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소련 70년⑧…독-소 불가침협정 후 독일의 폴란드 침공, 2차대전 발발
스탈린, 나치와 비밀협정 체결…공산주의 배반
2021. 04. 10 by 김현민 기자
제2차 세계대전 발발에 이오시프 스탈린이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 스탈린은 유럽 공산주의자들에게 반파시스트 연합전선을 결성하라고 지령을 내리면서, 다른 한편으로 독일 나치 정권의 수괴 아돌프 히틀러와 손을 잡았다. 스탈린의 배반적 행태는 전쟁 기간에 극비에 부쳐졌지만, 종전후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 그 비밀이 드러나고 말았다.
1933년 히틀러가 총리에 취임하며 독일은 나치국가로 변신한다. 유럽에 전운이 감돌았다. 스탈린은 유럽에서 전쟁이 터질 경우 중립을 지키다가 양측이 군사력을 소진할 무렵, 막판에 붉은 군대를 투입해 해방지역에 공산정권을 수립할 것을 구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유럽 각국에 반파시스트 전선을 구축할 것을 요청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소련의 제의에 시큰둥해 했다.
스탈린의 계획은 영국과 프랑스가 유화주의에 빠져 나치독일의 팽창주의를 제어하지 못하는데서 빗나갔다. 1938년 9월 뮌헨 회담에서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히틀러의 요구를 다 들어주었다. 뮌헨 회담 이후 독일은 오스트리아를 합병하고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했다. 서유럽은 독일의 침략을 허용했다.
스탈린은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로 하여금 소련과 전쟁을 벌이도록 하기 위해 전쟁을 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극동에서는 일본이 만주사변(1931)을 일으켜 괴뢰정권 만주국을 수립해 소련 국경에 닿은데 이어 중일전쟁(1937)년을 유발해 소비에트 괴뢰정권이 수립된 몽골과 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독일과 일본은 1936년 반코민테른 협정을 체결해 소련을 위협했다.
스탈린은 이러다간 소련이 동과 서의 두 전선에서 파시스트국가들과 전쟁을 벌이는 최악의 상황이 올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1939년 스탈린은 영국-프랑스 중심의 노선을 주장해온 외무장관 막심 리트비노프(Maxim Litvinov)를 경질하고 다변외교를 주창한 뱌체슬라프 몰로토프(Vyacheslav Molotov)를 임명했다.
먼저 손을 내민 것은 독일이었다. 히틀러는 1차 대전의 실패를 거울삼아 두 개의 전선에서 싸우면 승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히틀러 입장에선 먼저 서부전선에서 프랑스를 제압한후 소련을 공격하는 것이 유리했다.
독일의 폴란드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여겨지던 1939년 8월 23일 독일 외무장관 요아힘 폰 리벤트로프(Joachim von Ribbentrop)를 태운 독일 전투기가 모스크바에 착륙했다. 리벤트로프는 몰로토프와의 회담에서 두 나라 사이에 불가침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의했다. 스탈린이 의도하는 바였다.
이날 소련과 독일은 비밀조약을 체결했는데, 이 조약을 몰로토프-리벤트로프 조약(Molotov–Ribbentrop Pact)이라 한다. 양국 조약에는 상호불가침은 물론 동유럽을 반분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폴란드는 독일과 소련이 반분하고, 핀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는 소련의 ‘영향권’(spheres of influence)에 두기로 했다. 이 영향권이란 애매한 규정은 점령하거나 우호정부를 수립한다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양국은 이 조약을 비밀로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스탈린은 독일과의 전쟁을 하지 않는 댓가로 옛 러시아제국의 영토를 회복할 근거를 얻게 되었다.
독일은 소련과의 불가침조약을 체결한지 8일후인 9월 1일 폴란드를 침공했고, 영국은 약속한대로 독일에 선전포고를 했다. 프랑스도 뒤따랐다. 이로서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다.
스탈린은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한후 며칠을 기다렸다. 9월 17일 스탈린은 붉은 군대에 명령을 내려 폴란드 서부를 장악했다.
폴란드를 기습공격한 소련군은 내무성 경찰 NKVD와 동행했다. NKVD는 인민의 적들을 체포하고 청소했다. 소련은 폴란드 점령 18개월 동안에 30만명의 폴란드인을 추방하고 12만명을 구속했다. 이중 절반 가량이 처형되거나 포로로 잡혀 사망했다. 소련군은 폴란드군 7,000명과 1만5,000명의 부르주아들을 스몰렌스크 인근 카틴 숲(Katyn massacre)에서 처형했다.
소련군의 다음 목표는 발트해 3국과 핀란드였다. 핀란드인들은 완강하게 저항했다. 겨울전쟁(Winter War)이라 불리는 이 전쟁에서 핀란드는 스키부대와 화염병을 활용해 소련군을 괴롭혔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영하 40도가 보통이었으며, 같은 겨울나라 출신인 소련군도 핀란드의 추위에는 버티기 힘들었다. 추위에는 핀란드인이 더 강했다. 소련은 3개월여만에 휴전협정을 체결하고 땅 일부를 얻는 것으로 물러서야 했다.
이에 비해 발트 3국은 손쉽게 점령되었다. 소련군은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에서 반소비에트 분자들을 체포하고 소련식 통치를 강요했다. 스탈린은 이들 3개국을 소련 연방에 포함시켰다. 발트 3국은 소련 점령 12개월 후에 독일에 점령되었는데, 이 기간 동안에 14만명이 추방되거나 살해되었다.
소련은 2차 대전 초기에 나치독일에 전쟁물자를 지원했다. 식량, 연료, 목재, 광물 등이 독일에 수출되었는데, 1940년 소련 수출물량의 절반이 독일로 수송되었다.
스탈린은 독일이 영국을 제압하기 전까지는 소련을 공격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했다. 군 첩보기관에서 독일군이 소련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첩보를 올렸는데도 스탈린은 무시했다. 아무도 스탈린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대숙청기간에 8만명 이상의 붉은 군대 장교들이 처형당한 추억이 남아 있었기에 군수뇌부는 아무도 지도자 동무의 판단력을 거스르려 하지 않았다. 독재가 낳은 비극의 하나다.
하지만 독-소 불가침협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히틀러는 소련을 ‘유대인 볼셰비키’가 지배하는 나라로 보고 완전파괴하거나 식민지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다. 프랑스를 점령해 괴뢰정권을 수립한 후 히틀러는 불가침협정을 파기하고 총구를 모스크바로 돌렸다.
1941년 6월 22일 히틀러는 ‘바르바로사 작전’(Operation Barbarossa)을 가동하며 모스크바로 향해 공격을 개시했다. 바르바로사는 대제국을 일으킨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1세의 별칭이다.
스탈린은 히틀러의 공격에 당황해 했다. 후에 당서기장이 되는 니키타 흐루쇼프의 기억에 따르면, 스탈란은 자신감을 잃고 며칠동안 자신의 별장에 틀어박혀 칩거했다고 한다. 소련군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독일군은 개전 1주일만에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를 점령하고, 소련 영토 안으로 300km나 밀고 들어왔다. 독일군은 북쪽으로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를 거쳐 레닌그라드를 위협했다.
대숙청으로 지휘관의 절반 이상이 잘려나갔기 때문에 우선은 전투경험이 없는 하급장교로 병사들을 수습해 전쟁터에 보냈다. 무기도 미비했다. 소총이 모자라 전선의 부대에만 지급되었다. 후방부대는 죽은 전우의 총을 주워 싸워야 했다.
스탈린은 7월 3일에야 정신을 차려 전시담화를 발표하고 대조국전쟁을 치를 것을 선언했다. 그는 스스로 군통수권을 접수해 모든 전선의 반격을 명령했다.
독일군은 레닌그라드를 포위할 병력만 남겨두고 모스크바로 향했고, 남동쪽으로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점령했다. 독일이 모스크바를 점령하면 소련은 두동강으로 갈라진다. 모든 철도망과 운송망이 모스크바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 시민들은 필사적으로 수도를 방어했다. 그들의 자발성은 공산당에 대한 충성은 아니었다. 잔학한 독일군에 대한 복수심, 조국을 방어하겠다는 애국심이었다. 매서운 동장군(冬將軍)은 원군이었다. 독일 탱크는 얼어서 움직이지 못했고, 빠르게 진격한 독일병사들은 보급망이 지연되는 바람에 추위와 굶주림에 떨어야 했다. 처음으로 독일군에 막대한 사상자가 발생했고, 독일군은 모스크바 코 앞에서 퇴각했다.
이후 소련과 독일 사이에 전투는 서서히 역전되고, 4년후인 1945년 베를린을 점령하게 된다.
<참고자료>
Wikipedia, Soviet Union in World War II
Wikipedia, Molotov–Ribbentrop Pact
Wikipedia, Operation Barbaross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