이에 카리브해 바하마 섬에 이른바 해적공화국’(Republic of Pirates)이 수립된 적이 있다. 그들은 투표를 통해 지도자를 뽑지는 않았지만, 해적들에게 인기 있는 강자가 두목으로 선출되었다. 그들은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국가로 인정되지 않고, 영국군의 공격으로 해체되었다.

1588년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해 영국의 제해권을 빼앗아온 프랜시스 드레이크(Francis Drake)는 해적이었다. 엘리자베스 1세는 이 해적이 훔쳐서 상납한 귀중품을 기쁘게 받아들였고, 제독으로 임명했다. 그렇다면 해적과 국가의 해군에는 무슨 차이가 있는가.

중세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북아프리카는 해적의 요새였다. 그들은 스스로 정권을 수립하기도 하고, 또는 현지 정권과 유착하기도 했다. 북아프리카의 바르바리 해적들은 이슬람 정권을 대리해 기독교 국가를 약탈했다. 국가로부터 공인받은 약탈집단이었던 것이다.

 

영국 선원과 알제리 해적과 싸우고 있는 그림. John Fairburn (1793–1832) 작 /위키피디아
영국 선원과 알제리 해적과 싸우고 있는 그림. John Fairburn (1793–1832) 작 /위키피디아

 

해적은 배를 타고 육지를 침범하거나 다른 선박을 공격해 남의 재산을 약탈하는 행위를 말한다. 단 국가가 하는 행위는 제외된다. 해적질은 국가의 통치를 벗어난 사적 집단이 해상에서 벌이는 약탈행위로 한정된다. 하지만 역사를 살펴볼 때, 그 경계는 분명치 않았다.

해적은 고대부터 시작되었다. BC 5세기에 그리스에 해적 폴리크라데스(Polykrates)가 사모스 섬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로마 시대에도 지중해 전역에 해적들이 들끓었고, 카이사르가 젊은 시절에 해적에게 잡히기도 했다. 삼두정치의 한사람인 폼페이우스가 소아시아의 킬리키아 해적들을 격퇴했다.

로마제국이 멸망한 후 지중해는 무법천지였다. 이슬람 해적단이 이탈리아, 스페인 바닷가를 휩쓸었고, 이탈리아 주민들은 야산으로 도주해 주거지를 만들었다. 스페인이 통일되고,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이 해군력을 보강하면서 이슬람 해적단을 제압해 나갔다.

오스만 투르크는 해적집단의 우두머리 하이르 알 앗딘을 북아프리카 총독에 이어 나중에 해군 사령관으로 임명한다.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5세가 북아프리카를 공격하기도 하지만, 해적집단은 19세기까지 살아 남는다.

미국이 독립하고 최초의 전쟁은 북아프리카 해적들과의 전쟁이었다. 북아프리카의 해적들은 신생 미국의 상선을 만만히 보고 나포하거나 약탈했다. 이에 1801~1805년 사이에 미 해군은 트리폴리와 알제리를 공격하면서 트리폴리 전쟁이 벌어진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한 장면 /네이버 영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한 장면 /네이버 영화

 

18세기 카리브해는 해적의 소굴이었다. 카리브 해적은 대부분 영국인이었다. 그들은 자메이카와 바하마에 거점을 두고, 스페인과 프랑스 선박과 식민지를 약탈했다.

영국정부도 처음엔 이들을 묵인했다. 스페인 왕위계승전으로 정규군을 유럽 대륙에 묶어 놓았기 때문에 카리브해엔 힘의 공백이 생겼기 때문에 해적들의 활동이 오히려 자국의 해외 영토를 보호하는 길이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에서의 전쟁이 일단락되자, 영국 해군은 병력을 보내 해적을 소탕했다.

당시 카리브 해적들은 나름의 강령을 가지고 있었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거의 조폭의 강령이나 다름 없다.

 

1. 모든 선원은 동등한 표결권을 가진다. 노획한 식료품과 술에 대해 동등한 권리를 깆고, 그것을 마음대로 이용할수 있다.

1. 모든 선원은 전리품을 공평하게 요구할수 있다. 옷가지는 필요하다면 하나 더 가질수 있다.

1. 동료의 보석이나 돈을 훔치는 자는 코와 귀를 자르고 무인도에 버린다.

1. 어린이와 여자를 데려와선 안 된다. 만일 데려온 것이 발견되면 즉시 사형에 처한다.

1. 모든 선원들은 돌발 상황에 대비해 자신의 총과 칼을 항상 정비해야 한다.

1. 촛불을 비롯해 모든 등불은 오후 8시에 소등한다. 이후 술이나 음식을 먹고 싶거든 불을 켜지 않고 갑판에 조용히 앉아 먹는다.

 

그 무렵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와 주변 섬들도 해적들의 소굴이 되었다. 영국 정규해군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해적들은 또아리를 틀고 약탈질을 한 것이다.

 

왜구들의 활동지역 /위키피디아
왜구들의 활동지역 /위키피디아

 

모모이 지로라는 일본인이 해적의 세계사라는 책을 썼고, 국내에서도 번역되어 있다. 하지만 이 일본인은 유럽인과 이슬람의 해적들만 잔뜩 서술해 놓았다. 자기네 역사에 나오는 왜구의 존재에 대해서는 한줄도 쓰지 않았다.

동양의 역사에도 해적의 존재가 많이 드러난다. 삼국시대 이래 우리 해변은 왜구의 약탈질에 노출되었고, 고려말에는 왜구와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도 왜구에 시달렸다. 명나라는 북로남왜(北虜南倭)에 시달려 국력을 소진했다. 명청기에 해안선을 봉쇄하는 이른바 해금(海禁) 정책은 왜구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왜구에는 중국인도 있었다. 중국인 가운데 왕직(王直)이란 자는 왜구의 두목이 되기도 했다. 남지나해엔 중국 해적과 베트남 해적이 패권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북아프리카의 바르바리 해적(Barbary pirates)19세기 중엽, 프랑스의 알제리 점령으로 종말을 고한다. 그후 서방국가들은 해적에 관한 국제규율을 제정한다.

1856년 파리선언에서 유럽국가들은 해적들의 사략행위를 금지했다. 이어 1907년 헤이그 평화회의에서 민간 선박이 전쟁 행위에 가담하는 것을 금지했고, 현대에 들어 1958년 제1회 유엔 해양법회의에서 공해에 관한 조약이 체결되면서 해적행위 금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마련되었다.

현행 국제법 상에 해적행위는 공해 또는 어느 나라의 관할권도 미치지 않는 장소에서 민간 선박 또는 민간 항공기의 승무원이나 승객에 대해 사적 목적으로 범하는 모든 불법적인 폭력 행위 또는 약탈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적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의 뿔 소말리아에선 여전히 해적이 출몰하고, 최근들어 서아프리카에도 해적이 준동하고 있다.

 

현대에 들어와 해적은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고, 나아가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있다. 해적 스토리가 소설로도 출간되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해적의 본질은 약탈이다. 이런 해적에 대해 동정심을 느끼는 것은 국가 권력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기도 하다.

 

현대 소말리아 해적 활동지역 /위키피디아
현대 소말리아 해적 활동지역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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