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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차베스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추구했다. 그는 지역과 마을 단위의 자생적 협동조직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했다. 그가 추구한 것은 일종의 코뮨(commune)인데, 스페인 식민지 시절부터 개척자들이 운영하던 자치조직에 착안했다.
그는 사회주의가 코뮨과 같은 자생적 조직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기초조직을 육성했다. 차베스와 그의 후임 니콜라스 마두로가 탄탄한 지지기반을 형성한 것도 풀뿌리에 형성된 기초조직 덕분이라 할수 있다.
코뮨은 도시지역에서는 150~400개 가족 단위로, 농촌은 20개 가족 정도로 구성되었다. 코뮨은 총회, 집행부, 재정위원회, 감사조직, 대외협력조직을 갖추고, 위원의 임기는 대략 2년으로 정했다. 한 사람이 두 개 이상 조직을 겸임할수 없도록 했다. 최고 의결기구는 구성원 전체가 모이는 총회로, 직접민주주의의 모델을 지향했다.
2010년에 코뮨 위원회는 3만개에 이르렀고, 정부는 내각에 코뮨장관을 두고 연간 2억 달러 이상의 지원금을 주었다. 차베스는 코뮨의 주택건설에 자금을 댔다.
차베스의 또다른 지지기반은 볼리바르 서클(Bolivarian Circle)이다. 이 조직은 차베스의 지시로 만들어졌는데, 파나마 좌파정권의 존엄대대(Dignity Battalions)와 쿠바의 혁명방위위원회를 본 따 조직되었다. 조직 강령에는 최고 수장을 대통령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차베스 정권은 이 조직에 무기도 지원했다. 친위조직의 대원은 많을 때엔 8만~13만명에 이르렀고, 미국, 카나다, 호주, 유럽등에도 지부를 두었다.
이들의 목적은 차베스 정권의 보위다. 정권에 반대하는 언론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 조직이 움직인 대표적인 사례가 2002년 불발 쿠데타 때였다. 볼리바르 서클은 반차베스 쿠데타가 일어나자 군중을 동원해 대통령궁을 포위하고 억류된 차베스의 귀환을 요구했다. 실각의 위기에서 그를 구해준 것은 바로 이 조직이다.
차베스 대중주의의 극치는 2003년 4월에 실시한 메르칼 미션(Mission Mercal)이란 프로젝트다. 메르칼(Mercal)이란 용어는 음식시장(Mercados de Alimentos)을 의미한다. 2002년말~2003년초 전국적인 반체베스 총파업에 식료품 제조회사들이 가담하는 바람에 식량공급이 중단되자, 정부가 나서 식량을 공급하면서 생겨난 공기업 조직이다.
차베스는 메르칼 미션에 식량안보와 빈민구제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외국 특히 미국의 식량 공급중단에 대비해 국내 농업을 육성하며, 극빈층의 굶주림을 해결한다는 목적이었다.
메르칼은 2010년에 전국적으로 1만6,600개의 점포를 확장했다. 빈민에게 음식을 무료배식하는 수프키친(soup kitchen)도 6,000개나 열었다. 고용인력만 8만5,000명에 이르렀다. 메르칼 점포는 수입산 농산물을 거부하고 국산을 썼으며, 시장가격의 50%로 저렴하게 공급했다. 이 유통화사는 국내 농업과 소상공인을 육성하자는 취지로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으로 유지되었다. 이 국영 식료품회사는 대형창고시설을 구비하고, 동네 구석구석까지 점포를 개설했다.
차베스 정권은 또 식량안보라는 명분으로 대토지 소유자에게서 500만 에이커를 수용해 가난한 농민들에게 나눠줬다.
또 농산물 가격이 올라가지 않도록 가격통제를 실시했다.
차베스는 풀뿌리 조직의 전폭적인 지지, 친위조직의 활동, 대중주의에 힘입어 2006년 대통령 선거에서 63%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이번이 그의 대통령 세 번째 임기였지만, 신헌법에 따라 연임후 재선이 불가능하므로 마지막 임기였다.
그는 당선 직후 자신의 제5공화국운동당(Fifth Republic Movement)을 중심으로 좌파 정당의 통합을 추진했다. 10개 좌파 정당이 호응해 베네수엘라 통합사회당(United Socialist Party of Venezuela)이 창당되었다. 좌파 통합은 다양한 형태의 좌파세력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어 볼리바르주의의 지지기반을 확대한다는 것이 명분이었지만, 또댜른 의도가 있었다. 헌법의 연임규정을 개정, 차베스의 영구집권 체제를 만들려는 것이었다.
2007년 차베스 정권은 자신이 주도한 1999년 헌법의 개선점이 없는지 살펴본다는 이유로 헌법위원회를 가동시켰다. 저명한 헌법학자들이 동원되었다. 인종차별 해소와 성평등을 구현하는 내용도 헌법에 넣자는 의견이 제기되었지만, 그런 것들은 포장용이고 실제 의도는 차베스 정권의 연장이었다. 결국은 대통령 연임 조항을 삭제하고, 임기를 7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집어 넣어 헌법개정안을 만들었다. 2007년 12월 헌법개정안이 국민투표에 부쳐 졌지만 투표자의 51%가 반대표를 던져 부결되었다.
그의 집권 후반에 베네수엘라 경제는 붕괴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차베스의 좌파정책은 자본 이탈(capital flight)을 초래했다. 석유회사를 비롯해 주요산업 국유화 조치로 외국투자자금이 베네수엘에서 철수했다. 석유수출로 외화가 많이 들어왔지만, 국외로 유출되는 자금이 더 많았다. 달러 부족현상이 가중되고 볼리바르화는 하락했다.
차베스는 통화위원회를 설립해 외국환 환율을 통제했다. 정부의 고시환율은 시장가격과의 차이가 벌어졌다. 암시장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적어도 차베스 집권시기까지는 베네수엘라 경제가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다. 국제유가가 일시적인 등락이 있었지만 배럴당 100달러 대를 버텨줬기 때문이었다. 그는 유가 상승의 덕을 끝까지 향유하면서 통치했다.
첫 번째 장기집권 시도는 실패했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볼리바르주의가 정착되고 있는 만큼 그 성공을 보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는 대통령 뿐 아니라 모든 선출직의 임기 제한을 없애는 내용의 헌법개정안을 만들었다. 이전 헌법에는 의회의원은 3연임, 대통령과 주지사 등 일반 선출직은 2연임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2009년 2월에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헌법개정안은 54.8%의 찬성표를 얻어 통과되었다.
개정 헌법에 따라 차베스는 3연임 도전권을 얻게 되었고, 2012년 10월 대선에 출마해 55.1%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2006년 선거 때의 62.8%에 비해 큰 폭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그의 영구집권을 저지한 것은 낮아지는 지지율이 아니라, 그의 건강이었다.
2011년 6월 그는 쿠바 하바나에서 암 수술을 했다. 당시 차베스는 종양을 제거했다고 밝혔고, 정부 당국자들도 차베스가 완치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는 그 후에도 쿠바를 들락거리며 치료를 받았다. 그런 상태에서 2012년 대선을 치른 것이다.
대선에 승리한 후 그는 다시 쿠바로 가 항암 수술을 받았다. 해를 넘겨 2013년 1월 10일, 대통령 취임식이 다가왔다. 그는 쿠바에서 폐암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의회는 취임식의 연기를 선언했고, 대법원은 현직 대통령의 새 임기 취임식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차베스가 뇌사상태에 빠져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베네수엘라 카톨릭 주교회의는 차베스의 건강에 관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2013년 3월 3일 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가 TV에 나와 “차베스가 2년간의 투병 끝에 사망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마두로는 차베스가 미국 정부에 의해 암 바이러스가 투약되어 독살되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그의 주장에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로써 우고 차베스는 4연임 14년 1개월의 집권을 마무리했다. 이어 차베스의 충복 니콜라스 마두로의 집권이 시작된다.
<참고자료>
Wikipedia, Mission Mercal
Wikipedia, Bolivarian Circles
Wikipedia, Venezuelan communal councils
Wikipedia, United Socialist Party of Venezuela
Wikipedia, Hugo Cháv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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